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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으려면 정부 공수' 남발 말아야
정부, 주택공급 청사진 내놓고 정책 신뢰 회복 노력해야
기사입력 2018-09-15 오전 6:23:00 | 최종수정 2018-09-15 06:23   

 

 

문재인 정부의 8번째 부동산 대책인 '9·13 대책''()주택자 정밀 조준' 정책이다. 종부세 강화와 대출 규제로 다주택자를 압박, 매물을 유도하고 추가적인 주택 투자를 막는 게 목적이다. "자고 나면 1억원"이라는 일부 지역의 집값 폭등을 투기꾼 농간 탓이라고 보는 정부의 인식이 투영된 대책이다.

집값 폭등이 과잉 유동성(현금 흐름)과 대체 투자처 부재, 재건축 규제, 정책에 대한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번 불붙기 시작한 시장은 강력한 대책마저 악재가 아닌 호재(好材)로 둔갑시킨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 가격은 잡겠다"며 종부세 도입 등 각종 대책을 남발했다. 서울 강남을 겨냥하면 서울 강북과 경기도가, 고가(高價) 주택을 규제하면 저가 주택으로 매수세가 옮아 붙으면서 전국의 집값을 올려 놓았다. 이번 정책이 노무현 정부 정책의 재탕이면서도, 그 강도가 한 단계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책이 무한한 것 같지만, 부작용을 감안하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칼은 녹이 슨 단검(短劍) 정도이다. 정부가 종부세 부과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막판에 백지화했다고 한다. 서울 강남권은 물론 강북 아파트 1주택자 상당수가 종부세 부과 대상에 포함돼 조세 저항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거론하지만, 단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집값 폭등을 각오해야 하고 입주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린다. 신도시를 만들고 싶어도 인기 지역 택지는 고갈된 상태이다. 설령 택지를 확보한다고 해도 토지 보상과 공사, 인프라 구축을 감안하면 최소 7~8년은 걸린다. 열매는 차기 정부가 딸 수 있을 것이다.

버블(거품)'비이성적(非理性的) 과열'의 결과물이지만, 버블은 정부를 비이성적으로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치솟아, 정권의 존립 문제가 된다면 정부는 앞뒤 가리지 않고 칼춤을 출 것이다. 가격의 안정이 아니라 시장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일본이 1990년 끝없이 치솟던 부동산 가격을 무너뜨린 것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대출 규제였다.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고 대출 규제를 주도한 일본은행 총재는 '서민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대가는 참혹했다. 20년 불황의 방아쇠가 당겨졌고, 기업은 넘어지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났다.

시장의 붕괴 없이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과 실수요자의 인내가 긴요하다. 주식시장에서 투기 세력 작전의 성공 여부는 일반 투자자가 미끼를 무느냐에 달려 있다. 시세 조작에 개미들이 달라붙지 않으면 투기 세력은 쪽박을 찬다. 미국도, 유럽도, 한국도 집값이 치솟기만 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부동산 투자 귀재인 샘젤이 부를 축적한 비결은 불황기에 사서 호황기에 파는 것이다.

집값 역시 상승과 하락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부는 저렴한 서민용 주택을 포함한 주택 공급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것은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바보 짓이다. 집값이 한국보다도 훨씬 더 치솟은 선진국 어떤 정부도 그런 공수표를 남발하지 않는다.

 

 

기사제공 : 수도권지역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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