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거 논설위원

국회에서 통과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교육감 및 교육위원 선출방식이 대폭 바뀌었다. 교육감 및 교육위원을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직단체 대표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선출키로 한 것은 현재 우리의 실정과 여건으로 보아 부득이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정안이 교육자치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뒤로 미루고 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우선 급한 데로 교육위원, 교육감 선거부분만 땜질하는 것으로 그친 것은 유감이나 사립학교의 의사를 반영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경력 5년이라니…>
종래의 제도를 보면 시․군․구 기초의회에서 두 명의 교육위원 후보를 추천하고 시․도의 광역의회에서 그 중 한명을 선출하여 교육위원회를 구성, 그 곳에서 교육감을 뽑도록 되어 있었다. 제도적으로는 흠 잡을 데가 없고 그야말로 민주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지역을 골고루 배려하고 주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한 것처럼 보이며 여기에 입후보 없는 교황식 선거를 접목시켰으니 교육을 잘 아는 덕망 있는 인사가 선출되리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교육감 선출과정을 둘러싸고 부정비리와 잡음이 그칠 날이 없었고 교육위원회가 집안 잔치를 벌려 빈축을 사는 사례가 허다했다. 이것은 우리의 교육정책이 교육의 전문성을 외면한 채 형식적 민주성에만 매달린 대표적인 표본의 하나라고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개정된 교육감 자격규정 중 교육경력 15년을 5년으로 단축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 실은 당시 2년 반 전만해도 20년이었는데 그것을 15년으로 단축시킨 것은 이해가 되나 5년으로 대폭 줄여 버린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령을 뒤져보면 정규대학을 나온 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교감이 되는 데는 최소 6년을 요하고, 장학사, 교육연구사가 되는 데는 5년을 더 요한다. 실제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소요되지만 법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교장, 장학관이 되려면 그보다 더 많은 연한을 필요로 하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또 다 같은 선거 직인데도 교육위원의 자격요건이 교육경력 10년 이상인자로 되어있는데 그렇다면 교육감의 자격요건은 그보다 더 무겁게 해야 하는 것이 하나의 상식 아닌가!

참신한 인사를 널리 발굴하자는 뜻이라면 그 논리는 아무래도 궁색하다. 엊그제 대학을 나온 신참 교사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한 조치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인사들을 상정해서 이러한 개정을 했는지는 불문가지이다.

교육감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자리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하는 자리도 결코 아니다. 교육감의 자리는 초․중․고교를 관할하는 보통교육의 행정수장이며, 모든 교육자의 리더요, 심볼인 만큼 교육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인사가 되도록 법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또 교직은 다른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정년 62세가 보장되는 사회로 근무연수가 다른 직종보다 조금 길다. 그렇다면 교육감 자격에 교육경력 5년이란 너무 짧다는 생각이다. 자격기준을 교감이나 장학사 수준 이하로 하고, 교육위원 10년의 그 절반으로 한 것은 교육감 자리를 우습게 보는데서 나온 발상이거나, 교직경력을 가진 일반직의 교육감 진출의 기회를 트기 위한 방책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개정안은 다 같은 선거 직인 교육위원 10년과의 균형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전문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조치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선언하고 있다. 이 규정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평등권과 공무담임권보다도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특별규정으로 보아야 한다.

이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우리나라는 일반 지방자치와는 별도로 교육자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교육감을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꾸었다 해서 후퇴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출직이 되면 교육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성 제고해야>

시․도지사와 같이 일반적인 지방자치를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는 이러한 제한을 최소화해야겠지만 교육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지방자치와는 별도로 교육 자치를 인정하는 것이 헌법과 법률의 기본 취지라면 상당한 기간의 교육경력은 전문성 측정의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터놓고 이야기하면 지난날의 교육부 역사는 일반직 권한확대의 역사이고 전문직 권한축소의 역사였다. 이번 조치가 또 일반직 영토 확장의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감이라고 하는 자리는 분명히 교육에 관한 행정사무 집행기관이라는 관리자로서의 지위라는 측면도 있지만 교육과정 운영, 생활지도 등 교육전반을 총괄하는 교육지도자로서의 기능과 역할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동전의 양면 모두를 인정하는 것이 헌법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