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원평생교육시설안전공제회 사무국장,

법학박사 정환웅 시인

나도 그처럼 당신의 마음 안에 살아있고 싶다.
 
정환웅 詩
 
거울 속의 한 남자가 밥을 먹고 있다.
나는 오른손, 그는 왼손
허리를 꼿꼿이 펴고
우아하게 반찬을 집어야지.
 
먹는 중간중간에
그를 바라본다.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애멸치 볶음
배추김치
시금치 나물
김치전
조개젓갈
마늘종 절임
생선묵 찌개
그는 한 가지씩 음미하며 먹는다.
 
혼자 남아 먹는 점심
동행은 벌써 갔다.
갑자기 그는 시를 쓴다.
그의 밥은 식어가고
입맛은 멀어져도
그의 시는 생명을 얻는다.
 
거울 속의 한 남자가 밥을 먹고 있다.
서두르지 않는다.
게다가 밥 먹다가
시를 쓴다고 헤찰(주) 을 한다.
 
이 녀석 복 달아난다.
거울 속 뒤편에서
아버지가 야단을 치신다. 
 

 
주) 헤찰하다 : 한눈을 팔다를 의미하는 전라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