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장로교회 주승중 담임목사

며칠전 신문 1면에 개재된 한 장의 사진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프란시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고해성사하는 장면이다. 교황이 누구인가. 가톨릭교의 최고 우두 머리이자 전 세계인이 인간신으로 추앙을 받는 어르신이다..

지체 높으신 그의 이 모습을 보고 신문들은 아주 드믄 일 이라고 전했다. 관례대로 교황은 1 년에 한번씩 예수의 재판과 처형을 기리는 성금요일 오전에 베드로 성당에서 평신도들의 고해를 들어 왔다.

하지만 교황 자신이 무릎을 꿇고 고해 성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예수님이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씻었듯이 그도 사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비우고 낯추고 복종하는 모습이다.

인천 주안 장로 교회 주승중 담임목사는 지난 30일 예배에서 비우고, 낯추고 복종해야 예수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다고 설교 했다. 설교 내용을 간추린다.

당시 유대 나라는 몹시 어지러운 형국이었다. 제자들은 마지막 순간 까지도 스승의 가르침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스승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사랑 받을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들 이었다.

제자중에 가롯유다는 예수를 은전 몇 푼을 받고 팔려고 호시 탐탐 노리고 있었다. 제자들은 이런 와중에도 서로 누가 크냐를 놓고 자리 다툼을 벌이며 시기 하고 질투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에 초연하고 제자들의 발을 씻음을 통해 사랑을 실천해 보여 주었다. 예수는 12 제자중에서도 자신을 팔 계획을 하던 가롯유다의 발을 제일 먼저 씻어 주었다(초대 교회 그리스도 교부).

당시 유대인들은 샌들을 신고 다녔기 때문에 외출후 집에 돌아와 식사전에 발을 씻는 것이 관습이었다.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은 것은 그들을 끝까지 사랑 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랑이 조건적이라면 예수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다. 어떤 이유도 상황도 따지지 않는 그야 말로 변함 없는 사랑이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면 생각도 못할 가롯 유다의 발도 선뜻 씻어 주었다. 예수님의 그 모습에서 우리는 참 겸손을 볼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그 사랑을 본 받을 수 있을까. 그러려면 겸손해야 한다. 나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사람을 용서 못하는 것은 겸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겸손하다면 체면이 좀 깍인들, 수모를 좀 당한들 대수겠는가.

절대적인 겸손은 절대적인 사랑이다.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 위해 아무 말도 않고 대야에 물을 따르고 겉옷을 벗은 뒤 허리에 수건을 동인 모습은 바로 종(하인)과 같았다.

예수는 하나님의 본체인데도(빌립보서 2장 6~7절) 이를 내려 놓고 종의 모습을 자처 했다.하나님 자신인 그가 이 땅에 내려 온 것도 겸손의 극치인데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이를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학생이 동료학생의 발을 씻어주는 것은 자존심이 덜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대학총장에게 학생들의 발을 씻으라고 하면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에게 거지의 더러운 발을 무릎을 꿇고 씻어주라고 하면 이는 펄쩍 뛸 일이다.

우리 인간사도 이런데 높은 곳에서 내려온 그이가 죄인의 발을 씻어준 것은 엄청난 사건이 아닐수 없다. 굴욕의 단계까지 낮아진 것은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기 때문이다.

참된 겸손만이 진정한 사랑을 낳을 수 있다. 사도 바울은 그래서 사랑은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랑장으로 알려진 고린도전서 13장의 핵심은 그 원동력이 겸손이다. 교만한 자세로는 아무리 사랑을 강조해도 위선이다. 그런 사랑은 오히려 상대에게 모욕감과 상처를 줄 뿐이다.

사랑이 없는데 억지로 사랑 하는 척 하는 것도 고통스런 일이다.

우리가 사랑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모두가 교만하고 겸손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또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인간을 도저히 사랑할수 없어 혹은 용납 할수 없어 이해 할수 없어 하고 말하는 것도 내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은 아무리 칭찬하고 욕을 해도 반응 하지 않는다.

국립묘지에 가서 큰 소리로 칭찬을 해봤자 묻혀 있는 순국 선열들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또 내가 무엇을 잘 못 했기에 그런 말을 들어 또는 왕따를 당해야 해 하고 억울해 하는 것도 내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수용 하려면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려 놓아야 한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설교자인 본인도 며칠전 나를 내려 놓지 못해 일어난 일에 대해 부끄러워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모든 걸 내려 놓고 용서를 빌었을 때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서운함과 섭섭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는 내려 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때로는 이해가 안 되고 억울하고 분하고 섭섭해도 기꺼이 내려 놓으면 예수를 본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본 받을 수 있을까. 바울은 빌립보 2장 3절에서 “아무일에 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예수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고 말 한다. 그러기 위해 첫째 자기를 비워야 한다. 빌립보서 2장 7절은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현대인의 성경은 ”자기의 특권을 버리고 종의 모습으로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예수는 우리를 사랑 하기에 자신을 완전히 비웠다. 자기를 비웠다는 말은 매우 중요하다. 에게노센은 ‘스스로 버렸다. 모든 특권을 포기 했다’ 는 말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영생을 주기 위해 자기의 권리와 능력 의견 생각을 모두 포기 했다. 십자가에 못 박힐때에 십자가를 박차고 뛰어 내릴 수 있고 12군단도 더 되는 천군 천사를 불러 원수를 처부술 수도 있었다.

또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 할 때도 내 뜻대로 하소서 하고 기도 할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고 자기의 생각, 능력,권리를 모두 포기하고 비웠다.

현대인의 성경도 ”자기의 모든 특권을 버렸다“고 번역하고 있다. 한센병 환자를 위해 평생을 바친 다미엔 신부는 우리는 기억한다. 그는 한마디로 자신을 비운 사람 이었다.

그는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하와이 몰로이카 섬을 지나다 그들을 발견하고 너무 불쌍한 나머지 그 섬에 들어 갔다. 그곳은 문등병자만 모여사는 죽음의 섬이었다. 많은 구호품을 전달하며 복음을 전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마음 문을 열지 않았다. 어떤 설득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문둥병 환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 했다. 마침내 그는 문둥병 환자가 되어 다시 그들에게 다가가 구호품을 전하고 복음을 전했을 때 그제서야 마음 문을 열었다.

건강하던 다미엔 신부는 문둥병 환자가 되어 그곳에서 그들과 평생을 같이 지냈다. 우리는 다미엔 신부를 보고 자신을 얼마나 비우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둘째 예수의 마음을 품으려면 자기를 낯춰야 한다.

자기를 낯추는 것이 예수님의 마음이다. 낯춘다는 말은 겸손 그 자체다. 예수는 모든 영광을 버리고 성육신으로 이땅에 내려와 섬기는 삶을 살다가 마지막에는 십자가에 자신의 몸까지 내어 주었다.

우리는 그의 사랑을 배워야 한다. 그 사랑에서 제외 되어서는 안 된다. 제외 됐다면 회복 시켜야 한다. 48세의 짧은 인생을 산 손양원목사의 경우를 보자.

그는 목숨 보다 더 강한 사랑을 몸소 실천한 사랑의 원자탄이었다. 1948년 그는 여순 반란 사건때 두 아들을 잃었으나 그는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았다. 그야 말로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를 개의치 않았다.

그는 또 가정에서 버림을 받고 사회적으로 완전히 외면돼 냉대를 받던 문둥병 환자들을 벗이 되어 주었다. 살이 썩어 문들어진 중증 나환자병실에 들어가 그들에게 무릎을 꿇고 상처에입을 대고 피 고름을 빨아주었다.

의사나 간호사도 중증 환자 병실에 들어가기를 꺼려 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한센 병 환자 였던 김판임씨는 최근 KBS 특집 방송에 나와 이렇게 증언 했다.

“손목사의 겸손한 사랑은 나환자를 상처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낼 정도로 부모 자식 형제도 못 하는 못하는 일을 그는 기꺼히 했다”고 말했다.

손목사의 고귀한 사랑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것은 그가 예수의 한없는 사랑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손목사의 그런 엄청난 사랑을 따라 갈수 없으나 흉내는 낼수 있다고 본다. 이런 사랑은 흉내도 귀하다. 셋째는 죽기까지 복종해야 한다. 그래야 예수님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다. 예수는 죽기 까지 복종 했다. 십자가의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복종하는 마음이 그리스도의 마음이다. 복종이란 겸손의 극치로 순종을 의미한다. 마가복음 10장 45절은 ”섬기려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예수님은 죽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죄가 없지만 그는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 죽음의 권세 아래서 자신을 낯춘 것이다.

따라서 그의 죽음은 낮아짐의 절정이다. 당시 십자가의 죽음은 가장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사형의 한 방법이었다. 더욱이 유대 사회에서 나무에 달려 죽는 것은 하나님의 저주로 간주 됐다.

죽기까지의 복종이 있었기에 우리들은 살리심을 받았다. 아울러 높아지게 됐다. 우리도 이 사랑을 누군가에 나눠 주어야 한다.

이 사랑을 실천한 사람중에 윌리암 제임스홀 선교사와 로제타홀 선교사가 있다. 그들은 모두 의료 선교사 였다. 윌리암 제임스 홀 선교사는 캐나다에서, 로제타 선교사는 미국에서 조선 땅에 왔다. 평양에서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며 선교 활동을 하다 이들은 결혼했다.

윌리암 제임스 홀 선교사는 1894년 청일 전쟁이 터지자 외국인들은 모두 평양에서 서울로 피신 했으나 그는 평양에 홀로 남아 전쟁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환자를 돌봤다. 그러다가 말라리아에 감염 됐다.

병이 심해져 서울로 돌아 오던길에 발진티푸스까지 걸려 결국 그는 이제 걷기를 시작하는 어린 아들과 임신 7개월의 부인을 남겨두고 숨졌다.

어린 아들과 홀로 남은 로제타 선교사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조선 땅을 떠나야 했다. 미국에 도착한 그는 에디스라는 이름의 예쁜 딸을 낳았다. 얼마후 로제타 선교사는 두 아이를 데리고 시댁 식구가 사는 캐나다로 갔다.

그리고 남편을 선교사로 파송한 글린뷰엘 교회를 방문했다. 그 교회 성도들은 로제타 선교사를 뜨겁게 환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당신 남편 (제임스홀 선교사) 때문에 조선을 가슴에 품게 됐다. 우리는 당신(로제타선교사)사역과 함께 당신 자녀들의 미래를 책임 지고 후원 하겠다“다고 말했다.

이 말에 용기를 얻은 로제타 선교사는 조선 선교를 위해 다시 어린 두 아이들과 조선을 찾았다. 3년만이었다.

그런데 남편 죽음으로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사랑스런 딸 에디스(3)가 이질에 걸려 잃어야 했다. 하지만 로제타 선교사는 슬픔을 인내로 견디면서 아들 셔우드홀과 이 땅에 남아 헌신할 것을 다짐 했다.

선교 활동과 환자 치료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 평양에 최초의 기홀(紀忽) 병원과 농아 학교 어린이 환자를 아동병원을 개원하는가 하면 동대문 병원(현 이대부속병원)인천 기독병원, 인천간호보건 대학을 잇달아 설립하거나 설립에 큰 힘을 보탰다.

그렇게 그는 평생을 이 땅에서 살면서 죽기까지 겸손을 몸소 실천하다가 84세의 나이로 하늘 나라로 갔다. 그는 양화진에 남편과 함께 묻혀 있다. 그는 미국에서 뛰어난 미국 여성 200인중 한 사람으로 인정 받기도 했다.

로제타 선교사는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이라”는 요한 13장 15절의 말씀을 실천으로 옮긴 겸손의 사람 이었다.

한주호 준위도 그런점에서 사랑을 몸소 보여준 군인 이었다. 천암함 사건으로 46명의 장병들이 서해의 차디찬 깊은 바닷속에 숨져 시신이라도 찾아 달라는 유족들의 절규를 외면 못하고 자신이 바닷 속에 뛰어 들었다가 숨졌다.

그는 해군 특전사 UDT소속의 최정예 잠수부였고 UDT 훈련을 시키는 호랑이 교관이었다. 하지만 무서운 교관임에도 장병 가운데 누구도 그를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아덴만 해적 작전 지휘관 권영대 대령의 회고)

서해 뻘밭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며칠씩 받다 보면 으례 돌에 발이 찟기고 찟긴 상처에 바닷물이 들어가 퉁퉁 붓거나 고름이 차 고통을 겪는 일이 흔했다.

그렇지만 한 준위는 자신의 상처를 돌보기에 앞서 장병들의 상처를 먼저 어루 만져 주고 싸매주는 아버지 어머니형님 같은 역할을 했다.

때로는 깊은 상처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주기도 했다. 한 준위야 말로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한 겸손한 사람이었다. 의협심이 강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사고가 나던 계절은 봄꽃이 피는 3월 이었으나 바닷속은 한 겨울이었다. 서해 조류는 물살이 빨라 노련한 잠수부도 한번 바다에 들어 갔다가 나오면 온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잠수를 마다 않고 이틀에 4번씩 바다로 뛰어 들었다. 안전을 이유로 다른 잠수부에게는 하루 한번 바다에 들어가도록 하고 자신은 그렇게 했다. 희생 정신이 아니면 할수 없는 일이다.

한구의 시신도 더 찾기 위해 깊은 바다속을 헤집으며 샅샅이 뒤졌다. 그가 이렇게 한것은 교만도 아니고 더구나 만용도 아니 었다.

동료 잠수들이 힘들어 하고 피곤해 하는 모습에 스스로 자원한 것이다. 한 준위의 희생 정신은 그가 어떤 종교를 가졌든간에 관계없이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가 죽기까지 헌신한 것처럼 우리는 본 받아야 한다.

묵묵히 자기일에 최선을 다 한 준위 같은 사람이 있기에 오늘날 이 나라가 번영했는지 모른다. 진짜 국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

한 준위나 손양원 목사, 다미엔 신부, 제임스홀, 로제타 부부 선교사처럼 자기를 비우고 낯추고 죽기까지 복종하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 했다고 본다.

우리는 그들 처럼 할수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흉내는 낼수 있다. 우리 모두 이런 자세를 갖는 겸손한 신앙인이 돼야 한다.

 


/논설 실장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