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복 편집국장  

내년 1월 1일부터 국내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쌀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쌀 관세화의 의미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추가적인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이 못 들어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과연 내년부터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물량 이상의 외국산 쌀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 20년 간 쌀 관세화를 유예받았다. ‘예외없는 관세화’ 원칙에도 불구하고 쌀을 중시하는 국가적 특성이 감안된 결과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관세화 유예가 올해 말로 끝나면서 내년부터 ‘관세화 의무’가 발생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정부의 쌀 관세화 방침 천명은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나 결단을 내리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일각에선 필리핀이 최근 의무면제조항 적용을 받아 유예기간을 5년 더 연장키로 한 예를 들며 같은 방식을 요구한다. 이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필리핀은 그 대가로 의무 수입량을 기존보다 2.3배 더 늘리고 다른 품목에서도 더 많은 양보를 내놓는 ‘징벌’을 떠안게 됐다. 쌀 개방이 쌀산업 붕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적다. 우리보다 먼저 관세화로 전환한 일본과 대만은 고(高)관세율 관철을 통해 쌀 산업을 잘 키워가고 있다.

UR 체제는 개방 시기와 품목, 조건 등에서 어느 한 부문의 수혜를 받으면 그만큼 다른 부문에서 부담을 져야 하는 구조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수출 지향형 경제구조를 가진 일본이나 대만 역시 교역의 전반적 이익을 고려해 각각 1999년, 2003년 쌀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국내 대다수 전문가들이 쌀 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최선의 식량안보 보장 및 농민 피해 보전 방안을 강구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으는 배경도 거기 있다.

정부가 관세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필리핀의 사례가 큰 영향을 미쳤을 법하다. 필리핀은 최근 쌀 관세화 유예를 5년 재연장하는 대가로 MMA 방식에 의한 의무수입 물량을 35만t에서 80만 5000t으로 2.3배로 늘리고, 관세율도 40%에서 35%로 낮추기로 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올해 말까지 10년씩 두 차례에 걸쳐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의무수입 물량은 5만 1000t에서 출발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국내 소비량의 9%에 해당하는 40만 9000t으로 늘어났다. 관세율은 5%에 불과하다. 만약 우리가 필리핀처럼 관세화 유예를 다시 연장하려면 의무수입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정부는 그럴 바에야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쌀 시장 개방도 본질적으로는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이다. 정치권도 그 점을 감안해 정쟁을 키우기보다 합리적인 국론 조정에 힘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