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복 편집국장

검찰이 진경준 검사장을 소환 첫날 곧바로 긴급체포하면서 ‘넥슨 주식 대박 사건’은 최종 사법처리 수순만 남겨놓게 됐다. 검찰은 공소시효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되던 2005년 주식 무상취득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했다. 진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으로부터 제네시스를 무상으로 넘겨받고 대한항공에 대한 내사 종결 대가로 처남 명의 회사를 통해 거액을 챙긴 파렴치한 작태도 파악해냈다.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온갖 부정축재를 일삼은 사람이 검사장이 될 정도면 검찰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막장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100억원대가 넘는 넥슨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2009년부터 서울중앙지검 금융 조세조사부장을 맡았으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진경준 검사장이 검찰 조사에서 주식 구입 자금에 대해 말을 바꾸다가 3월 재산 공개 때는 자기 돈, 4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에선 처갓집 돈이라고 했지만 6월 넥슨에서 4억2500만 원을 받아 주식을 산 뒤 갚은 것으로 금융거래 명세에서 나타났는데 이제는 그 돈을 다시 차명계좌로 돌려받은 것이 확인됐다. 진 검사장은 전날 김정주 NXC 회장이 검찰에서 “주식대금 4억여 원을 그냥 줬다”고 진술하자 그에 맞춰 ‘자수서’를 통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끝까지 범죄를 감추려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리자 마지못해 인정한 것이다.

스폰서 검사 논란을 시작으로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김광준 부장검사 뇌물수수 사건을 비롯한 숱한 파문에 휩싸여 온 검찰 조직으로선 또 한 번 참담한 상황을 맞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엄중한 사법처리로 기강을 세워야 한다.

진 검사장이 금융조세조사부장을 지내면서 한진그룹 수사를 봐주고 뒷돈을 챙긴 것은 예고된 결과다. 검찰의 진 검사장에 대한 수사과정 역시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월 말 공직자 재산공개로 진 검사장의 126억원 주식의혹이 불거졌을 때 법무부와 검찰은 “개인문제”라며 수수방관했다

이렇게 100일 가까이 강제수사권을 발동하지 않았던 검찰이 진 검사장이 출두하자마자 ‘새로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긴급체포 사유를 밝힌 대목에서는 얼굴이 화끈거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특임검사에게 사건을 넘겨주기까지 석 달간 뭘 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올 3월 진 검사장 의혹이 불거졌을 때 “자기 돈으로 투자한 게 문제가 되느냐”며 안이한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는 공직자윤리위 심사 착수 직후 진 검사장이 사표를 제출하자 수리하려 했다. 청와대도, 법무부도, 특임검사 도입 전의 검찰까지도 진 검사장의 거짓말에 놀아나 그의 범죄가 묻힐 뻔했다.

검찰이 이제라도 명예를 회복하려면 끼워 맞추기식 억지 기소보다는 대가성을 제대로 밝혀내 뇌물을 바탕으로 번 돈 120억 원이 진 검사장의 수중에 남아 있는 것을 눈뜨고 보고 있을 수 없다. 특임검사는 120억 원 모두 추징하지 못한다면 검찰 문패를 내린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