신현거 논설위원 

사람은 고독한 단독자이면서 동시에 사회인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두 갈래의 삶을 영위합니다. 한 갈래는 자신만이 간직하는 삶이며, 다른 한 갈래는 여럿이 더불어 사는 삶입니다. 가정생활, 사회생활은 다 더불어 사는 삶인 것입니다.

자신만의 삶은 마음속으로 이루어지는 삶입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삶은 자신의 뜻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나와 상대사이의 관계에 따라 더불어 사는 삶이 이루어지는 까닭입니다. 누구나 나름대로 사회인으로서의 구실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독불장군인양 제멋대로 살 수는 없습니다. 상식에 어긋나거나 벗어나는 짓을 삼가야 합니다. 이러한 말이 있게 된 것은 나와 남 사이의 관계를 존중하면서 삶을 이끌어 가야함을 말해 줍니다. 더불어 사는 생활은 상식과 대화의 삶입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삶은 독특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남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세계를 다듬어 가는 비밀스러운 삶인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자신만의 삶은 독백과 침묵의 삶일 수가 있습니다.

대화는 상대와 마음을 나누어야 되지만 독백은 자신이 스스로의 마음속을 만나보게 될 때 이루어지는 침묵입니다. 이러한 침묵의 순간을 자주 갖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에 대하여 성찰하게 됩니다. 성찰하는 삶은 성실하고 겸허하게 마련입니다. 성찰은 진실과 마주서게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자신을 관찰할 때 숨기거나 감출 수 없으므로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거짓이나 속임수를 부릴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독백의 삶은 사람을 진실하고 강하게 합니다.

성찰하는 사람은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진지하게 영위합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남과 삶을 나눌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한 까닭입니다. 남이야 어떻든 나만 잘되면 되지 않느냐고 시치미를 떼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삶을 망칠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마저 망쳐 버리게 마련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 에는 믿음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내가 상대를 믿어주면 상대도 나를 믿어줍니다. 이러한 믿음이 튼튼하다면 더불어 사는 삶도 순리에 따라 풀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순리는 언제나 상식의 잣대 구실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잣대를 무시하고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치수를 재려고 든다면 탈이 날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왜 불신이 생길까요? 의리의 균형을 상실하면 불신은 눈 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옳은 것(義)과 이로운 것(利) 중에서 의(義)를 앞세우면 명분에 매이게 되고, 이(利)를 앞세우면 실속을 차리게 됩니다.

현대인은 명분이야 어떠하든 실속만 차리면 그만이다는 속셈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탐욕스럽고 잔인한 욕망을 현대인은 버릴 줄 모릅니다. 현대인의 비극은 바로 여기서 움트게 마련입니다.

욕심은 마음을 장님의 눈처럼 만들고 탐욕스러운 마음은 도둑의 하수인이 되게 합니다. 그래서 욕심과 탐욕은 삶의 질을 제대로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욕망을 행복의 보증수표처럼 여깁니다. 그러나 욕망은 항상 행복을 부도내고야 맙니다. 왜냐하면 행복은 햇빛이 그득한 빈방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행복을 탐하다 불행을 당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혹을 떼려다 혹 붙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왜 이러한 불상사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내 몫은 클수록 좋다는 탐욕 때문입니다. 탐욕을 부리면 더불어 사는 삶은 멀어지게 됩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귀하게 하려면 먼저 내 탐욕부터 부셔야 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