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실장

오는 16일은 최경환 부총리가 경제 사령탑을 맡은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세월호 참사후 구원 투수로 발탁된 그의 1년 성과는 긍정 부정이 갈리고 있다. 최 부총리 스스로는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은 1년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취임 1주년에 앞서 지난 7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이 같이 밝혔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그의 경제정책 효과를 10점 기준에서 6.6점을 주어 후한 점수를 주었으나 국민 대부분은 그 이하라고 평가 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 총수가 되면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말에 국민들은 마음 든든히 여기며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경제 총수가 된 1년후 성과는 나아지지 않은 경제상황에 국민들은 오히려 실망했다.

취임후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직후 소위 ’최노믹스‘라는 경제 정책을 내 놓고 ’기진맥진한 한국 경제를 살리겠다‘ 는 의욕을 보이며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같은 부동산 규제를 과감히 풀었다.

그 결과 주택시장은 다소 활기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인 실물 경제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 하고 있다. 최 부총리의 46조원의 재정 자금을 투입 효과도 올 상반기 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크게 빗 나갔다. 이런 상황 속에 메르스 사태가 발생해 전반적인 경제는 더 얼어 붙은 상태다.

최근 한은을 비롯한 경제 연구기관에서 발표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은은 지난 4월 경제 전망치를 3.1%로 잡았다가 3개월만인 지난 9일에는 2.8%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자 최 부총리는 12일 KBS-1TV에 출연해 3% 성장은 가능 할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작년 4월에는 무려 4,2%까지 성장률을 높게 전망 했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9%를 제시 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2.7%, LG경제연구원은 2.6%등으로 각각 낯춰 전망했다. 2020대를 넘나 들던 코스피 지수도 출렁이면서 한때 2000선이 무너지는 등 롤러코스트 장세를 보여 경제 불안을 나타 냈다.

여기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와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위기, 중국 증시의 폭락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는 현재 진정 국면에 접어 들었고 그리스 사태도 최악의 사태는 피해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협상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아닐 것으로 보여 불안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앤저와 유로화 약세의 장기화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어 붙은 경제를 추스르기 위해 추가경정 예산 11조 8000억원을 긴급편성해 며칠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새 정치민주연합은 추경 중 세입 경정과 특정지역의 도로, 철도 사업에 쓰이는 SOC 예산은 메르스 사태와 서민 경기와 관계 없는 것이라며 5조 6000억원 삭감안을 들고 나왔다.

이번 추경의 직접적인 배경인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제 살리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이유다. 실제 추경 내용을 보면 새 정치민주 연합의 주장도 일이는 없지 않다. 하지만 추경을 편성 할 때 한가지 상황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때 새 정치민주연합의 삭감안은 꼬투리를 잡기 위한 반대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야는 오는 24일 추경안을 처리 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치민주 연합의 주장대로 5조 6000억원이 삭감되면 2차 추경안은 뒤따라 나올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엊그제 세계 경제 성장 전망률을 3,5%에서 3,3%로 낯춰 잡았다.

미국은 2.5%, 중국은 6,8%대로 하향 조정 했다. 중국은 바오바(保八) 정책( 8%의 경제 성장률 목표) 포기후 2012년 잡은 7.5%의 경제 성장률 목표치도 6%대로 곤두박질 치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증시 파동도 이와 관련이 크다.

이에 비해 미국은 최근 골디락스 경제를 구가 하고 있다. 높은 성장세에 물가가 낮게 유지돼 호황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도 한때는 경기가 나빠 돈을 무제한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도했다.

침체된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헬리콥터로 뿌리듯 많은 돈을 퍼부어 헬리콥터 버냉키란 말이 한때 유행 했다. 버냉키는 당시 미국 연방 준비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성장세로 돌아 섰다.

올해도 미국은 IMF 전망과는 다른 3%대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 된다. 1%대의 경제 성장률에 그칠 유럽연합(EU)과 일본과 비하면 대조적이다. 미국의 실업률도 5.5%로 거의 안정적이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목표의 절반수준인 2%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실업률 11%에 비하면 미국의 5.5% 실업률은 완전 고용 수준이다. 2008년만 해도 미국은 주택대출금을 갚지 못해 길거리로 나선 사람이 부지기 수 였고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실직자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심지어 대형쇼핑몰이 문울 닫기도 했다.

이런 미국이 호황기를 맞은 것은 에너지 혁명, 제조업의 부활등의 요인도 있으나 가계부채를 꾸준히 줄인 것이 원인으로 분석 되고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주택 압류 위기에 놓인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빚을 일부 탕감해 주었고 주택 저당 채권을 사들여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 시켰다.

한국의 현재 가계부채는 1100조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각종 정책 시도에도 가계부채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청년 실업도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아무리 추경등의 예산 편성으로 돈을 퍼부어도 가계 부채와 청년 실업 해결 없이는 백효가 무효라는 사실을 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올해 실시 하려던 노동, 공공, 금융,교육등 4개부문의 구조 개혁도 말만 무성할 뿐 가시적인 성과는 전무하다. 뜻하지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사태로 스텝이 크게꼬이기는 했으나 이후 진전은 거의 없다.

역점 사업인 노동 시장 구조 개혁도 노동계의 극심한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고 관광, 의료, 금융등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중점 법안도 야당의 반대에 막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박대통령은 해결 방법으로 정치인이자 집권당 원내 총무까지 지낸 최경환 의원을 기획원 장관 및 경제부총리로 발탁 했으나 그도 국회의 법안 처리에 한계 일 수 밖에 없었다.

요즘 당청 갈등을 이유로 최 부총리의 국회 복귀를 거론하기도 하나 박 대통령이 지난주 내각에 대해 ’개인적인 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강한 경고성 발언을 해 그의 거취 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경환 부총리도 경제 수장을 맡은 이상 한국 경제를 꼭 살리고 말겠다는 각오로 책임을 다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 부채 사태를 맞고 있다. 언론의 잦은 가계 부채 보도로 둔감해진 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일까. 정치권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둔감해진 상황이 더 무섭다는 것을 정치권은 알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