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6일 국회에서 넘어온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특검법안' 심의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민주통합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도록 한 부분에 위헌 소지가 명백하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 자체로만 보면 실무적으로 판단했을 때 받아들이기가 불가능한 법"이라면서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만 해도 "법률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며 보인 신중한 태도와 사뭇 달라졌다.

이 때문에 거부권 행사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특히 청와대의 항변 논리는 특정 정당에 특별검사 추천권을 준 전례도 없다는 것이다. 역대로 `옷 로비 특검'을 포함해 9번의 특검이 이뤄졌지만 매번 대한변호사협회나 대법원장이 추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은 이번 사건의 문제를 제기한 사실상의 이해당사자로서 특별검사 추천 주체로서 부적합하다고 청와대는 주장했다.

청와대는 지난 2008년 1월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제시했다. 당시 헌재는 특검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에서도 독립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안이 이러한 헌재의 판결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의 사례도 거론했다.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이 제기된 당시 특별검사 추천권을 국회의장으로 규정했지만, 지금과 같은 문제제기에 따라 최종 법안에는 대한변협이 추천토록 바꿨다.

이 관계자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과연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서 "이번이 선례가 되면 앞으로 특검을 도입할 때마다 어느 정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할 것이냐로 싸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부권을 행사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7∼14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검법안이 넘어온지 15일 이내인 21일까지는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법안의 입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위헌적인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단서도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거부권을 곧바로 행사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여당과 정치적 관계 때문이다.

특검법은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에 따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벌써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최근 박근혜 대선후보와 단독회동을 통해 어느 정도 당청간에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는 했지만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임기말 양측에 다시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