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논설위원.

얼마 전 모TV의 ‘한국인의 밥×’이란 프로에 출연한 Ch.B.A씨가 제주도를 순방하며 그곳의 명물인 생선을 맹물에 끓여 건져서 초간장에 찍어먹는 ‘방어 탕‘을 먹으며 “이게 방어 지리’탕 인가요? 라고 묻는다.

본래 제주도에서는 생선을 맹물에 끓여먹는 음식이 많다. 아기를 출산한 산모에게 미역국을 끓일 때 옥돔을 넣고 끓인다니 육지의 풍속과는 전혀 다른 점이 있다.

여기서 말한 ‘지리’는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이다. ‘지리’란 말은 비단 이분만이 사용한 용어가 아니고 일식집에 가면 흔히 들어보는 이야기이다.

일식집에서는 탕(湯)종류의 음식을 시킬 때 맵지 않고 맹물에 간을 해 끓이는 탕 종류를 ‘지리’라고 한다. 그러니 이 말이 우리말인지 일본말인지조차 구분 못하고 주문하는 것이다.

일본말에서 지리(ちり)란 냄비 요리의 한가지로 생선, 두부, 채소 등을 냄비에 끓여서 초간장에 찍어 먹는 요리를 말한다. 이들은 이를 ‘지리나베’(ちりなべ)라고도 한다.

막상 일본말이라 지적은 했으나 적당한 우리말이 없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이를 맵지 않은 ‘싱건 탕’이라고도 하는데 처음 들어보니 어색하기는 하나 일본말 보다는 나은 것 같다.

일본말은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에 침략 당했을 때 쓰던 침략 어이다. 당시를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구태여 그들의 말을 끌어다 쓸 필요는 없다.

우리말 우리글이 존재하는 한 남의 것을 끌어다 쓴다는 것은 수치이다. 그러다보면 내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이니 부끄럼을 알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