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열 영상팀장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부모님과 노인을 극진히 보살피는 ‘효’사상을 자랑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제는 ‘효’에 대한 가치는 멀어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주위엔 자식들로부터 버림을 받거나 폭행 위협 등 신체적, 정신적, 방임, 경제적인 학대를 당하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더 이상 가정이 아닌 사회적문제로 해결할 때가 왔다.

최근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지난해 노인학대신고는 4.730건으로 2006년보다 18.4% 증가 했다. 그러나 숫자는 실제 학대 사례에 비하면 1.7% 늘어난 2.312건에 불과 하지만 노인들이 괴롭힘을 당해도 가족의 체면을 생각해 참고 견디어 신고율은 10~14%에 지나지 않아 10명 중 1명꼴이다. 실제 벌어지는 학대행위는 10명 중 4명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우리사회의 노인학대가 매우 심각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노인을 학대하는 가해자들 90%가 아들, 딸, 며느리, 사위 등 가족이기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쉬쉬하는 노인 학대의 특성상 알려진 사례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학대 받는 부모들이 가족들을 범인으로 만들려 하지 않아, 학대받는 노인이 더 많음에도 학대 사실이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학대는 노인에게 말을 함부로 하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는 언어적 학대와 노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정서적 학대에서부터 심하게는 구타와 폭력을 행하는 신체적 학대, 부양의무를 포기하고 내다버리는 현대판 '고려장'인 유기하는 행위와 아울러 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 치료 및 요양비를 거부하는 경제적 학대까지 포함되고 있다.

노인학대의 개념은 부양의무자가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노인에게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인 학대 등을 가하거나 부양의무를 기피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세부적 유형별로는 노인에게 신체적 손상, 고통, 장애 등을 주는 행위로 폭언, 모욕, 위협, 협박, 성폭행 등 언어 및 욕설 등을 통하여 정서적 고통을 주는 행위, 경제적 학대, 부양의무자로서의 책임이나 의무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행위, 또는 노인의 의식주 및 의료에 적절하게 제공하지 않거나 포기하는 행위가 있다.

이밖에 노인 스스로가 의식주 제공 및 의료처치 등의 최소한의 자기보호관련 행위를 무관심으로 포기 또는 비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심신이 위험한 상황에 이른 행위, 영양실조나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 보호자 또는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버리는 유기행위 등을 꼽을 수 있다.

더욱이 노인학대의 주된 원인으로 경제적 부담이 거론되면서 물질적 가치에 매몰되는 일그러진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 학대 주요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장 조사과정에서 만난 학대행위자 대부분이 “왜 나만 자식이냐” 오히려 불만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한 장남은 형제들 모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말고 아버지의 재산을 미리 정리하여 유고시까지 요양원 입원비로 충당하라고 형제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들 간, 형제들 간의 이런 경제적 갈등은 끝내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표출된다.

“지난달 서울에 사는 50대 중반의 남성 상담자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찾아와 노부모를 요양원에 모시는데 형제들이 서로 경제적 부담을 안지겠다며 장남인 나에게 모든 짐을 떠맡기고 있어 법적 해결방안은 없느냐며 도움을 요청해왔다”고 말한다.

그에겐 4남매 형제자매가 상호 합의 끝에 월 100만원의 소요되는 요양비를 25만원씩 각각 분담하여 90고령의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셨다. 그 후 1년간 아버지 요양비를 부담하던 형제들이 더 이상 부담할 수 없으니 장남이 짐을 떠맡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형제들 간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극한상황에선 법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사례까지 예로 들었다. 그들은 모두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음에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신체적 노화로 고통을 당하고 있어도 빈곤으로 적절한 건강보호를 할 수 없고 만성적 장기적인 질병의 발생 빈도가 높아 의료비 부담이 큰 문제가 되었다. 노인성 질환은 노환으로 정신질환을 노망이라 하여 환자를 방치하는 경향이 있으며, 만성질환의 경우 가족 특히 아들, 딸, 며느리의 심리적 부담이 크다.

이는 가족의 불화를 일으키는 중요 문제로 등장한다. 따라서 가족들의 노인 보호에는 한계점이 있으며 노환이나 치매 등의 가정에서의 간호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되어 요양원을 찾는다.

정부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환 때문에 일상생활을 혼자하기 어려운 병약자를 수발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지난 2007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규정 제1조에는 “우리사회의 인구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제공하는 신체활동, 가사활동 등의 장기요양급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노후에 건강증진 및 가족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가족이 떠맡았던 치매나 중풍환자, 거동이 불편해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을 위해 사회연대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마련된 제도다. 이제도를 시행함으로써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가족부담이 가벼워 졌다.

치매나 중풍, 노환으로 보살핌을 받아야할 노인이 급증해 2012년 현재 전체노인의 12.8%인 100만 명에 달한다.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등으로 이들을 더는 가족에게만 맡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치매 등 정신질환이나 노환을 돌보는 가정은 부양문제로 부부싸움, 형제간 갈등, 자녀교육 포기 등 심각한 고통을 격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이에 대한 국가가 사회적 대응책으로 내 놓은 것이다.

요양원에 입원하면 식사제공은 물론 신체활동지원 등을 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신체활동은 세면, 머리감기기, 옷 갈이 입히기, 목욕, 식사도움, 이동도움, 신체기능의 유지증진 등을 말한다. 이러한 노인의 모든 신체적 활동을 전문 요양보호사들이 도와준다.

그 외에 신체기능후련, 일상생활 동작훈련, 문리치료, 운동놀이, 간호 및 처치, 치매관리지원, 응급서비스, 기타 언어치료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는다.

요양원에 입소하려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장기요양등급을 받아야 한다. 1,2,3등급이 있는데, 그중에서 요양원 입소는 1,2,3에 해당하여야 입소할 수 있다. 등급판정을 받으면 국가에서 80%를 지원해 준다. 그러면 보호자는 20%인 2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등급이 없는 등급외자는 한달 기준 120~150만원을 내야한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제기된다. 한달 기준 요양비를 자녀들이 분담하여 각자 자기 목을 내야 하는데 형제들 간 ‘내니 못 내니’ 갈등이 심화되어 형제간의 인연을 끊는가 하면 주먹다짐에서 법정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

입원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경제적 지원포기, 유기사건을 포함한 노인 학대 사례들은 극히 일부 반인륜적 패륜행위로서만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건들이다. 이런 패륜행위가 일어나는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실상에도 불구하고 노인 학대는 아직도 숨겨진 문제로서 은폐되고 있으며, 노인학대를 사회 문제로 인식이 부족하다.

사람이 나이가 많아지면 심신이 쇠약해지고 노인성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져 자립생활이 어려워진다. 이런 때 우리 노인들은 가정에서 자녀들의 부양을 받으며 살아 왔다. 지금의 노인들은 젊었을 때 전통적인 관습에서 노부모를 가정에서 부양하며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늙으면 자녀들에게 의지하며 살겠다는 생각과 기대가 컸으나 오히려 그들을 학대한 주범은 아들딸들이었다.

그 가운데 부양의무가 딸에게도 의무가 있다는 부양의무에 대한 재산상속법 관련규정이 개정됨으로써 부모학대는 아들이 50%, 딸이 45%로 각각 늘어났다. 그런데 어떤 자녀들은 부모의 병간호를 서로 하지 않으려고 싸우거나 치료비 및 입원비를 내지 않겠다고 다툰다.

부모가 죽거나 말거나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자식들, 부모를 버리는 자식들, 자식에게 버림받는 노인들 등 자녀들의 패륜적 행위가 요즘 사회에서 이웃이 알게 모르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노인학대가 늘어나는 원인은 사회적 관심부족, 전통적 가치인 ‘효’사상의 퇴조나, 빠른 속도로 고령화와 핵가족화에서 비롯되었다. 부모는 우리를 낳아 기르고 문화를 창조 계승하여 국가와 사회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데 공헌한 어른으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야 할 분들이다.

그런데 노년에 접어든 부모에게 가해진 이러한 학대는 천인공노할 자식들의 배은망덕한 행위로 사회를 공분케 했다. 현대사회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회라고 한다.

아무리 물질만능시대로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할지라도 자신들을 위해 그토록 헌신하고 가르치고 오늘날 사회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끔 정성을 다한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이다.

우리나라는 옛 부터 위로 부모를 정성껏 섬기고 아래로는 자녀를 훌륭히 길러서 그 자녀들이 다시 조상을 받들 줄 알도록 가르쳐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현대화된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로 인해 전통적인 ‘효’의식이 약화되고 인구의 고령화가 사회적 상황에서 노부모부양문제가 현대가족의 문제점이 되었으며 더 나아가 사회전반의 문제로 떠올랐다.

과거 노인들은 사회전반의 가치체계이며 신념체계인 ‘효’사상에 근거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는 물론 사회의 어르신으로서 절대적인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자녀, 특히 장남과 동거 하면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 당연한 전통사회의 부양의식으로 생각하며 살아 왔다.

이러한 결과로 대부분의 노인들이 노후에 자식들에게 부양을 받으며 생활하는 것이 당연시 하였다. 당시에는 부모가 노환이나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을 때 자녀들이 그대로 수수방관한다면 정서적으로 용납되지 않음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사실 우리의 부모들은 자기 힘이 다할 때까지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봉사하고 헌신 하였다. 그러다 보니 노후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것이었다. 이러한 노인들의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희생에 반해 자녀들은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풍조가 당연시되어 가고 있다. 부양은 고사하고 용돈 안준다고 구타를 일삼고, 귀찮다고 부모를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병원입원비 많다고 지원을 거부한다. 이런 일이 아닐 찌라도 요즘 자식들들 부모 알기를 우습게 알고 함부로 대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도 안타까운 것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효‘하면 구시대적인 정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효‘를 교육하기보다는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현대 사회가 격고 있는 비인간화를 예방하고 따뜻하고 정다운 가정과 부모자식간의 사랑, 이웃을 만드는데 ’경로‘ ’효‘사상을 되살리는 것만이 시급한 과제다.

물론 학대받는 노인의 고통이 심할 경우 ’노인복지법‘ 이나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형법에 의해 형이 확정될 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관련법규정에 따라 신고하면 신분이 보장되고 노출되지 않고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녀들이 밉다고 고발하기 전 먼저 가정 및 학교, 사회에서 ‘경로’‘효’사상 을 가르쳐야 한다. 첫째 가정교육에서부터 ‘효’에 대한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하여 ‘효’란 아름답고 사랑이 충만한 가정의 기본적인 생활 속에 실현할 수 있는 것임을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본을 보임으로써 자연스럽게 자녀의 효행을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학교에서의 ‘효’교육이 좀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교에 입학하게 되는 학령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가정에서 다하지 못한 ‘효’교육은 학교에서 분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셋째 사회에서의 ‘효’교육이다. 각기 다른 직업과 생활, 가치관, 교육수준을 가진 현대인에게 예전처럼 ‘효’ 경전(經傳)을 통해 일괄적으로 교육한다 함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대중이라는 무리 속에 ‘매스미디어’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문학도 매스미디어로의 하나로 사회를 고발하고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학은 소설에서부터 신문의 사설, TV드라마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의식과 생활에 영향을 주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다. 바로 ‘효’의식을 비판하고 ‘효’사상을 고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따뜻하고 정다운 가정과 이웃을 만드는데 길잡이가 되었던 ‘경로’ ‘효친’ 사상을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되살리는 것은 현대사회가 격고 있는 비인간화를 예방하는데 있어서 매우 귀중한 도덕적 바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