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처리' 논란을 빚은 한일 간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ㆍ이하 정보보호협정) 체결이 연기되면서 청와대의 체면이 구겨지게 됐다.

정부가 지난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을 즉석 안건으로 올려 비공개로 통과시킨 데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은 그동안 한일 간 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을 적극 추진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청와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국무회의에서 정보보호협정을 비공개로 통과시킨 이유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정보보호협정에 대한 절차가 마무리됐을 때 공개하는 게 외교상 관례"라며 "비밀로 처리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7일 중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 협정 체결 계획을 보고 받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보보호협정이 위안부ㆍ과거사 문제에다 `핵무장'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일본과의 첫 군사협정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강행 처리 배경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비록 한일 간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과 교환된 정보를 보호ㆍ관리하는 절차를 담은 초보적 수준의 군사협정이라 하더라도 국민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과의 군사협정을 서둘러 비공개로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매끄럽지 못한 처리 방식이 여론의 질타 속에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정부 측에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처리 보류 및 유예를 공식 요구하는 상황을 불렀다.

청와대와 정부 측 설명을 종합해보면,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연기가 전격 결정된 것은 이날 오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유예 요청을 받고 난 뒤인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새누리당의 유예 요청을 받은 뒤 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새누리당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보보호협정 연기 배경에 대해 "국회에서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해 연기한 것"이라며 "국회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한일 양국에서 절차를 다 마쳤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추진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