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복 편집국장

전국신문사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제57회 신문의 날을 맞아 국회 정론 관에서 '신문 산업진흥에 관한 특별법의 조속한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에 신문 산업진흥특별법 제정 등 신문에 대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지원정책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을 비롯해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이송 의장, 민주통합당 전병헌, 윤관석, 배재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신문 진흥 특별법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신문 방송 편집인 협회(옛 신문편집인협회)는 57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 탄생일을 신문의 날로 제정하고, 그를 통해 신문의 사회적 사명과 책임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왔다. 하지만 생일을 맞는 언론인들의 마음은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 한쪽에서 인터넷과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밀려 신문을 보는 인구가 날이 갈수록 크게 줄고, 또 다른 쪽에선 기자들이 자사 이기주의와 진영논리, 광고의 힘에 눌려 스스로 신뢰를 까먹고 있는 게 신문의 현주소다.

노조는 "서구 선진국들은 신문의 위기를 민주주의 위기라고 부르며 신문의 위기 극복을 국가 어젠다로 설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광범위하면서도 폭 깊은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하고 신문 산업의 위기는 질과 양적인 면에서 방송, 인터넷, 통신 전반에 흐르는 콘텐츠의 빈곤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이는 연예, 오락, 스포츠, 여행 등 연성 콘텐츠의 과잉과 공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콘텐츠의 빈곤을 유발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의 기반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공동체에 대한 유용한 정보는 부족하다. TV, SNS 등은 연예, 오락과 같은 감각적이고 선정적인 연성 기사를 쏟아낼 뿐 사회를 통합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도 ‘신문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여당 쪽도 이 법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기 바란다.

언론사 및 언론인 스스로 먼저 반성할 대목도 적지 않다.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자사 이기주의와 진영논리에 빠진 기사·논평의 범람, 자전거와 상품권, 심지어 현금까지 동원한 판매방식의 문란, 광고지상주의에 빠진 경영의 안일함으로는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 점차 흐려져 가는 기자들의 윤리의식도 신문으로부터 독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언론인들은 신문의 날을 맞아 다시금 117년 전 엄혹한 환경에서 독립신문을 만든 선배 기자의 뜻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