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위원 

19대 국회가 역대 국회중 최악의 보잘 것 성적표를 내고 역사속으로 곧 사라진다. 19대 국회는 4년 내내 식물 국회란 오명에서 벗어 나지 못했고 다수당은 큰 의미가 없었다. 국회는 소수당의 발목에 잡혀 상처만 덕지 덕지 입었다. 선진화법이 상존하는 한 20대 국회도 크게 기대 할 수 없다. 더구나 20대 국회는 3당 체제여서 19대때 보다 더 할지 모른다.

각 당은 원내 지도부가 구성 되자 마자 최근 부각된 가습기 살균 문제를 20대 국회의 핵심 이슈로 꺼내들고 올인 하는 모습이다. 각당이 고질적인 이 문제에 올인 하는 것은 민생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풀이된다.

3년전에도 이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돼 대책을 마련됐으나 흐지부지됐다. 2013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법안 4개를 만들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하고 공청회까지 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는 핑계를 대며 불참 했고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그대로 맥없이 주저 앉았다. 실제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이 외면 해와 사건을 키웟다.

피해자들은 19국회 내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시민단체들이 나서 특벌법 제정을 건의했으나 모두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 야당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여당이 조금만 관심을 보였다면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오늘날 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되기 시작한 것은 14년 전 부터이다. 그때 부터 가습기 살균제는 안방에 자리 잡으며 우리의 생명을 위협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위험을 감지 하지 못한 채 피해자는 나날이 늘어 갔다. 당국도 이상한 징후는 포착 됐으나 의료계는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않았다. 그저 심한 감기 정도로 치부 했다.

이러는 사이 사망자가 발생해 현재 검찰 집계로 170명이나 되며 이중 103명은 영국 기업 옥시레킷 벤키저 제품인 옥시로 인한 사망자로 밝혀 졌다. 그 외의 피해자는 집계가 어려워 얼마 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대략 수천명 내지 수만명이 될 거라는 추정 뿐이다. 우리 사회에는 불특정 다수가 기업의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때 보상 받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있다.

하지만 이 법은 2년전에 국회에 발의 됐으나 아직도 상임위에 계류 중이어서 언제 시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래서 법안은 마련 됐으나 있으나 마나 한 꼴이다. 피해자들은 이에 크게 분노 하고 있다.

2011년 질병 관리 본부도 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사회 문제로 공론화 되자 조사에 나서 피해 사실을 확인 했으나 그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더욱이 정부는 먼산 불구경 하듯만 했다. 검찰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나서야 수사하는 늑장을 보였다. 며칠전 뒷돈을 받고 살균제 유해성 실험 보고서를 조작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를 구속했으나 앞으로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 성분을 판매한 SK케미칼 관계자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사인 롯데 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기는 했다.

8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 대표는 원내 대표가 된후 첫 당정 협의를 갖고 윤성국 환경부 장관을 앞에 놓고 미온적인 정부 대책을 질타 했다. 그러자 윤 장관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해 책임을 통감 한다며 정부 차원의 역학 조사를 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4당중 가장 먼저 가습기 살균제 이슈를 꺼내든 당은 더불어 민주당이다. 더민주당은 지난달에 이미 국회 특위구성과 청문회개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양승조 특위 위원장은 9일 가습기 살균제 대책 첫 특위를 열고 피해자와 가족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더민주당에 공조 의사를 밝혔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공동 발의를 제안 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침몰된 배안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는 어린 학생들을 구출하지 못한 세월호 사건과 비슷 하다는 점에서 제2의 세월호 사건으로도 불린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심각히 다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8일 집단소송제 법안과 징벌적 손해 배상제 법안은 19대 국회가 통과 시켜야 한다며 그간 정부는 피해자에 화답하지 못했고 국회는 외면 했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사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뒤늦게 특별법을 제정하고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금 국회는 회기중 이다. 오는 19일로 회기가 끝나면 19대 국회는 사실상 문을 닫는다. 그런데도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여야의 해법이 달라 합의 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먼저 피해 보상을 해준 뒤 나중에 옥시측에 구상권을 청구하자는 것인데 비해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당장 청문회를 열어 정부 책임을 묻고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새누리당은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는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 하고 국정 조사는 청문회가 미진 하면 그때 가서 하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각당의 견해가 달라 얼마 남지 않은 기간내에 핵심 법안 처리란 불가능하다.

합의했다고 해도 제대로 진상 규명이 될지도 의문이다. 세월호 진상 조사가 갈등만 일삼다 유야무야된 것은 좋은 실례라 할수 있다. 11일 국회 환노위 전체 회의가 열리고 19일 본회가 열리는 것으로 19대 국회는 끝나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20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