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복 편집국장.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청장에 취임 한 2006년 7월께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미화 30만달러와 명품시계를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당초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숨만 나오는 일이다. 그는 2007년에는 인사청탁과 함께 부하 직원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현직 청장으로선 처음구속된 전력도 있다.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그는 뒤늦게 ‘30만달러 중 일부를 받았으나 청탁 대가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냈다고 한다. 검찰은 국세청이 2006년 이재현 CJ 회장의 주식이동 과정을 조사해 3600억원가량의 탈세 정황을 포착하고도 세금을 추징하지 않은 데 CJ 측 로비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의를 밝힌 송 서울국세청장은 CJ로부터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다만 형사처벌할 정도의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국세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한다.

이들은 탈세를 눈감아 주고 뇌물과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뇌물을 주면 탈세도 면죄되고, 뇌물을 주지 않으면 세무조사로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테니 조세정의는 무엇으로 바로 세우겠는가. 역대 국세청장 19명 가운데 8명이 비리로 쇠고랑을 찼다. 검찰에서는 “국세청과 대기업의 유착관계가 일상화됐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생명인 국세청의 윗물이 이렇게 혼탁했으니 아랫물이 맑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지난봄에는 서울국세청 조사국의 직원들이 7개 기업으로부터 3억여원의 뇌물을 받아 나눠 가졌다가 적발됐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세무공무원이 위아래 할 것 없이 자기 주머니만 채우거나 향응에 빠져 지낸 셈이다. 부조리가 국세청의 관행이고 조직문화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를 낳는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과 함께‘4대 권력기관장’으로 불리는 국세청장의 말로가 이를 증거한다

역대 정부는‘청렴한 국세청’을 구축하기 위해 개혁과 청렴도 강화 방안을 무수히 시행했다. 하지만 아직도 최고위 간부들이 버젓이 뇌물을 받고 있으니 허사였다‘국세청법’을 제정해 국세청장 임기제를 도입하고 국세청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돈 받고 탈세를 눈감아주는 일 따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CJ 로비 의혹과 관련된 전·현직 국세청 간부들을 모두 조사해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바란다. 다른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까지 철저히 수사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