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선임기자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경질됐다.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고위인사가 어처구니 없는 처신으로 한 순간에 대한민국의 품위에 먹칠을 한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날 밤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술을 마신 뒤 함께 있던 주미대사관 소속 여성 인턴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의 신고로 현지 경찰에 입건되자 남은 일정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줄행랑을 쳤다. 여성대통령의 ‘입’이 해외에서 여성에게 몹쓸 짓을 하다니,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전대미문의 참사다. 청와대의 축소·은폐 의혹까지 보태지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윤 전 대변인은 물론 관련자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피의자’ 신분이 된 윤창중씨는 언론계에 있을 때부터 막말과 망언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런데 그는 입만 더러운 것이 아니라 행동도 추잡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을 인수위 대변인과 청와대 대변인으로 중용했다. 여론에 귀막은 ‘오기 인사’는 참혹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문화일보 논설위원이던 2006년 한 칼럼에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라고 한바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많다. 우선 정확한 진상규명이다. 여기에는 성추행 사건의 전말뿐 아니라 그의 도피 과정에 대한 명백한 진상규명도 포함돼야 한다. 그가 서둘러 짐을 싸서 국내로 돌아온 것은 청와대의 종용 내지 방조가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끝나지 않았는데 대변인이 아무런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귀국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청와대가 출국을 돕거나 방관했다면 ‘성추행 용의자’의 도주를 방조한 것이 된다. 청와대는 사건을 인지한 시점과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점, 윤 전 대변인의 출국 경위 등을 조사해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직접 대국민사과를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과문 발표로 국민의 분노를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누누이 언급했듯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제2의 윤창중 사태’를 막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미래는 기약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만 하드라도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라 아니할수 없다. 여론에 귀 막고 독단과 고집을 부려놓고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오만한 판단이었다. 문제는 윤씨 사건이 인사 실패 후폭풍의 끝이 아니라 서막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사 문제 등에 대한 박 대통령 인식의 일대 전환이 없는 한 제2, 제3의 윤창중 사건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