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위원

원전 납품 비리와 관련해 한전수력원자력 김종신사장(67)이 구속되는 사태 까지 이르렀다. 검찰 수사 결과 한수원의 비리는 중간 간부에서부터 사장에 이르기 까지 고질적 이었다. 동료 간부가 수사 받던중 자살한 와중에도 업체로 부터 돈을 받아 챙기는 대담함을 보였다. 원전 비리는 한마디로 전방위로 이뤄졌다. 구속된 김 사장은 원전 용수를 처리하는 설비 업체인 한국 정수 공업 이모대표(75)로 부터 1억원을 받았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원전 건설등 굵직 굵직한 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원전 맨이다. 그래서 그의 구속은 착잡함 마저 준다. 김 사장에게 돈을 준 한국 정수 공업(경기 안산 소재)은 12년째 한수원에 원전 용수를 처리하는 설비를 독점적으로 공급 해 왔다. 3년 마다 있는 한수원의 4번 입찰에서도 모두 낙찰 받는데 성공했다.

입찰 규정이 변경되고 부속품이 바뀌어도 관계가 없었다. 동종업계 경쟁사의 불만과 민원도 있었으나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한국 정수 공업이 이처럼 연속해 낙찰 받은 데는 김사장과의 끈끈한 관계가 크게 작용 했다.

이 과정에서 두둑한 돈거래는 말할 필요가 없다. 김 사장은 돈을 받고 이 업체에 용수 처리 설비를 계속 공급 토록 했고 한국 정수 공업은 대가로 거액을 안겼다. 김 사장 재임 기간 최근 5년 동안에는 유독 원전 고장이 자주 발생해 사회의 물의를 빚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원전측은 원전 수명 운운 하며 핵심을 피해 나가는데 급급 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사고 다발은 시험성적서 위조에 의한 불량 부품 사용이 원인 이었다. 송 모부장(48)은 신고리 원전 1.2호기등에 납품된 부품이 문제 있다는 직원의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하고 납품을 승인했다. 검찰은 송부장의 이런 승인에 의심을 품고 그의 집을 전격 압수 수색 했다.

수색 결과 그의 집과 제3의 집에서 5만원권으로 묶은 6억원의 돈 뭉치가 발견 됐다. 김사장이 받은 바로 그 한국정수로부터 받은 돈이었다. 비리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감독기관인 산업부등은 전혀 알아 차리지 못했다.그간 뭘 했는지 알수 없다. 비리로 지금까지 구속된 한수원 직원은 23명이나 된다. 액수도 무려 22억2천7백만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98000만원 꼴이다.

공무원행동 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해 5만원을 초과하는 경조 금품을 주거나 받을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도 이들 비리 직원들은 이보다 196배가 넘는 금품을 받았다. 공무원 신분을 망각하지 않고는 있을수 없는 일이다. 원전 부품을 둘러싼 뇌물 상납 고리가 이처럼 심할 줄은 누구도 상상 할수도 없었다.

그런데도 김 사장은 버젓이 공기업 사장으로 최 장수인 사장직을 8년간이나 역임해 왔다. 그러자 정치권이 봐주고 있다는 뒷말이 나돌기도 했다. 원전에서 가장 중요 한 것은 안전이다. 원전 사고는 치명적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와 옛 소련 체르노빌 사건이 이를 증명하고 남는다. 원전 사고로 오염된 땅은 반감기 만도 2400년이 걸린다. 사실상의 불모지가 되는 것이다.

이런 원전 사고의 휴유증을 이들 원전 관계자들이 모를리 없다. 따라서 돈을 받고 위조한 시험성적서를 눈감아 주고 모른채한 것은 철저한 직무 유기다. 이들 비리 직원들은 업체에서 받은 검은 돈으로 고급 차를 구입해 집에서 굴리고 다녔다. 그러다가 직장에 갈때는 소형 경차를 몰고 다녀 두 얼굴 행태를 보였다. 심지어 업체가 제공한 돈으로 부부 동반으로 해외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원전 비리는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해 7월에 처음 적발 됐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서 빗겨나 있었다. 이는 당시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중인 녹색 성장과 원전 수출과 배치 되기 때문이었다. 원전 비리를 포착했으면서도 공개적으로 드러 낼수 없었다. 외국에 다니면서 한국형 원전이 최고라고 홍보하는 마당에 자체의 치부를 까발릴수는 없었다. 묻어두고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녹색 성장은 개념부터 잘못된 측면이 없지 않다. 유럽에서는 원전을 클린 에너지,또는 녹색 에너지라고 하면 소도 웃을 일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원전이 녹색 에너지가 될수 없다는 것이다. 효율성을 따지면 원전이 탄소 에너지보다 월등한 것은 부인 할수 없다.

그러나 위험도를 감안한다면 공포의 에너지라고 할 수는 있어도 녹색 에너지라고 할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정부 시책 때문에 원전은 성역화시 돼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다. 정부가 원전을 감싸는 바람에 원전 비리는 비리를 낳는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 들었다. 원전에 종사 하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 이다.

원자력 공학과 출신과 특수 학과 출신들만이 갈수 있다. 현재 9개 대학에서 나오는 연 300명의 졸업생이 대부분 원전 관련 업체에 취업 한다. 그러니 모두가 선후배요 형님 동생 관계다. 지금 드러난 비리도 이들의 끈끈한 관계와 무관치 않다. 원전 사회는 그들만의 세계다. 그래서 최소한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원전 비리가 고질화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원전은 국가기간 시설이라는 업무의 보안성과 특수성으로 접근이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는 원전 비리 척결을 위해 원전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와 기재부, 감사원 등으로 분산돼 있는 운영 관리 체제를 일원화 해야 한다.

지금 드러난 비리도 관리감독과 평가등의 기능 분산으로 서로 책임을 미루므로써 사각지대가 생겼기 때문이 아닌지 모른다. 특히 원전관련 출신들만의 짬짬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원전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중요 하다. 수명이 다된 원전을 왜 연장해야 하는지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이번 부품 비리로 원전 3기가 올해 11월 까지 가동을 멈추게 됐다. 이로 인해 국내 전력 생산을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2조원이 넘는다. 가뜩이나 전력난으로 국민 불편과 생산성 저하도 심각히 우려 되는 상황에 국민들은 고통을 더 겪어야 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사법 당국은 한수원 비리 직원들을 가중 처벌로 다스려야 한다. 아울러 얽히고 설킨 비리 사슬을 끊고 원전 주변의 ‘원전 마피아’들을 완전히 도려 내야 한다

논설위원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