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성 사)인천시민자원봉사회 중구지회장

평등에 기초한 국민들의 정치 참여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데,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 참여 지표인 투표율이 하락 추세다. 낮은 투표율은 선출된 대표자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약화시킨다. 특히 서민층 밀집 지역에서의 투표율이 부유층 밀집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투표참여율이 사회내 집단별로 불균등하면 전체 유권자의 표심이 왜곡될 수 있으므로 투표율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 투표참여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선거일 투표에 참여하는 시간을 유급 휴무 또는 휴업으로 인정받는 노동자는 전체노동자의 22.7%에 불과하고 나머지 77.3%는 투표 참여에 유·무형의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근로자 투표 참여 실태는 근무시간 중 외출 불가(42.7%)와 임금 감액(25.8%), 상사의 눈치(9.8%) 등의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정치학회 조사에서 나타났다.

현행 투표 종료시간인 6시는 투표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근무 시간이거나 근무를 마치고 투표장에 도착할 수 없는 시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정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투표율 제고를 위한 투표시간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2000년 ~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투표율은 71.4%로 56.9%인 우리나라보다 14.5% 높게 나타나고 있다. 투표종료시간을 오후 8시 이후로 정하는 미국, 핀란드, 이집트, 일본 등은 60% 이상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1998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투표종료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로 2시간 연장한 이후 2001년 ~ 2005년 네 차례의 중의원 선거에서 투표율이 10% 높아졌다.

투표시간 연장 반대론자들은‘추가 비용이 든다.’,‘투표는 성의의 문제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대통령선거 당일 투표시간 연장법안 전문위원 검토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고용형태 및 조건에 따라 선거권 행사를 보장받지 못하고 투표 당일에도 근무를 해야 하는 유권자들은 실질적으로 투표권 행사가 어려움.

개정안들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임기만료에 따른 선거 및 재보궐선거 의 투표종료시간을 연장하려는 것으로서 투표율을 제고하고 유권자들의 참 정권 보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봄.

다만, 투표종료시간을 결정함에 있어 투표시간 연장에 따른 개표 지연으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투표관리비용 증가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음.

이는 유권자들의 투표권행사가 침해받고 있으므로 투표종료시간을 연장하여 참정권보장을 강화하려 하는데 추가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실시한 재외국민선거를 비용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없다. 특히 재외선거권자 1인당 비용은 305,250원으로 국내 선거권자 1인당 비용 10,950원의 28배로 높지만, 재외선거를 없애야 한다는 국민은 없다.

투표관리비용이나 추가비용증가 보다는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을 더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표시간 연장 반대론자들의 성의의 문제라는 말은 위의 조사와 같이 실질적 불이익 때문에 참정권을 행사하고 싶으나 투표하지 못하는 유권자를 폄하하는 말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의 참정권을 확대하는 것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투표소에 가지 않아도 되는‘우편 투표제'의 도입 등 투표율 을 높이기 위해 보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제도를 보완하여 실행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투표종료시간 연장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강화하는 제도이니 마땅히 당장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