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무서 정정채 조사과장.

지하경제란 통상 ‘세금과 정부규제를 피하기 위해 합법적이든 비합법적이든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숨은 경제’로 정의하며, 보통 조세회피나 탈세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2012년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290조원이나 된다고 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3%로 추정되니 엄청난 사회악이라 할 수 있다. 이 지하경제로 인하여 세수가 증발되고 국민소득 불균형이 초래되는 등 경제․사회적 역기능으로 국가경제마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조차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를 설립하여 국부를 유출하고 있는 실정이니 국세청이 풀어야 할 큰 숙제가 되었다.

더욱이 금년 들어 국내외 경기 악화로 국가세수에 비상이 걸렸다. 금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대비 10조 이상 세금이 부족징수 되었으니, 경기에 반전이 없는 한 연도 말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 질 것이고 내년 세수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상시국에 세수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여 국세청에서 그 방안 중 하나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정부에서도 그동안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지하경제의 위험성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홍보하여 왔다. 관계부처 및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으로 지하경제와 관련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가짜석유 근절대책으로 석유수급전산화 관련 법령이 마련 중이고, FIU(금융정보분석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금융자료 활용이 쉬워졌으며, 그 외 해외계좌신고제나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방안이 마련되었다. 또한 귀금속 소매업자들은 금거래와 관련하여 의무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도록 하였으며, 지금까지는 자녀명의로 주식투자나 펀드, 예금, 적금을 하였으나 차명계좌 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검찰의 협조를 받아 불법대부업자들을 적발하였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조사를 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아무리 법이나 제도를 잘 만들어 집행하여도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도 자료상들을 아무리 조사하고 추징하고 고발하여도 그 수가 줄지 않고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으며, 거래빈도나 규모가 조직적으로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신구속 같은 더욱 강력한 처벌조항 없이는 자료상이 사라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들어 세원추적이 어렵도록 현금거래가 급증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이 감소하고 5만원권 환수율도 낮아지는 등 지하경제가 늘어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관리와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전 국민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모든 국민들이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도 감시해 줄 필요가 있어, 지난해 6월부터 사회 각층의 전문가와 일반시민이 참여하는 탈세감시단인 「바른세금 지킴이」를 발족하였고 자율적인 감시활동을 전개해 가고 있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탈세가 자행되고 있어 전 국민들이 국세청에 탈세를 제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금년 들어 탈세제보가 상당히 증가하였는데 전년대비 탈세제보 건수도 32% 증가하였고 탈세 추징세액도 2배 증가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 7월 1일 이후 신고 분부터 탈세제보 포상금을 인상하게 되어 지하경제 양성화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포상금 지급대상이 탈루세액 1억원 이상에서 5천만원 이상으로 확대되었고, 지급률도 5억원까지는 15%(기존은 10억원까지 5%), 20억원까지는 10%(기존은 3%), 20억원 초과는 5%(기존은 2%)로 인상되었다. 이에 따라 7억5천만원 이상의 세금 탈루액을 신고하면 10억원을 한도로 억대 포상금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탈루세액이 납부되고 불복청구 절차가 종료되어 부과처분 등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2개월 이내에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글로벌화 되는 경제환경의 변화와 날로 지능화․고도화되는 탈세수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함께하는 탈세감시가 요구된다. 이제 전 국민들에게 “탈세는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국가경제를 위해서 국민 모두가 탈세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지하경제의 양성화는 어느 정도 가능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