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8일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국방개혁 관련법안들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데 대해 `작심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장교 합동 임관식'에서 군의 투철한 국가관과 대비태세를 강조하면서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전쟁의 양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면서 "여기에 맞춰 합동성을 강화하고 지휘체계를 일사불란하게 정비하는 것은 전 세계 군의 공통된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언급에는 국방개혁안이 여야 간 이해관계 충돌로 논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18대 국회에서 용도폐기될 운명에 처한 데 대한 아쉬움이 투영돼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방개혁안은 아예 안건에서도 배제됐다. 정치권 전체가 4ㆍ11총선 체제로 돌입하고 연말 대선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방개혁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국방개혁안이 이처럼 표류하고 있는 것은 여야 간 충돌 외에도 육ㆍ해ㆍ공군, 현역 및 예비역 사이에서도 이해가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개혁안의 핵심 내용인 각군 참모총장이 갖고 있는 인사권과 군수지원ㆍ교육 등 군정권(軍政權)과 합동참모의장이 보유한 군사작전 등 군령권(軍令權)을 통합하려는 게 걸림돌이다.

군 지휘체계를 합참의장 지휘 아래 두고 참모총장들도 군령권을 갖도록 바꿔 유사시 작전 지휘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3군과 예비역들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해ㆍ공군 출신 예비역들은 `육군 독식을 위한 통합군제'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3년여 앞둔 시점에서 지휘구조를 보완하고 전력을 보강해 독자적인 방위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군사력을 계속 증강시키고 있다"면서 "국방개혁은 우리 군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싸워 이길 수 있는 군을 만드는 것이며, 앞으로도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오늘 축사에서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데는 이번 국회에서 국방개혁 관련법안들이 반드시 처리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시급한 국방개혁안이 좌초한 배경에는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이견뿐 아니라 군 내부의 `밥그릇 싸움'도 한몫했다"면서 "국방개혁안은 다음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