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위원

기초 자치단체 의원들이 외유성 해외 연수를 나가 또 추태를 벌였다. 지난 3월 인천 연수구 의원들의 술 추태에 이어 지난 2일에는 서울 성북구 의원들이 터키 이스탄불 도심 복판에서 멱살잡이를 하며 대낮 추태를 부렸다.

연수구 의원들은 당시 일본 삿포로의 노인복지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해외 연수를 나갔다가 밤늦게까지 폭음하며 소란을 피워 빈축을 산 사건이다. 일부 의원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인사불성이 되기도 했다.

성북구 의회의원들의 추태는 숙소 문제를 놓고 벌인 일부 의원의 불평이 단초였다. A의원은 ‘내가 묵은 방은 너무 비좁아 화장실에 짐을 놓아야 했고 옆방의 숨소리 까지 들려 잠을 잘수 없없다’고 투덜됐다. 그러자 B의원은 ’불평 그만하라‘고 면박을 주었다. 그런데도 A의원은 계속해 숙소 불평을 하며 여행사와 호텔 선택 잘못을 의장단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B의원이 ’힘든 것은 다 마찬가지다. 왜 혼자만 그러느냐‘ 다독 거렸지만 그는 들은채도 안했다.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AB는 서로 멱살잡이 까지 하는 험악한 사태로 번졌다. 대낮 식당 앞의 수많은 이스탄불 시민들이 지켜보았으나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추태를 부린 두 의원은 각각 새누리당과 민주당 소속이다. 성북구의원들은 지난해 이스탄불 베요을루 의회와 맺은 우호 교류 협정에 따라 그들의 초청을 받아 이스탄불을 방문 중이었다. 방문 의원은 18명이었다. 항공료를 포함한 체제비는 모두 성북구 의회 부담이었다. 일인당 기준 250만원이었다. 그러니 전체 비용은 약 5000만원에 달한다. 모두가 구민의 혈세이다.

구 의원들이 이스탄불을 방문할 당시 터키 정국은 시위등으로 크게 소란스러웠다. 11년째 철권 통치를 해온 에르도안 총리의 현 정부가 이스탄불 도심의 탁심 광장에 있는 ’게지공원‘을 강제 철거하면서 시작된 시위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시위가 거세지자 정부는 철거를 밀어 부치면서 시위 군중에 무차별 최루탄 발포와 최루액 물대포를 쏘아 대고 있다.

공원 사수를 위한 시민들의 작은 집회는 이젠 시위 군중이 수만명으로 불어날 정도이다. 시위도 이스탄불시만 아니라 전국 67여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시위 양상도 바뀌어 요즘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정권 퇴치를 주장하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터키 정국은 지금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형국으로 변했다. 연행된 시민도 1700여명에 이르며 이중 138명이 구금됐다. 과잉 진압으로 실명자가 속출 하는 등 시위대 53명이 다쳤고 경찰관도 115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터키판 ’아랍의 봄‘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에르도안 현 정부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판국에 성북구 의원들이 이스탄불을 방문해 도심 한 복판에서 의원들끼리 멱살잡이를 하며 추태를 부렸으니 나라꼴이 어찌 됐겠는가. 수학 여행을 간 고교생들에서도 이런 현상은 볼 수 없다.

한류 바람 때문에 이젠 세계 곳곳에서 한국임을 모르는 외국인이 없다. 과거에는 한국인이 해외여행에서 창피한 일을 당해 “아노”하고 일본인 흉내를 내면 출신국 신분을 감출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한국 사람임을 금방 알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시의 한 복판 추태는 소문을 타고 금방 확산돼 갔다.

그 소문은 오히려 역 수입돼 우리가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성북구 의원들의 연수 일정은 7박 9일이었다. 일정중 이스탄불 베요을루 구의회의 초청 행사인 하루를 빼고 나면 모두가 관광 나들이로 채워졌다. 관광 코스중에는 앙카라와 카파도키아(터키 동쪽에 있는 고원의 옛 이름으로 6세기에서 13세기의 동굴과 수도원이 있다) 도 포함돼 있다.

얼마전 경기도의회 윤화섭의장은 전남도와의 매년 열리는 거도적인 행사에 불참해 말이 많았다. 불참 사유가 뚜렸치 않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자 그는 ’큰 어머니가 돌아 가셔서‘ 라고 둘러댔다. 이는 곧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나중에 칸 영화제 참석 운운하며 변명도 했으나 이것도 역시 거짓이었다.

프랑스에서 휴가를 충분히 즐기고 돌아 온 것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참 부끄럽다고 말했다. 구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추태는 한 두번이 아니다.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은 북핵 위기가 터져도 태풍이 불어도 관계치 않는다. 2008녀 글로벌 금융위기 일 때도 충남 계룡시와 경기 광명시 의원들은 혈세를 들여 미국과 캐나다에 해외 연수를 갔다 왔다.

미국에 가면 꼭 나이아가라 폭포를 관광 한다. 한 의원에게 왜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느냐고 묻자 그는 엉뚱하게도 ’미국은 넓고 한국은 좁더라‘ 고 말해 우리 국민을 황당하게 한적이 있다. 구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 악폐는 막을 수 없을까. 구 의회간에는 합의체가 있다. 이를 잘 활용 하면 방법을 찾을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해외 연수를 결정 할 때 지역주민의 의견을 물어 타당한지를 검토하고 여행 비용은 얼마로 할지등도 논의하는 주민과 관의 협의 기구가 있으면 좋을듯 하다. 해외 연수에서 돌아와서는 진정성이 담긴 보고서와 함께 해외 연수 스케줄을 주민에게 일일이 알릴 강제 조항 마련도 필요하다.

요즘 정치계에서는 정당공천제를 폐지와 함께 기초 의회제를 폐지 해야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구의원들 스스로 내가 왜 존재 하는 지를 새삼 증명해 보일 때가 아닌지 모르겠다. 논설위원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