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위원

아시아나 항공이 지난해 제 1회 가족 친화 경영 대상인 가족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수상 이유는 가족 친화 경영으로 회사 이미지에 도움을 주었고 “기업은 바로 가족”임을 실천적으로 보여준데 대한 평가였다.

아시아나 항공은 여승무원이 임신 확인서를 제출하면 바로 출산 휴가를 내 주었고 사내 커플에게는 한달에 한번씩 같은 항공기를 탈수 있도록 대우 했다. 다른 기업에서는 볼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를 근로자들에게 베풀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런 근로자 정책으로 전체 직원중 여직원 비율이 53%를 넘고 두 자녀 임직원이 3000명이나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근 잇달아 터져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남양 유업, 배상면주가, CU사태의 자살 사건에 비하면 이는 하늘과 땅 차이로 느껴진다. 물론 인적 조직과 구성은 다르지만 갑 을의 관계에서는 매 한가지인 가족 관계들이다.

남양유업을 비롯한 배상면 주가, CU사태등은 모두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는데도 본사의 물품 밀어내기(강매)를 견디지 못해 대리점주들이 자살한 사건이다. 이들중 프랜차이즈 CU는 대리점주들의 절박한 폐점 요구도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물지 않으면 받아 들이지 않았다. CU의 편의점 주인 자살 사건은 이외에도 3건이나 더 있다.

기업 경영주들의 상반된 두 경우를 보면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이 어떠해야 되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CU등 경영진들은 대리점주의 자살 사건을 언론들의 보도 후에야 비로서 알았다고 말해 그 진정성에 큰 의문을 갖게 했다. 뻔뻔한 강변처럼 보여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아시아나 항공이 근로자에 대한 것 처럼 이들이 대리점을 감싸고 따뜻한 면을 보여 주었다면 차마 이런 비극은 일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CU등 경영주의 비 인간적인 처사가 심히 유감 스러울 뿐이다. 아시아나 항공이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면 그들은 나쁜 바리새인이다.

대리점주들의 죽음의 대가로 그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호사를 누렸다. 남양 유업의 지분 구조를 보면 홍원식 회장 가족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그 때 뿐이었다.

홍회장의 지분은 19.62%이고 부인과 아들, 손자들이 모두 주주로 올라 있다. 6살짜리 손자 윌리엄은 주식 평가액이 20억 6천만원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 하고 있기도 하다. 한겨레 신문은 올해 80살인 홍 회장의 어머니 지종숙씨도 이사로 돼 있으며 월급만 받고 회의에는 참석 안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대리점을 등쳐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의 배만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업 직원들의 연봉도 2828만원에 불과하며 이직율도 다른 식품 회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연봉은 가장 낮은 오뚜기 식품의 2782만원보다 46만원이 많으나 삼양 6163만원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더구나 23개 식품 대기업 가운데 비정규직이 가장 높기도 하다.

정치권은 남양유업, 배상면 주가, CU등의 사태가 사회적인 큰 문제로 떠오르자 오는 6월3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남양유업 사태 같은 갑의 ‘밀어내기’ 관행을 근절키 위한 경제민주화 관련법을 통과시키로 했다.

특히 이번 임시국회는 본사의 밀어 내기로 대리점이 손해를 보았을 경우 최대 3배를 보상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제를 도입하는 공정 거래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현대판 노예계약으로 불리는 프랜 차이즈 사업본부와 가맹업주의 관계를 바꾸기 위해 가맹점 업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가맹 사업도 논의 키로 했다.

한편 동반 성장위원회는 지난 27일 73개 대기업의 기업평가에서 갑 을 논란에 휩싸인 도소매, 식품업체들은 롯데마트(양호)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보통 또는 개선 등급에 머물렀다고 발표 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이런 평가는 대기업들의 협력 업체와의 상생 여부를 진단하고 내린 결과다.

이는 바로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CU등 식품 업체들이 협력 업체와의 상생 노력이 미진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수 있다. 물의의 중심에 선 문제의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CU등 경영진은 사태후 국민 앞에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자살 사건등에 어느 정도 통감 하고 있는 지는 알수 없다.

시간이 한참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관행적 본색이 언제 법망을 피해 또 다시 독버섯처럼 돋아 날지 모른.다.

배상면 주가는 국순당의 창업자인 배상면회장의 이름 따 지은 이름이다. 차남인 배영호 사장이 세운 전통술 판매 회사이고 그는 국순당 배종호 사장의 동생이다. 배상면주가의 자본금은 30억원이며 배영호사장이 57.6%의 최대 주주이다. 부인 최선주 씨도 13,8%의 주식을 갖고 있다.

구 훼미리 마트인 CU의 박재구 사장은 30일 기자 회견을 갖고 국민앞에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이며 편의점주의 자살을 지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사망진단서를 변조 한것에 대해 깊이 사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내에 상생 협력실을 개설해 자신이 직접 점포 애로 사항을 우선 해결하고 분쟁도 줄이겠다고 약속 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정치권의 관련법 제정으로만 맡기지 말고 아시아나 항공 같은 기업들이 더 많이 생겨나도록 적극적인 기업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갑의 횡포로 인한 을의 자살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업 감독도 강화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유통사회는 한층 밝아지고 기업 문화도 선진화되며 경제 민주화도 앞당길수 있을 것이다.

논설위원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