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선임기자

재판을 하던 법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에게 막말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의 유모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사문서 위조 및 사기 사건을 재판하던 중 60대 증인이 불명확한 진술을 거듭하자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당사자는 혼잣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마이크가 켜져 있어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발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유 부장판사는 물론 양승태 대법원장까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사과했지만, 증인이 입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5월 인천지법에선 판사가 이혼소송 중인 여성 원고에게 "입은 터져서 아직도 계속 말이 나와요?"라고 말해 소송 당사자가 법관기피신청을 냈다. 2010년 4월 서울중앙지법의 40대 판사는 69세 원고가 허락을 받지 않고 발언하자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나오느냐"고 질책했다. 올해 1월 발표된 서울지방변호사회 자료에는 "당신이 알지 내가 알아!" "20년간 맞고 살았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라" "모르면 좀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고 준비서면을 내라" 등 일부 판사들의 부적절한 언사가 소개되기도 했다.

진화(鎭火)에 부심하고 있는 사법부도 딱하다. 서울동부지법은 법원장이 구두 경고한 한편, 당해 사건 재판으로부터 물러서겠다는 유 부장판사의 회피 의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후 막말 판사에 대한 비판이 점점 고조되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25일 성명을 통해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며 전 국민 앞에 사죄했다.

법관이라는 직명, ‘법’이라는 관형(冠形)이 아까운 일부의 수준 이하 작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해 가사재판 도중 “입이 터졌다고 말이 계속 나오나”라는 게 막말의 압권(壓卷)쯤이었다. 법정 밖에서도 ‘일탈(逸脫) 3인조, 최은배-서기호-이정렬’의 막가파식이 지탄 대상이었다. 그 가운데 서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지금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으로 23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사법부를 ‘훈계’했다. 소극(笑劇)이다.

우리는 법원 수뇌부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2월 대법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현 국회의원)를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켰다. 반면 법정에서 막말을 한 판사가 징계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판사가 법정 밖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데는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법정 내 막말에는 적당히 넘어가는 식이 되어선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 요원하다.

일부 젊은 판사들이 공부만으로 사법시험을 통과해 인성이 부족하고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개탄하는 선배 판사들도 적지 않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