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위원.

CJ그룹 비자금등에 대한 수사가 착수된지 1개월만에 이재현 회장이 어제 검찰에 소환됐다. 이 회장은 검찰에서 17시간여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은뒤 26일 새벽 2시 30분께 귀가 했다. 사법 처리 수순에 들어간 듯 하다.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에 앞서 소속사 아르바이트 직원 1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하겠다고 전격 발표 했다.

이들이 정규직이 되면 4대 보험 혜택은 물론 연차 수당, 퇴직금등 처우 면에서 크게 달라 진다. 6개월 이상 근무한 대학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전원 학자금을 지급키로 했다. 이에 소요되는 재원도 약 2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이 시기냐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국민은 마뜩해 하지 않는다. 막다른 코너에 몰리자 내놓은 궁여지책의 구애성 호소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CJ그룹으로서는 현 위기를 모면 할수 있다면 그 이상도 할수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수사에서 드러난 이재현 회장의 비리는 일일이 열거 할수 없을 정도다. 비자금 조성을 위해 제일제당의 홀딩스 회삿돈 600여억원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510여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또 일본 도쿄의 빌딩 2채 구입과 관련해 350억원도 배임 했다. 해외 도피 자금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혐의등을 종합하면 이 회장은 사법 처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 하다. CJ는 이를 의식하고 정치권등에 선처를 호소하고 싸늘 해진 여론도 달래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등의 일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CJ 리턴십 프로그램을 개발해 결혼 육아등으로 직장을 떠난 경력 공백 2년 이상된 여성 5000여명에게도 재 취업 할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15000명의 정규직 전환과 합하면 무려 2만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준 셈이다.

이는 분명 통큰 조치이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의 비리등과 무관치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 뒷맛은 개운치 않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 중의 하나이다. CJ그룹의 이런 조치들도 바로 이점을 의식 했다고 볼수 있다.

CJ그룹은 최근 주요 10대 일간지를 통해서도 전례없이 현 정부를 응원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 보냈다. 광고 문구는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기는 나라 CJ가 대한민국 창조 경제를 응원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창조경제”부분에는 붉은 글씨로 처리해 눈길을 끌었다.

자체 소유한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도 창조경제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 소유 케이블은 tvN을 비롯해 채널CGB, OCN, Mnet, 바둑TV 등 6개나 된다. 이 케이블 채널 광고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5촌인 가수 은지원씨를 등장시켜 코드 맟추기란 인상 마저 주고 있다. 어쩌면 박대통령에 대한 사랑 고백 처럼 들리기도 한다.

유사성 보도를 한 자체 소유의 tvN등 일부 케이블 채널도 방송 통신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케이블 채널은 시사성 보도를 할수 없는데도 정치 풍자등 시사적인 보도를 했다는 이유다. tvN의 ‘최일구 끝장 토론’등이 이에 해당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재벌 총수가 사법 처리 위기를 맞으면 재벌사들은 유행 처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공식 메뉴로 들고 나온다.

지난 1월 횡령과 배임 혐의로 김승연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이 구속 되자 한화는 20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취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횡령혐의로 구속 됐을 때도 SK는 비정규직 5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 했다. 이번의 CJ그룹도 똑같은 수순이다.

하지만 재벌의 비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공약 이다. 더구나 이 회장의 비리는 이 정부 들어 처음 발생한 재벌 비리라는 점이다. 그래서 상징성이 어느 경우 보다 크다 할수 있다.

따라서 CJ의 이재현 회장에 큰 변수가 없는 한 김승연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전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듯 하다. 국민과의 공약을 실천하고 국기를 바로 잡는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서라도 형평을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