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복 편집국장 

소방 장비는 한국 소방산업기술원(KFI)의 제품검사(인정검사)를 거쳐 정부에 납품돼야 하지만 품질검사를 거치지 않은 방화 복들이 대량으로 납품돼 논란이 되고 있다

안전성 성능 검사를 받지 않은 소방용 특수 방화복 5300여벌이 전국 소방관서에 보급됐다고 한다. 한국 소방산업기술원(KFI)의 성능검사도 받지 않은 가짜였다고 한다. 방화복 공급업체 두 곳은 2년간 1만9300여 벌을 납품했는데 국민 안전 처와 조달청에 납품된 수량과 KFI의 검사 수량을 비교한 결과 가짜 합격 도장이 찍힌 방화복 수천 벌이 소방관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관에게 방화복은 생명줄 이다.한벌당 인증 비 3만원을 아끼려고 성능검사를 조작하여 가짜 방화 복을 입고 화재 현장에 출동케 했다고 하니 아찔한 일이다 뒤늦게 국민안전처가 해당 업체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가짜 방화복을 사용하지 않도록 일선 소방관서에 통보했다고는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에도 여전한 안전불감증, 대충대충 문화에 또 한 번 절망하게 된다.

특수방화복은 소방관의 생명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호 장비다. 400도 이상의 열에도 견뎌야 하는 등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방화복의 안전성이 소방관의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가짜’ 특수 방화복들이 언제부터, 얼마나 많이 전국 소방서에 지급됐는지조차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 한심한 것은 이런 사실 자체가 시민 제보에 의해 드러났다는 점이다. 조달청이 독점하는 공공물자 조달 과정에 중대한 구멍이 있다는 증거다. 조달청이나 국민 안전처 모두 이런 짝퉁 방화 복이 언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몇 벌이나 소방관들에게 지급됐는지 정확하게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그런데 납품업체 직원이 직접 도장을 찍을 정도로 검사도 엉망이고 관리도 부실하다고 한다. 제품검사와 합격필증 교부 과정은 물론 납품업체와 검사기관 간, 조달청 공무원 간 유착이나 결탁, 비리가 없었는지 철저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소방관의 근무 환경은 가뜩이나 열악하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재정형편에 따라 소방인력, 시설ㆍ장비의 편차가 심하다. 우리나라 소방관 한 명이 담당하는 국민은 1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일본 820명, 미국 1075명을 크게 웃돈다.

본질은 소방복의 ‘검사 미필’이 아니라 소방관의 신체와 생명마저 돈벌이로 이용하겠다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행태에 있다. 방화복을 비롯한 소방안전 장비는 KFI로부터 제품검사를 받아 합격필증을 받아야 소방관서에 납품할 수 있다. 검찰은 왜 가짜 방화복이 버젓이 납품됐는지에 대한 경위를 밝혀내야 한다. 형사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벌백계하여 그것이 목숨을 걸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전국 3만9500여 소방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