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서승직교수

한국은 능력중심사회를 외치지만 실상은 뿌리 깊은 학벌만능사회다. 이런 만연된 교육정서는 마침내 대학을 사실상의 의무교육으로 만들었으며 실업자가 될지언정 대학에 진학하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교육의 백년대계를 간과한 잘못된 교육정책의 누적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근본적인 해결책의 모색보다는 당장의 국면만을 위한 임기응변적인 안일한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이 모두는 한결같이 포퓰리즘의 교육정책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런 정서로 세계최고의 기능강국이면서도 기능선진국의 반열에 들지 못하고 있으며 기능인이 편안한 삶속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안거낙업(安居樂業) 세상을 만들지 못해 제조업의 경쟁력도 잃게 만든 것이다.

원칙도 없는 교육정책은 대학과 전문대학 그리고 특성화고에 이르기까지 교육기관의 정체성마저 잃게 한 것이다. 산업인력육성이 본질인 특성화고 졸업생의 절대다수가 대학진학의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나 전문대학을 사실상의 4년제 대학을 만든 것만 봐도 교육의 모든 것이 오직 대학으로 통하고 있음의 반증이다. 이런 정서로 2012년 기준 고등교육기관과 재적학생 수는 각각 432개교에 372만 8802명에 이르게 된 것이다.

대학만능주의는 부실대학난립과 대졸청년실업자 양산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학사학위는 실업자증이 된지 이미 오래며 오직 도토리 키 재기식의 경쟁만을 위한 실속도 없는 스펙 쌓기에 청춘을 다 허비하고 있다. 또 스펙이 출중한 대졸자가 넘쳐남에도 정작 기업에선 마치 홍수 때 먹을 물이 없는 것처럼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야단이다. 이것이 종지 같은 평범한 전문가는 육성할 수 있어도 항아리 같은 뛰어난 전문가를 육성하지 못하는 대학경쟁력의 실상이다. 반값등록금의 실현이 얼치기 전문가 육성이 될 수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벌만능주의타파와 대학의 정체성 회복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지만 이를 포퓰리즘의 정책으로 해결해서는 진정한 대학의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교육은 미래의 더 낳은 발전과 성장을 위한 가치 있는 투자를 해야 함은 물론 유·무형의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산실이 돼야 한다. 반값등록금의 실현으로 대학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당장 대학생이 안거낙업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대졸청년실과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을 더 어렵게 함은 물론 대학의 경쟁력저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더 절실한 것은 반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학졸업장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은 능력중심사회 실현에 달려 있다. 만연된 학벌만능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의 실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학벌만능주의의 타파 없이는 결코 행복시대를 열 수 없다. 이는 교육시스템개혁과 정신운동이 병행돼야한다. 개혁은 재건축을 능가하는 총체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할 뿐이다. 연계교육기관으로 전락한 특성화고의 정체성을 회복시켜 직업교육의 완성학교로 되돌리는 것은 대학을 대학답게 육성시키는 본질이다.

빈곤탈출과 산업화의 동력이 숙련기술인의 강점에서 비롯됐지만 GDP 10위권의 성장이후 만연된 학벌만능주의가 기능경시풍조와 교육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으며 숙련기술의 강점을 대물림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기능인의 안거낙업시스템구축과 문화의 정착은 능력중심사회의 실현의 초석이다. 능력중심사회 실현만이 학벌만능주의에서 비롯된 대학경쟁력저하, 대졸청년실업, 중소기업의 인력난, 반값등록금 그리고 교육기관의 정체성실종 등의 난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대선공약인 국민행복시대도 능력중심사회 실현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인하대학교 교수 서 승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