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식 논설위원

우리의 국민성(민족성)을 보편적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천지인합일(天地人合一)사상으로 일컫고 있다. 즉 인간을 넓고 크게 고루 이롭게 한다는 정신과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고 온 우주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상생적 상호관련을 갖고 있다는 보다 깊고 먼 근원적 생명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사상적 근원을 유(儒), 불(佛), 도(道), 무(巫)교의 사상에서 찾는다.

이렇듯 삼국시대부터 불교가 유입되어 그 뿌리를 점차 튼튼히 내려오다 고려조에 이르러 난만(爛漫)히 꽃을 피우고 유학 또한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조에 오면서 그 문화가 점점 발전하다 마침내 조선조에 와서는 국가 운영의 사상적 근간과 조직의 기조를 이루며 일부영역에서는 발원지 중국보다도 학문적 발전을 능가하기도 하였으니 우리들의 정신문화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특히 불교와 유교의 사상을 크게 영향 받았으며 그 중심세력은 근세로 내려오면서 점차 불교에서 유교로 이동되어 명실 공히 저간의 우리 사회는 일반적 윤리체계로 삼강(三綱)오륜(五倫)을 숭상했고 모든 인간관계의 문제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사상 위에서 논의 되었던 것으로 그 현상은 현재 우리들의 생활문화 속에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일찍이 유ㆍ불사상의 정신적 근원을 갖게 되었음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일제 강점기와 팔ㆍ일오 민족해방의 감격과 함께 몰아닥친 혼란, 새 정부수립의 터전을 채 닦기도 전에 기습공격을 받은 육ㆍ이오 사변의 동족상잔과 이어지는 가난 등의 난관을 지나오면서 옛날의 전통적 인ㆍ의ㆍ예ㆍ지와 삼강오륜의 윤리체계는 그 모습을 점점 상실하여 갔으나 그래도 그 본질의 아름다움은 우리들 생활 속에 면면히 이어져 왔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는 요즈음이 오히려 사회윤리와 도덕적 기강이 지나치게 해이되어 사회적 질서혼란의 불안감을 멈출 수가 없게 되었다.

‘사흘 굶어 담 안 넘어가는 놈 없다'는 속담대로 윤리도덕과 사회적 협력도 내 배가 고프지 않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제 우리들도 대부분은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남을 돕는 나라 국민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남보다 잘 사는 차원을 넘어 내 스스로가 잘 사는 삶의 질을 높일 때라 생각된다. 그렇다. 우리의 삶을 보다 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힘의 원천지를 찾아야 한다. 바로 수세기를 두고 우리민족이 정신적 지주로 삼아왔던 유학사상이 그중의 하나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위안으로 삼고 더욱 정진해서 다음에는 더 밝고 큰 창을 내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변명을 대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