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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의료계'진흙탕싸움'갈수록 심화
기사입력 2012-07-23 오후 12:58:00 | 최종수정 2012-07-23 12:58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 서비스 주체들이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서로 상대방에 대한 독설과 비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중요한 쟁점들이라면 지금처럼 각 이해관계자들이 '장외'에서 일방적 주장을 앞세워 여론전을 펼치기 보다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등 공식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 등의 지적이다.

◇의협-한의협, "한의원 만성질환관리제·현대의료기 손 떼라" vs "양의사 천연 물신약 쓰지 마라" =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일 '한의계, 돈에 눈멀어 의료공급자 최소 도의 져버려'라는 원색적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의원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만성질환관리제, 이른바 선택의원제는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특정 동네병원(의원)을 정해 지속적으로 관리 받으면 본인부담금을 30%에서 20%로 깎아주는 제도다.

의협은 "한의학 특성상 체계적 학문 개념, 과학적 관리·치료·검사·평가 기법, 객관적 모니터링 방법 등이 전혀 없음에도 한의사에게 고혈압과 당뇨 등의 관리를 맡기는 것은 현대 의학을 부정하는 일"이라며 "얄팍한 인센티브에 눈이 멀어 무면허 의료행위 소지가 있는 이 제도에 참여하려는 한의계가 의료공급자의 일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한의협은 한의사의 초음파·레이저 등 현대적 진단기기 사용을 의협이 방해하고 있다며 양의사의 천연식약물 활용 사례를 고리로 공세를 펴고 있다.

한의협은 지난 10일 성명에서 "한의약육성법이 개정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활용, 의료기사 지도권 부여 등 후속 법적조치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TV 방송 등을 악용한 의협의 한의사 및 한의약 죽이기에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고, 의협은 자신들에게 손해가 되면 정부·언론·국민·다른 직능단체를 무조건 공격하고 비방하는 직능이기주의를 버려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에는 "학문·임상적 근거가 전혀 없는 양의사들이 '천연물신약'을 버젓이 처방하는 현실은 잘못됐고, 천연물신약에 적용되는 양방 건강보험도 즉각 철회돼야한다"고 밝혔다.

◇의협, 병협·건보공단·심평원 등과도 '충돌' = 의협은 포괄수가제, 비급여 진료가격 공개, 의사 노조 설립 등을 계기로 건강보험공단과 병원협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보건복지부 등과도 일전을 펼치고 있다.

의협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복지부 산하 준국가기관(건보공단)의 준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조직적으로 막말과 저열한 표현을 동원해 의사 직업 전체를 비하하고 명예를 훼손한 것은 비열한 행위"라며 "건보공단이 반성과 사과 없이 궤변을 지속하면 의협은 광고를 통해 발언 실명자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과 18일 일간지에 "건보공단 직원이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 의사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는 비난 광고를 싣고 '국민감사청구' 의사까지 밝힌데 이어 이제 '실명공개'로 건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노환규 의협 회장은 신·증축된 전국 건보공단 지사를 '호화 청사'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포괄수가제 시행 취지와 내용을 국민에게 올바로 알리는 것은 공단의 주요 업무인만큼 의협은 소모적 비방을 중단하고 빨리 대화의 광장으로 나와 제도 발전을 고민하라"며 맞서고 있다.

심평원의 경우 지난 5월 시민·소비자단체와 함께 포괄수가제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가 의협으로부터 "일방적 정보 제공"이라는 비난을 받은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44개 상급종합병원의 비급여 진료가격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도 공격받고 있다.

각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비급여 진료는 해당 기관에 특화된 서비스로, 의료행위의 명칭이 같다고 해서 쉽게 병원간 진료비를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의협측 지적이다.

의협과 병협은 포괄수가제 도입에 각각 '반대', '찬성' 입장으로 갈려 대립한데다 '의사 노조' 설립을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의협이 병협을 비난하고 전체 봉직의(월급의사)를 위한 '의사 노조' 결성 의지를 밝히자 병협도 "(의협 집행부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며 "병협을 경영자단체로 지칭하고 피교육자인 전공의를 선동해 혼란을 야기하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반발했다. 병협은 대응책의 하나로 의협회비 일괄징수 업무를 거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인 닮지 말고 전문가답게 건정심서 토론해야" = 이 같은 이전투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난무하는 비난과 비방은 상대의 정체성을 무시할 정도로 수위가 높을 뿐 아니라 지극히 소모적인 '싸움'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건정심 등 공식적 협의 테이블에서 이뤄지는 생산적 공방이 아니라, 직접 각 기관이 다른 기관이나 여론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자기 목소리만 내는 식이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정치인처럼 일방적 주장과 여론전에 집중한다면 비전문가인 국민만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건정심 등 공식적인 협의 체계 안에서 자기 주장을 내놓고 합리성을 검증받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남 팀장은 "특히 이런 대립 현상은 의협에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 심해졌다"며 "의협 집행부는 임기 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할 게 아니라 건정심에 복귀해 장기적 의료 서비스 발전 방향을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지난달 24일 7가지 질병에 대한 포괄수가제 당연 시행을 앞두고 건정심을 탈퇴한 바 있다.(premiumnews)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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