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복 편집국장.

현직 검사 성추문 사건의 피해 여성 사진을 수사와 관계없는 검사와 검찰 직원들이 정부 전산망을 통해 열람했다고 한다. 피해 여성의 사진 유출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모처럼 공조 수사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여성의 사진을 전산상에서 조회한 것으로 드러난 검사와 검찰 직원 24명의 명단을 검찰측에 넘겼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사진을 유출한 용의자가 누구인지 자체적으로 조사한뒤 늦어도 2주 내에 결과를 경찰에 넘겨주기로 결정했다. 검경이 수사협의회를 통해 합의를 도출한건 처음이라고 한다.

검찰 측 인사가 경찰로부터 대거 출석 통보를 받은 초유의 사건이기도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수사기관이 국가사회 전반을 규율하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저버리고 국가 기능을 범행수단화한 혐의라는 점에서 더더욱 충격적이다. 공직 기강은 물론, 고도화한 정보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중범죄(重犯罪)가 아닐 수 없다.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검찰 조직이 성폭행 피해 여성의 사진을 유출시켜 커다란 2차 피해를 유발했다면 절대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유출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를 엄벌해야 마땅하다.

검찰은 사진을 유출한 용의자가 누구인지 자체적으로 조사한뒤 늦어도 2주 내에 결과를 경찰에 넘겨주기로 결정했다니 다행한 일이긴 하지만 이번 수사는 피해 여성측이 사진의 최초 유출자를 색출해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함으로써 시작된 사건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2항은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를 목적 외 이용·제공의 한 근거로 규정하면서도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때’는 다시 제한하고 있다. 그 규정을 어겨 성피해 여성, 그것도 검사가 저지른 범행의 피해자 사진을 열람 내지 유출했다면 개인의 호기심·관음증을 훨씬 넘어서는 죄질이다.

검찰과 경찰이 주어진 권한을 조화롭게 행사해 치안을 확보하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는게 중요하다. 검경은 이번사건 사진의 열람·유출 과정을 철저히 규명하고 범인을 색출·엄벌함으로써 국가가 보관중인 개인정보에 대한 국민 불신을 덜고, 유사한 범행의 재발을 막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