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실장

미국 사우스 캐럴라이나주 찰스턴시. 154년전 노예 해방을 둘러싸고 남북 전쟁이 발발한 곳이다. 지난 17일 밤 9시 이곳의 유서 깊은 이매뉴얼 흑인교회에 백인 청년이 난입 무차별 총격으로 핑크니 목사등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핑크니 목사의 여동생도 숨졌다. 교인들은 이날 성경공부를 하던중 당했다. 숨진 핑크니 목사는 사우스캐럴라이나주 상원의원 이기도 하다. 범인은 올해 21살의 루프. 사건 이틀 뒤 노스 찰스턴 법원에서 루프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수감중인 루프는 구치소에서 화상을 통해 재판을 받았다. 아내를 잃은 남편 앤서니 톰프슨은 맨 먼저 “나는 당신을 용서하고 우리 가족도 당신을 용서 한다. 당신은 우리의 용서를 참회의 기회로 삼아 지금 보다 더 낳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외의 앤서니 톰프슨의 용서 메시지에 재판정은 순식간에 용서의 장으로 변했다. 앤서니 톰프슨의 분노와 고함은 어디가고 아내를 잃은 슬픔을 꾹꾹 누르며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는 순간 재판정은 ‘아멘’을 외쳤다.

용서 메시지는 이어 졌다. 아들을 잃은 펠리시아 샌더스도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을 죽였다. 내 몸에 있는 살점 하나 하나가 모두 아파 사고 이전 처럼 살아가지 못 하겠으나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 하겠다”다며 힘겹게 말했다.

어머니를 잃은 네이딘 콜리어도 “엄마를 잃어 다시 엄마를 안을 수 없고 함께 이야기 할 수도 없게 됐다”며 많은 이들이 당신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하나님은 당신을 용서 할 것이고 나도 당신을 용서 한다”고 했다.

용서 메시지가 재판정을 가득 메워지자 범인 루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예상치 못한 유족들의 용서 메세지에 범인 루프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범한 재판 현장이 화합과 치유의 생생한 증언장이 됐다”고 전했다.

루프의 가족들도 관선 변호인을 통해 “유족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전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희생자 가족의 용서 메세지에 미국의 선량함이 묻어 나고 끔찍한 비극의 한 가운데 에서도 품위와 선량함이 빛 난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3시반 (현지시간)영결식장에 참석한 오마바 대통령은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면서 “희생자 가족들의 범인 용서에 대해 범인 스스로도 상상 못 했을 것”이라며 신의 은총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모사를 읽어가며 영결식이 절정에 오르자 잠시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다가 갑자기 반주도 없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러 참석자들을 어리 둥절케 했다. 영결식은 CNN은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자 영결식장을 가득 채운 6000여 참석자들도 오르간 반주에 맟춰 따라 불렀다. 이 찬송은 영국 성공회 신부인 존 뉴턴이 1772년에 지은 것으로 흑인 노예 무역에 종사하던 과거를 반성하고 죄를 사해준 신의 은총에 감사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 노래를 부르던 일부 흑인 여성은 두 손으로 대통령을 가리키며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고 오바마 대통령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뒤 큰 목소리로 ”핑크니 목사는 은총을 찾았다“말을 시작으로 희생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애도 했다.

참석자들은 그때마다 ‘아멘’을 외치며 호응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신의 은총은 그냥 얻어 지는 것이 아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만 얻어진다. 오늘 영결식 후 또 다시 편안한 침묵에 안주 한다면 이는 희생자 가족들이 보여준 용서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사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역대 대통령의 수준의 메시지라고 전 했고 시민들도 소름이 돋을 만큼 명 연설이라는 반응을 나타 냈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에 버금가는 기념비적인 연설” 이라고도 평가 했다.

가족을 잃은 용서의 메시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있다. 1948년 손양원 목사는 여순 반란 사건때 두 아들을 죽인 가해자를 양자로 삼는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그래서 그를 사랑의 원자탄으로 부른다. 이처럼 보통 사람으로써는 하기 어려운 용서와 사랑의 배경에는 하나님의 은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용서는 커녕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라는 탈리오 법칙에 온 나라가 살벌하다. 국회법 개정과 관련해 여야 대치하고 대통령대 국회 대결이라는 험악한 사태 까지 빚어지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정치 오만만이 있을 뿐이다.

가뜩이나 메르스 사태로 국민은 불안하나 정치권은 조선 시대의 노론과 소론의 계파 싸움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새누리당 조차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며 어수선해 정국의 향방 조차 안개 속이다. 이런 상황은 야당인 새정치민주 연합도 마찬 가지다.

사건의 발단은 새 정치민주 연합의 그릇된 연계 전술이 원인이다. 국회 선진화법을 무기로 발목 잡으며 물고 늘어지는 살라미 전술에 이젠 치가 떨린다. 하지만 여당의 정치력은 찾아볼수도 없다. 무기력한채 야당의 전술에 쉽게 넘어가고 있다. 이것이 다수당의 새누리당 모습이다.

공무원 연금개혁안 처리를 놓고 새 정치민주 연합은 국민소득 대체율 인상에 이어 세월호 특별법 수정 그것도 모자라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을 들고 나오며 새누리당을 압박 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모든 것을 내 주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이런 새누리당의 저자세로 인해 빚어 졌다. 새 정치민주 연합의 이같은 수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고질화 돼 있다. 지난 2월 통과 시킨 아문법(아시아 문화 도시 특별법)도 그중의 하나다.

아문법은 오는 9월 광주에 설립되는 아시아 문화전당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다. 새 정치민주 연합은 이 법안을 영유아보육법과 빅딜해 지난 2월 국회에서 이를 처리 했다. 아문법은 매년 800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관광 진흥법과 서비스 산업발전 기본법 등은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1년여 이상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전임 최경환 이완구 원내 총무 시절에도 처리를 시도 했으나 야당의 반대에 번번히 실패 했다. 박대통령이 화가 날만도 하다.

야당이 주도하는 입법부의 독주로 국정은 거의 마비 상태다. 여당은 야당에 비해 30석이 많은 160석이지만 야당에 질질 끌려 가는 형국이다. 그러다가도 국회의원 자신들의 특혜나 권한 확대 등 집단 이기주의를 도모하는 데는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진다.

문재인 새정치 민주연합 대표는 최근 ”우리당은 민생과 경제를 위해 초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당적인 협력이 현재의 꼬인 이 정치인가 묻고 싶다. 이 말은 그들 사람 몇을 빼고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말을 앞 세우면서 배경에는 철저하게 당리 당략을 깔고 있다.

국민들은 이 현상에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문재인 대표가 정치를 잘 했다면 당 지지가 새누리당에 뒤지고 자신의 지지도도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정치를 잘못 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렇지 않다면은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박대통령의 거부권 행사후 긴급히 조사된 리얼미터 여론 조사에서도 찬성의견 46.8% ,반대 의견 41.1%로찬성쪽이 더 많다. 이는 새정치 민주 연합의 지지와도 무관할수 없다.

우리 야권은 미국의 큰 정치를 배울 필요가 있다. 야당은 국회 선진화법을 볼모로 언제까지 후진적인 정치를 할 것인가. 미국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인 공화당은 국익을 고려해 여당인 민주당보다 오히려 앞장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외무역 협상의 전권을 부여 하는 무역협상촉진권한(TPA)법안을 통과 시켰다.

얼마나 멋진 정치 인가. 우리 야당 같으면 이런 상황일 때 어떻게 했을까. 보마마나 발목 잡으며 당의 이익을 최대로 꽤 했을 것이다.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전근대식 정치 행태는 이젠 버려야 한다.

미국 사우스 캐럴라이나주 찰스턴시 흑인교회에 대한 총기 난사로 아내와 아들 어머니를 잃은 피해 유족들이 보인 용서의 메시지는 우리에 큰 감동을 주었다. 우리 야당들도 이같은 감동을 줄수 없을까. 용서의 메시지에 전 세계가 감동한 것처럼 우리 정치도 국민을 감동 시켜야 한다.   이 바람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논설 실장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