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권의 유혈진압이 최악으로 치닫자 자국 내에 최소한의 구호활동이 보장되는 '안전지대'를 설정해야 한다고 22일(현지시간) 현지 반정부 세력이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안전지대 설정이 자칫 시리아 반정부 세력에 대한 무기 보급로로 악용되고 외국군 개입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전보다 강화된 대(對)시리아 제재를 마련, 오는 27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영국 외교부는 시리아 홈스 지역에서 서방기자 2명이 정부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자국 대사를 소환해 두 사람의 시신 운구를 요구하며 항의 표시했다고 AP와 AFP통신 등이 전했다.

◇ 시리아 반정부 세력 '안전지대' 설정 촉구 = 시리아의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는 이날 구호물품 보급을 위해 자국 내 특정 지역에 '인도주의적 보급로'를 형성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이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구호품 전달과 부상자 후송을 위해 하루 2시간씩의 휴전을 제안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인도주의적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도 보장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풀이된다.

SNC는 오는 24일 튀니지에서 열리는 국제연대 회의 '시리아의 친구들'에 참석해 시리아 내 3곳에 구호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안전지대를 설정하자는 방안을 공식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NC가 제시한 안전지대 장소는 레바논 국경지대(중부 홈스 지원), 터키 인근지대(북서부 이들리브 지원), 요르단 인근지대(남부 데라 지원) 등 모두 세 곳이다.

그러면서 SNC는 "러시아가 시리아 정권에 구호활동 보장을 촉구하겠다고 약속해야만 실현 가능하다"면서 러시아의 협조를 요청했다.

◇ 러시아 '난색'…무기유입, 외세개입 우려 = 구호활동을 위한 안전지대를 설정하자는 SNC의 제안에 러시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루 2시간씩 휴전하자는 ICRC의 제안은 지지하지만, SNC의 요청대로 시리아 내에 안전지대를 설정한다면 자칫 시리아 반정부 세력에 대한 무기 보급로로 악용돼 정정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러시아의 게나디 가틸로프 외무차관은 시리아에 안전지대를 설정하려면 외국군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군사력 동원으로 치닫게 될 것이므로 효과적인 방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고 크렘린궁 측은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외국의 개입 없이 시리아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시리아 사태가 내전으로 악화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 "EU, 시리아 추가제재 다음 주 발표" = EU가 기존보다 강화된 대시리아 제재 조치를 오는 27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27개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강화된 시리아 제재안에는 시리아 화물기의 EU 역내 착륙금지, 시리아 중앙은행 EU 역내 자산동결, 시리아 정부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인산염 수입 금지, 시리아산(産) 금 및 귀금속 수입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EU 역내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리스트에 시리아 정부인사 7명을 추가로 포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리아와 광범위한 교역을 해온 일부 EU 회원국은 시리아 중앙은행의 전면적 자산동결에 반대하고 있다. 또, 상업용 항공기 운항 금지는 향후 시리아에 체류하는 EU 국민을 대피시킬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시리아에 조만간 발레리 아모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HCA) 국장을 파견, 현지 상태를 확인하고 구호활동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게 할 계획이라고 유엔 측은 밝혔다.

◇ 英, 시리아 대사 소환…서방 기자 시신운구 요청 = 영국 외교부는 시리아 정부군의 포격으로 서방 기자 2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자국의 시리아 대사를 소환, 항의의 뜻을 표명하고 시신을 본국으로 운구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외교부는 두 사람의 순직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시리아 중부 지역인 홈스에서 벌어지는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시리아 정부군이 홈스 중심부의 바바 아므르에 집중 포격을 가하면서 그 지역에 있던 영국 선데이 타임스의 마리 콜빈(56.미국)과 프랑스 사진기자 레미 오슐리크(28.프랑스)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한편 최근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의 드루즈파(이슬람의 한 분파) 거주지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유혈진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 때 시리아로부터 이 지역을 점령한 이래 드루즈파가 이처럼 반(反)시리아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면서 "아사드 대통령이 '최후의 보루' 가운데 한 곳을 잃었다"고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