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위원.

  대한산부인과 학회는  다음달 1일 부터 대학병원과 상급 종합병원에도 포괄수가제를 강행하면 복강경 수술을 거부 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수가제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양과 질에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6월에도 백내장, 편도, 탈장, 치질, 제왕절개수술, 자궁 수술등 7개 질병군의 포괄 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안과, 외과 의사들이 1주일간 수술을 거부한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종합 병원을 제외한 병,의원에서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외과등 4개과 7개 질병군에 대해 전면적인 포괄 수가제를 시행했다.

대한산부인과 학회는 포괄 수가제 확대 반대 이유로 “제왕절개술과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에는 다른 질병군과 달리 수많은 종류의 수술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산부인과 학회는 이들 수술에는 천차 만별의 변이도와 난이도가 있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포괄수가제로 단순 포함 시켜 적용 하는 것은 실정과 배치 된다는 주장을 편다.

복강경 수술이 적용되는 분야는 자궁근종과 자궁 내막증등 부인과 수술 질환과 난관수종 골반 유착 등의 불임증 치료, 자궁적출술, 불임수술 등 다양하다. 복강경 수술은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어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개복 수술에 비하면 수술비가 비싼편이다. 그러나 복부에 0.5~1.5센치 크기의 작은 구멍을 내 수술해 수술 부위의 감염 위험이 적고 회복이 빨라 산부인과 수술의 50% 이상을 차지 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보건복지부가 고난도의 복강경 수술을 자궁및 자궁부속기 수술등을 2개 질별병군으로 묶어 포괄수가제에 포함 시키려는 정책은 산부인과에 편중된 불리한 제도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복강경 수술은 지혈제의 경우도 약품 품질에 따라 크게는 100배 까지 차이가 나고 수술에 쓰이는 재료에 따라 수술비가 크게 달라 질수 있어 산부인과의 수익을 챙기는 통로로 인식 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산부인 학회는 보건복지부에 심각한 동반 질환이 없는 제왕 절개 수술과 개복에 의한 자궁 적출술만 포괄 수가제 대상으로 하고 고난도가 요구되는 수술은 질병 분류 체계 정비가 완성되는 대로 점차 확대할 것을 건의 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현재 하나의 질병군으로 돼 있는 ‘자궁 및 자궁 부속기 수술’을 자궁 수술과 자궁 부속기 수술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자궁내 풍선 확장술을 시행할 때는 포괄 수가제에서 제외 하는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고 말할뿐 이렇다할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대학병원과 상급 종합병원까지 포괄 수가제를 강제 적용할 경우 고위험 환자치료는 당분간 어려워지게 되고 의사들의 중증 환자에 대한 기피 현상도 초래 될 가능성이 높아 사회의 큰 문제로 야기될 수 있다.

보건 복지부는 포괄수가제를 확대 시행하기전에 대한 산부인과 학회와 머리를 맞대고 대학병원등과 환자 피해가 없도록 원만한 개선안을 찾아 내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실제 포괄수가제는 운용만 잘 하면 현행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폐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등 부자 나라의 모임인 경제협력기구(OECD)의 34개 회원국 대부분도 이 제도를 시행 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진료의 양이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질 뿐 아니라 병원이 받을수 있는 진료비가 예상돼 과잉 진료를 예방 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진료비 수입을 올리기 위한 불필요한 검사나 처치 같은 행위도 없어 진다. 진료비 계산 역시 간단해 현행 행위별 수가제에서 약 한알, 주사 문제로 환자 가족과 병원측이 간혹 티격태격해야 하는 일도 없어지게 된다.

정부는 이런 장점을 이유로 포괄수가제를 한사코 추진하려 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국민의료보험 재정을 더 이상 줄일수 없다는 측면이 깔려 있음을 부인 할수는 없다.

과잉 진료는 의료 서비스중 환자의 불만도가 가잔 높은 사항의 하나로 지적돼 오고 있다. 보건 복지부의 2011년 통계에 의하면 2010년의 의료 서비스 불만중 22.5%가 과잉 진료였다. 2012년의 건강보험 요양 기관의 과잉 진료 청구 건수도 2600만건에 달했다. 이는 2010년의 과잉진료 판정 건수인 1800여만건보다 무려 60%나 증가한 것이다.

한국 환자의 입원 일수가 OECD 34개 회원국중 두 번째로 긴것도 병원 수익을 올리기 위한 행위별 수가제에서 오는 과잉 진료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의사들의 주장처럼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서 책정한 수가가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 이라면 정부는 의료 당사자와 소통하며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은채 이해 당사들이 치킨 게임성 주장만 앞 세운다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만 고스란히 입게 된다.

논설위원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