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실장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간담회이후 민생과 관련한 정책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하루 걸러 나온 이 정책들을 보면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1.6% 저리 주택 담보 대출을 비롯해 *젊은 창업자들에 임대 주택공급.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한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1년 연장 *청년 여성 취업 대책, *신혼부부 주거 대책 ,*육아휴직 지원금 인상 등이다.

정부의 이같은 잇단 발표는 4.13 총선 참패 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집권 여당의 지지도 급락으로 등돌린 민심 회복을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은 이 정책들에 대체적으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정책 중에는 새로운 것도 있으나 해묵은 기존 정책에 가미 한 것도 있어 전혀 새로운 것은아니다. 청년 여성 취업 대책은 기존 정책을 가미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2년 청년 여성 취업을 돕겠다며 강소기업 1만 5000개를 추려 ‘워크넷’에 공개하고 청년 여성들이 많이 이용토록 했다. 그러나 실적이 저조하자 이 정책에 지원금을 내세워 새 정책이라고 내 놓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중소기업 인턴에서 정규직이 돼 2년간 300만원을 저금 하면 정부(600만원)와 기업(300만원)이 최대 900만원을 지원해 1200만원을 만들어 주어 중소기업 고용을 돕겠다는 당근이다.

귀에는 일단 솔깃하게 들릴지 모르나 중소기업의 부족한 인력 확보에는 지원금 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실효성은 의문이다.

실제로 청년 여성들에 가장 시급한 것은 선호 기업에 취업 하는 것이지 지원금 900만원은 아닌 것이다. 또 출산 후에만 쓸수 있던 육아 휴직을 임신 중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중소기업 육아 지원금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려주는 방안도 언론은 심드렁했다.

무상보육에 따른 누리 예산을 놓고 지금도 정부와 지자체들이 티격태격 하는 중임을 감안하면 이 중소기업 육아 지원금 인상은 업친데 덥친격으로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신혼 부부에 대한 임대 주택 10년 제공(임대료 상승 없는)도 언론은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사실 2012년 대선 이후 정책들을 보면 그중에는 처음엔 그럴싸 해 보이다가 나중에 흐지부지돼 용두사미가 된 것들이 많다.

창조 경제론은 그중의 하나다. 이 경제론은 처음 부터 모호 하다는 비판에 휩싸이다 결국 실효성 문제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반값등록금 역시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않다. 장학금 까지 합하면 반값등록금 처럼 보이나 실제는 명목상의 반값등록금에 불과 하다.

기초연금 공약 파기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65세가 되면 일률적으로 20만원을 지급 하겠다고 했으나 논란이 일자 결국 선별적 차등 지원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밖에도 연말 정산 파동, 전월세 폭등 등이 있다.

일련의 이런 일들로 인해 국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져 만 갔다. 그러나 해법은 땜질식에 그쳐 도움이 별로 안 됐다. 청년 여성들을 위한 지원금 대책은 그중의 하나다. 청년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만들어 지지 않는 한 백약은 무효였으나 정부는 지원금 지원으로 해결 하려 한다. 이 대책은 당분간은 먹힐지 모르나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알수 없다.

정부는 이같은 임기웅변의 땜질식 처방은 지양 해야 한다. 그 대신 실질적인 노동 부문 구조 개혁을 통한 기업들이 좋은 일 자리를 만들고 직업 이동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개선토록 적극 노력 해야 한다.

임시 공휴일 지정도 너무 안이한 판단이다. 준비 없이 공휴일을 맞은 서민들은 어린이날에 이어 갑자기 늘어난 쓰임새에 당황해야 했다.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나 국민의 입장은 철저히 도외시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1년 9개월여 남았다. 이 짧은 시간에 이 정책들이 무리없이 완수 되기란 어렵지 않을까 한다. 더구나 정책 중에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것도 있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바뀌었다.

다수당 시절에도 정부 여당은 법안 통과에 큰 애를 먹어 온게 사실이다. 이제는 여소야대가 됐으니 그 어려움은 더 해질 것은 분명하다. 20대 국회가 19대 국회처럼 된다면 원할한 국회 운영은 기대 하기 어렵다.

어떤 이유로든 발표된 정책들이 추동력을 잃는다면 박대통령의 레임덕은 빠릏 수 밖에 없다. 대통령에게 레임덕이 오면 가장 불행한 것은 국민이다.

레임덕을 막거나 늦추는 최 우선의 방법은 소통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언론 편집, 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앞으로 국회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나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으니 기대해 보는 수 밖에 없다.

레임덕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작한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