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갑 객원기자

어느 날 우리 집 내자가 집 근처에 있는 미장원엘 다녀오겠다고 나가더니 금방 돌아오며 미장원문이 닫혔다고 하더니 문 앞에 ‘기중’이라고 쓰여 있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집에 상사(喪事)가 있음이 분명한데 이럴 때 상중(喪中)이라 쓰는 것이 상식인데 어찌 ‘기중(忌中)이라 썼단 말인가?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닌데 이는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의 ‘기쮸(忌中:きちゅう)에서 나온 말이니 일본사람의 상가(喪家)같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를 쓴 사람이 일본글에 익숙하거나 남의 글을 모방한 소치로 생각된다.

예로부터 우리 풍속은 상을 당한 날로부터 장례를 치를 까지 상제로 있는 동안을 상중이라 이르며 이 기간 동안에는 요란한 복장이나 유흥업소 출입을 삼가 해 왔었다.

특히 상중에 여자는 흰 치마저고리를 입고 검은 댕기와 흑각잠(黑角簪:검은색 물소 뿔로 만든 비녀)을 꽂았었다. 상중(喪中)의 순백(純白)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나라에 전래하는 풍속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서양문물을 받아드려 이와 정반대인 검정색 복장에 흰색 ‘리본‘을 머리에 꽂는다. 백의민족(白衣民族)이란 뿌리가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옛 설화에 나오는 귀신의 복장은 모두 흰색 옷을 입었었는데 근자 TV에 방영되는 화면을 보면 귀신의 복장이 모두 검정색 일색이다. 이는 서양풍속이다.

모든 상가에는 죽은 사람에 대하여 공손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슬픈 마음을 나타 내기위하여 근조(謹弔)라 쓰인 조등(弔燈)을 달아 상가를 알리었는데 요즈음은 장례 예식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조등 보기가 어렵다.

웃어른의 장례식에는 경조(敬弔)라는 존칭어도 쓴다. 모든 상가에서는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며 상주와 더불어 조심스러운 태도로 슬픈 마음을 나타내 깊은 조의 표해야한다./안산 전세갑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