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조건도 부사장과 
본지 김명용 논설위원과 대담.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새 각오를 하고 새 포부를 갖는다. 올해는 육십 갑자의 으뜸인 갑오년 靑馬(청마)의 해다. 푸른말이 넓은 들판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해라는 뜻이다.

靑馬는 현실에는 없는 상상속의 말이다. 동물도감과 사전에서도 찾아 볼수 없다. 하지만 靑馬는 시인 유치환 (柳致環)이 아호로 쓸 만큼 우리민족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는 동물로 사랑 받고 있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꿈이 깊었나’.하는 선구자 노래도 있다. 일제 강점기 우리 선조들은 말을 타고 만주 벌판을 달리면서 독립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지나간 靑馬의 해를 되돌아 보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1894년의 갑오년은 친일 김홍집 내각이 갑오 개혁을 일으 켰고 녹두 장군 전봉준이 동학 농민전쟁을 일으킨 해였다. 하지만 그 결과들은 참담 했다.

갑오 개혁의 명분은 그럴 듯 했으나 일본의 침략 의도가 노골화 되면서 국민적 저항에 부딪 쳤고. 동학 농민 전쟁은 일본과 청나라 군대를 불러 들여 일제의 식민지로 가는 단초를 제공 했다.

60년후인 1954년의 靑馬의 해도 6.25 전쟁이 끝나고 분단이 고착화되는 시련을 안겨 주었다. 이처럼 갑오년은 우리 근현대사에 썩 내키지 않은 해였다.

하지만 靑馬의 해를 맞은 올해 한국 GM의 조건도 부사장(54)은 남 다르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靑馬처럼 그에게는 소속 회사의 발전과 함께 개인적인 질주를 염원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무엇 보다 외국계 회사의 부사장이라는 직책이 돋 보인다.

전 대우 자동차가 뿌리인 한국 GM은 인천 경제와도 관련이 깊어 인천 중추의 기업으로 불린다. 수도권 지역 뉴스는 올해 첫 인터뷰 대상자로 조건도 부사장을 선정해 그로 부터 이모 저모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GM과는 언제 인연을 맺었나

  “제가 한국 GM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우자동차 시절로 거슬러 올라 간다. 1982 코레일 축구단을 거쳐 할렐루야 축구단에서 활동하다 대우자동차 실업팁 축구 선수로 발탁된 것이 계기다. 29년전이다. 당시는 축구 선수로 입사 했으나 자동차 회사란 데에 큰 자부심이 생겼다. 한 마디로 매력이 뿜어 났다.

그래서 선수 생활을 하는 중에도 틈틈이 자동차 관련 업무를 하나 하나 익혔다. 그 과정에서 어느새 수많은 대우 직원들로 부터 신뢰 맨으로 불리 웠고 약속을 철저히 지킨다는 약속 맨으로도 회사에 널리 알려 졌다.

끈끈한 대인 관계의 신뢰가 마침내 윗 상사들에게도 알려지면서 인정 받기에 이르 렀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대우의 필수맨으로 인식돼 축구를 그만 두고 곧 바로 대우 그룹 총무 부서에서 일하게 됐다.

 -축구 선수에서 사무직원이 되기는 여간 어렵지 않았을 텐데

 “ 저는 평소에도 인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 한 것이 신뢰라고 확신해 왔다. 지금도 이것은 변함없는 나의 철학이나 다름 없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으며 한번 약속 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킨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내 권한 밖의 약속은 않기 때문에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킬수 있다. 약속을 지키기가 어려운때도 없지 않으나 이는 시간 문제 일뿐이다. 지금껏 지키지 못한 약속은 없다. 그래서 저에게는 언제 부터인가 약속맨의 닉네임이 붙어 다니기도 했다.

약속은 바로 신뢰와 소통과도 일맥 상통한다. 그래서 대우가 저를 사무직에서 일하도록 발탁 한것 같다.”

  -80년대 대우 노조는 분규중에 중역들을 무릎 꿇린 일이 있다.

“ 당시는 입사 초기 여서 내용은 잘 모르나 기억은 난다. 당시는 민주화 바람을 타고 전국적으로 노사 분규가 일어나는 시기여서 대우도 어쩔수 없나 보다.” 당시 필자는 일선 신문 기자로 활약하며 대우자동차 노사 분규 현장을 생생히 취재했다.

지금 돌아 보면 당시 대우 노조의 분규는 정말 으스스할 정도 였다. 오죽 했으면 서울 경찰력을 지원 받아 인천 경찰이 새벽 미명을 틈타 전격 투입해 해산 시키는 번개 작전을 폈겠는가. 현 관리 부서인 서문쪽의 건물 밑바닥엔 노조원들의 투신에 대비해 메트리스가 깔리고 그물망이 쳐 지기도 했다.

서문쪽 정문에는 노조원들의 강압으로 일부 중역이 무릎이 꿇리는 험악한 사태도 벌어 졌다. 하지만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도 큰 불상사 없이 분규는 무난히 수습 됐다. 지금 생각하면 그 후로는 이보다 큰 분규 사태는 없었던 같다.

 -29년간 근무하며 어떤 부서들은 섭렵 했나.

“총무부서에서 근무하며 회사 업무를 익힌 뒤 생산 부서로 옮겨 부서장에 이어 공장장 까지 지냈다. 인력, 생산, 관리 업무를 주로 맡았다. 그 과정에서 업무 능률이 올라 회사로 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독려한 결과 생산 효율을 배가 시켰다. 그러자 회사측은 더 큰 일을 하라며 노사 업무 부서로 발령했다. 노사 분규의 절정을 넘김 90년대 초여서 어느 정도 노조의 강성은 사라 졌으나 노조를 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발령 받고 처음에는 노조원 대하기가 거북할 정도 였다. 특히 노조 간부들과의 인간 관계 형성이 어려 웠다. 그러나 신뢰와 믿음으로 대하자 그들도 마음을 하나 하나 열어 놓기 시작 했다.

이들과 허심 탄회 하게 말 할수 있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됐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노조도 저의 본심을 알고 화합 분위기로 변해 매우 협조적이었다. 이후 노조의 강성 이미지는 찾아 볼 래야 찾아 볼수 없었다. 지금은 노사의 최대의 안정기를 맞고 있다. 그 동안 사소 한 일은 있었으나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는 모두가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의 친화력이 큰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2000년 부도가 나면서 회사가 위기를 맞았는데

"부도가 난후 대우가 GM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닥쳤다. 부도가 나자 1만여명에 가까운 직원들은 정리 해고등의 칼 바람에 안절 부절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회사 전체가 위기였다. 그때 저는 노사 관계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고용 불안을 잠재우는 지혜를 짜내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취업을 희망할 경우 100% 근무를 할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취업을 시키는 대안 이었다. 그러자 고용불안에 당황하던 직원들과 임원들은 안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도후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았으나 직원들과 임원이 저의 뜻을 따라 주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 할수 있었다. 외람 되지만 나의 작은 솔로몬의 지혜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의 위치에서 보면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삼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그후 상무로 승진하는등 대통령 표창등 상복이 터졌다

  “그렇다. 저의 미진한 힘이 인정 되었는지 한국 GM 출범후 최연소 임원(상무)으로 승진했다. 이때 나이 43세였고 4년후 전무로 승진 했다. 전무 5년여만에 노사 부문담당 부사장이 됐다.

이 사실은 자동차 산업 진흥회를 통해 청와대에 보고돼 2005년에는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07년에는 인천시 평화 산업 대상을 받았고 3년전인 2011년에는 모범 경영의 공로를 인정 받아 또 대통령으로부터 석탑 산업 훈장을 받았다.

이밖에도 국가 유공자 취업 지원에 적극 기여한 공로로 국가 보훈처로 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회사 일만 아니라 봉사 활동에도 열성이 대단 하던데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줄 정도다. 크리스천으로 당연히 할 일을 할 뿐인데 대단한 일을 하는 것 처럼 주위에서 봉사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 것은 좀 부끄럽다. 할렐루야 축구단 선수 시절에도 시골 지역을 누비며 어린이 축구 교실을 운영 하는등 봉사 활동을 해 왔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봉사가 이젠 몸에 배 시간이 나면 틈틈이 봉사 활동을 나간다. 근무처인 회사에서도 봉사 활동에 참여해 지난해 추석에는 임원진과 함께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그들에게 선물을 주고 격려 했다.

올 설 명절에도 지난해 처럼 독거 노인을 비롯해 어려운 이웃들에 떡국을 나눌 예정이다. 해마다 월동기가 되면 인천 연탄 은행과 공동으로 부평 지역의 독거 노인등 어려운 가정에 직접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인천 축구협회장 취임식때는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인천시내 초 중.고 축구단에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인천지역 기업인등들의 모임인 인천 경영자 총 협회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후학 양성을 위한 강의도 빼지지 않고

“인천 대학교와 한국 체육 대학에서 10여년간 축구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교육학 박사인 탓에 강의 요청을 받고 있다. 회사일로 바쁘지만 한번도 강의를 걸러 본적이 없다. 체육과 관련이 깊어 1995년에는 인천광역시 축구 협회 이사로 일 했다.

2010년에는 인천광역시 축구 협회장으로 피선돼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약 1년여 넘게 무보수로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 축구단 대표이사(사장)로 봉사 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사회 복지법인 네트워크의 송년 밤 행사에 참석해 금일봉과 어린이들에게 축구공을 전달 했다. 인천대은 교회 (서구 석남동 소재)장로인 조 부사장은 교회 할머니로 구성된 시온 성가대에도 헌신적으로 봉사 하고 있다.

-최근 철도 노조 파업으로 온 나라가 술렁 거렸다. 이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인 견해는 있을 수 있으나 대 기업 임원으로서 공식 견해를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 사전에 소통을 하고 불신 이미지를 털어 주었더라면 파국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신뢰의 불확실성과 불신 증폭이 노조로 하여금 거리로 나가게 했다.

이번 사태는 신뢰의 결여에서 비롯 됐다. 이번 사태에서 야권이 보인 모습은 좋지 않았다. 그들의 노조 옹호는 사태를 더 키웠을 뿐이다.

정부와 노조 모두 큰 상처만 내고 끝난 이번 파업은 두고 두고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앞서 제가 언급 했듯이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고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믿음만 주면 불미스런 일은 일어 나지 않는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관계 장차관의 말도 믿지 않고 오히려 꼼수라며 날을 세운 처사는 반성할 일이다. 앙금은 아직 남아 있다고 보나 이 쯤에서 해결된 것도 천만 다행이다.

노사 전문가가 보건데 이번 일은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얻은 것이 없고 모두 잃은 파업은 아니 하느니만 못했다.“

  - 역동성의 靑馬의 해에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 회사 생활을 해오면서 나름 대로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이것이큰 자산이다, 이 자산을 바탕으로 한국 GM이 발전 하는데 더 한층 노력 할뿐이다. 과거와 같은 노사 분규로 인한 얼룩진 한국 GM이 되지 않도록 역할을 다하겠다.

한편 개인적으로 발전 할수 있는 길이 있다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다. 상상속의 靑馬에 안주 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열성을 다 하겠다. 미력이나마 노사 전문가로서 국가나 사회에 보탬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조건도 부사장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 된다. 인천 강화 내가면 출신인 조 부사장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 났으며 아버지(작고) 역시 장로였고 생존해 계신 어머니 (김소남 80)도 은퇴 권사이다. 靑馬해의 징크스를 깨고 넓은 들판을 달리는 靑馬의 해가 되기를 기원 한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 합니다.

대담 김명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