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위원

요즘 항간에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최근 검찰 총장에게 탄원서를 보내 소송에서 진 차명재산의 국고 환수를 통해 추징금을 낼 수 있도록 호소 했고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미납을 계속 미뤄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27일 본회를 열어 전두환법으로 불리는“공무원 범죄 몰수 특례법”을 통과시켜 이들의 미납금 추징 근거를 마련 했다. 며칠전까지도 이들에 대한 미납금 추징은 숙수 무책 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공무원 범죄 몰수 특례법’의 통과로 이제는 이들의 가족등 제3자에게서도 추징이 가능케 됐다. 큰 변화다. 그렇게 되면 전두환법은 구속력을 갖게 돼 추징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례법은 추징 시효도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하지만 전두환법이 과연 헌법 취지에 맞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 않다. 특정한 사람이나 행위 따위에 적용하는 ‘특례법’의 얼굴로 탄생했으나 우리나라 기본법인 헌법13조와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헌법은 지고지순한 우리나라 최고의 상위법이다.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노 전 대통령이 25년전에 추징금 처벌을 받고도 지금껏 추징금을 제때 안내고 버텨온것은 바로 이 헌법규정의 보호막 장치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위법인 전두환법은위헌 소지에 휘말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례법은 어떤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특수한 사례를 규정할 경우에 쓰는 용어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전두환법이 우리나라 헌법을 무시한 헌법 파괴의 졸속 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솔직히 우리 국민들 치고 그의 가족이나 추종자 일부를 제외 하고는 전두환 법 제정에 찬동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법 제정에 오류가 없을 때의 말이지 그렇지 않을 경우 달라질 수 있다. 여기가 바로 걱정되는 부분이다. 차제에 입법 당국은 확실한 해명으로 국민이 오해하지 않도록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전 전대통령의 미납금은 전체 추징액 2205억원중 76.9%인 1672억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노 전 대통령의 미납금은 전체 추징액 2628억원중 8.8%인 231억원이다. 납부 실적을 보면 노 전 대통령측이 훨씬 양호하다. 전 전 대통령의 미납금은 월급 253만원의 우리나라 정규직 근로자가 매월 200만원씩을 저축해 갚을 경우 6967년이 걸려야하는 큰돈이다.

당초 전 전 대통령의 미납금 시효 만료일은 오는 10월 11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시효가 10년으로 크게 늘면서 다른 상황도 변했다. 종전에는 추징금 일부라도 납부하면 자동적으로 시효가 3년 연장 됐으나 이제는 그럴수 없다. 시효 연장을 위해 찔끔 찔끔씩 추징금을 낼수가 없다.

전두환 추징법은 사실 법 제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해 자칫 흐지브지될 뻔 했다. 법안 처리에 따른 시간 촉박으로 인해 9월 정기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었다. 새누리당은 전두환 추징법은 개인 전씨만이 아니라 전 국민에 적용되는 연좌제 성격이라며 완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민주당도 추징금을 안낼 경우 강제 노역형을 적용토록 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양당의 이같은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법제정이 무산될 위기도 겪었다. 그러나 수뇌부의 설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양보 하면서 절충점을 찾아 법안을 마련케 됐다. 새누리당은 ‘3자 추징’을, 민주당은 ‘노역형’을 각각 양보 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3자 추징에 대해 3자가 불법 재산인지 알면서 취득 했을 경우만 적용토록 했기 때문에 과도한 집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자 추징은 이들만이 아니고 전 국민에 해당되는 상황이어서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은 그가 예금통장 저축액이 16만원 밖에 없다고 말 해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그후 2006년 서울 서초동 땅이 그의 소유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검찰이 1억원을 받아 낸적이 있다. 2010년에도 300만원을 자발적으로 내 2013년까지 추징 만료일을 연장해 왔다.

전씨는 올해 82세이다(1931년생). 앞으로 10년이 연장되면 92세가 된다. 종전법으로는 그 전에 타계하면 미수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국회의 이번 법 마련도 바로 이점을 염두에 두고 법 제정을 추진했다. 당국도 지금까지 헌법 13조의 규정에 묶여 그들에 대한 아무런 액션도 취할 수 없었다.

전씨 가족의 재산은 큰 아들 재국 씨 500억원, 둘째 재용씨 400억원, 셋째 재만씨 1230억원, 딸 효선씨 15억원 등 모두 2000억원에 달한다. 장남 재국씨는 특히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의 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이 아들 명의로 버진 아일랜드에 재산을 옮겨 놨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있으나 입증 하기는 쉽지 않다.

전두환법이 위헌과 무관하다면 전 전 대통령의 미납급( 1672억원)은 전씨 자녀들의 재산이 2000억원이므로 전액 추징도 어렵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불법 재산인지 알면서 취득했을 경우만 추징이 가능하므로 그 절차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한 법리 논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추징금은 벌금이 아니기 때문에 추징금을 안냈다고 해 강제 노역을 시킬 수도 없다.

민주당은 추징금을 안낼 경우 100일 이내 반복해서 노역장 유치가 가능 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 했었으나 새누리당의 이중 형벌이 된다는 반대에 부딪쳐 이 법안 발의를 거둬 들였다. 민주당의 발의 법이 국회를 통과 됐다면 전 전 대통령은 하루 노역비 5만원씩을 계산할 경우 9161년간 걸려야 하고 하루 5억원씩을 치면 334일을 노역을 해야 한다.

과거 이건희 삼성 회장도 하루 1억 1000만원씩,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은 하루 1억원의 벌금 또는 노역형을 선고 받은 적이 있다. 노 전대통령의 추징금 징수는 90%가 넘어 비교적 좋은 편이다. 한보 그룹에 빌려준 돈 800억원과 쌍용 그룹에 맡겨놓은 200억원등을 찾아 추징금을 냈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그의 소유로 추정되는 부동산과 금융 자산 등이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으며 김옥숙 노 전 대통령 부인은 지난 13일 채동욱 검찰 총장에게 탄원서를 내 주목을 끌었다. 그는 탄원서에서 시동생 노재우씨와 사돈 신명수씨에게 맡겨진 차명 재산을 환수해 추징금 미납금을 완납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친인척에게 검은 돈을 맡긴 것을 고백한 것이어서 그 용기가 새삼 돋보였으나 이미 소송에서 져 돌려받지 못할 차명 재산을 검찰이 국고로 환수토톡 요구 한 것은 이해가잘 되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이 추징금 미납의 족쇄에서 풀려나도록 하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노 전 대통령은 올해 81세로 전두환 전 대통령보다 한 살 아래다. 그는 현재 희귀 불치병인 소뇌 위축증을 앓고 있다. 그런데도 부인 김옥숙씨는 부끄러움을 마다 않고 노전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는 뜻에서 탄원한 배경에 어쩌면 인간적인 연민의 정이 들기도 한다. 이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전 대통령의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되기 위해서라는 말도 나온다. 현행법은 내란죄를 지은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 노전 대통령은 모두 김영삼 대통령 시절 사면 복권 조치됐다. 이들과 비슷한 처지의 안현태 전 대통령 경호실장은 2011년 국립묘지에 안장이 됐다. 2011년 개정된 국가장 법으로도 이들은 국립묘지 안장의 길은 열려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무회의 심의에서 국가장 대상으로 결정 되느냐가 관건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추징금을 모두 납부 한다면 문제는 달라 질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