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복 편집국장.

한상대 검찰총장이 지난30일 사퇴하고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도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한 총장은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다”며 별다른 메시지 없이 쓸쓸히 퇴장했다

한 총장은 애초 국민 앞에 검찰개혁안을 밝히고 신임을 묻기 위해 조건부 사표를 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조건없는 사퇴로 선회했다. 그가 명분없는 검찰개혁안 발표를 고집하지 않고 곧바로 물러난건 그나마 다행이다.

검찰은 기소를 독점하고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거대한 권한을 국민과 정의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법무부의 일개 외청에 불과하지만 차관급만 무려 50명이 넘는다. 따라서 검찰 개혁은 권한을 적절하게 나누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오히려 본격적인 검찰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 스스로 “검찰이 철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시대에 맞는 개혁을 추진하는 것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밝히고, 보수언론까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방안에 대한 검토를 주문할 정도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당위가 됐다.

한 총장의 사퇴는 문제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한 총장이 사퇴에 이르게된 경위를 살펴보면 검찰의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책은 어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한 총장이 중도하차 할 수 밖에 없게 된 근본 이유는 그가 검찰의 신뢰를 떨어뜨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그는 대통령과 대학 동문으로 충성심에 의해 총장직에 올랐다는 의심을 받았다.

실제로 각종 수사에서 권력의 눈치를 살핀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재벌비리 사건에서 개인적으로 친한 총수 편을 들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돈 검사' '성추문 검사' 사건이 한꺼번에 터지자 내부 비리를 막지 못한 책임론이 더해졌다. 위기에 처한 그가 중수부 폐지를 포함한 개혁안을 발표하려 하자 검찰은 내분으로 치달았다. 그는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더 이상 검찰을 지휘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스스로 물러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이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의 개혁을 미루고 거부한 탓에 이제 외부의 힘에 의한 개혁이 이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이제까지 수없이 봐왔듯이 검찰 개혁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검찰 내부의 반발과 다른 조직과의 이해 등 갖가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예상되는 어려움들을 어떻게 이겨내고 국민을 위한 검찰로의 개혁을 성공시킬지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