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논설위원.

산업 자원부가 심각한 전력난 해결을 위해 최근 정보 통신 기술(ICT)을 활용한 전력수요 관리 대책을 내 놓았다. 그러나 이 대책은 공급의 획기적인 전력 증대 방안 없이는 근원적인 전력난을 해결 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은 유달리도 무더워가 기승을 부려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블랙 아웃(대정전) 사태는 간신히 모면 했으나 이는 절대적인 국민 협조 없이는 불가능 했다. 대기업과 백화점등 2367곳은 전력 사용량을 3~15%나 줄였고 공공기관은 3일 동안 에어컨 사용을 전면 금지 했다.

이처럼 전력난이 심각하자 산업 자원부는 그 해법의 하나로 큰 건물에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파악해 제어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과 심야에 전기를 저장 했다가 피크 시간에 사용하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설치안을 내 놓았다.

그러나 이 대책이 시스템적 접근이라는 점에서는 진일보 한 느낌은 드나 실용 단계에서는 기업들이 호응 할지 의문이다. 시설 비용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에너지 특별위도 지난주 산업 자원부 2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내 놓고 이를 추진 하겠다고 밝혔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현행 6단계의 요금 체계를 3단계로 줄여 누진율을 낯추 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에 오히려 부담을 줄여 주는 것으로 분석돼 졸속 개편안이란 비난이 거세다. 현행 단계별 요금 체계는 1단계가 kWh당 59.1원, 2단계 122.6원. 3단계 183원, 4단계 273.2원, 5단계 406.7원, 6단계 690.8원등으로 돼 있다.

이처럼 1단계와 6단계의 요금 격차는 무려 11.7배나 된다. 외국의 예를 보면 미국이 2단계를 실시 중이고 일본과 중국, 인도등은 3단계를 실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단계별 요금 격차는 1.1배에서 1,7배에 그쳐 우리나라에 크게 뒤진다. 하지만 이 단계를 줄이려는 새누리당과 산업자원부의 추진 방법은 엉성하다.

개편안대로 요금 체계가 확정되면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62%는 2단계 구간인 200~600kWh에 포함돼 부담이 크게 늘게 된다. 단계별 요금 결정은 나지 않았으나 그 안대로 시행되면 1단계인 200kWh 이하 가구는 요금이 6000원정도 오르고 2단계(400kWh~600kWh)중 400kWh 이하를 쓰는 가구는 13000원이 각각 오르게 된다.

이에 비해 400~500kWh를 쓰는 가구는 9600원, 500kWh 이상 쓰는 가구는 무려 74000원 정도 부담이 각각 줄게 된다. 현행 1단계는 개편이 돼도 요금에 변동이 없으나 500kWh 이상을 쓰는 가구는 전기 요금이 크게 줄어 전기를 많이 쓰면 부담이 많아야 하는 이용자 부담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월 평균 전기 요금은 33000원 꼴이다. 또한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을 가난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은 가난한 층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요금 개편안은 재고 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자 봐주기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요금 개편안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요즘 정가의 용어 처럼 부자 감세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당국은 정작 손대야 할 산업용 전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가정용 전기 요금도 싼 편이나 산업용 전기는 이보다 더 싸다.

지난해의 경우 주택용 전기 판매 단가가 kWh당 112.6원인데 비해 산업용 전기는 92.83원에 불과 했다. 가뜩이나 생산원가 미달로 한전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데 산업용 전기로 인해 적자 폭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산업용 전기는 원가 회수율이 89.4%에 그쳐 산업용 전기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불가피 하게 돼 있다. 이는 전체 국민이 낸 전기 요금으로 기업을 도와 주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 하다.

산업체들은 이로 인해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동안 무려 5조23억원 정도의 혜택을 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원가 미달 전기 생산으로 한전은 최근 4년간 누적 적자가 8조원에 달하고 있다. 전기 요금 현실화가 대두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전은 작년에 두 차레 전기 요금을 올렸지만 이 요금 인상으로도 적자폭을 줄이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미국의 75.4%, 독일의 25.3% 수준이며 산업용 전기도 선진국의 50~60%에 머물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는 전기 요금이 싸 석유나 가스 대신에 전기로 냉난방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볼수 있다. 전기 요금이 오르면 전기를 아껴 쓰고 기업들은 대체 에너지를 개발 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혈안이 되겠으나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어 전기를 흥청 망청 쓰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의 전력난도 이처럼 절제 없이 마구 쓰는 데에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당국은 분석하고있다.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가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34회원국의 평균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사실이 이를 입증 한다.

전력소비량은 2000~2010년기간 평균 5.3%나 늘어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율 평균 4.1%를 웃 돌았다. 전체 1인당 전기 소비량 역시 9851kWh로 OECD국가의 8315kWh보다 1536kWh가 많았으며 세계 평균인 2892kWh 보다도 3배나 더 많았다.

그러나 가정용은 1인당 평균 1240kWh로 OECD 평균 2448kWh의 절반 수준에 그쳐 가정용 전기 소비량은 적었다. 전기는 경제 발전과 함께 수요가 늘어 나는 것은 필연의 결과다. 따라서 전기 요금의 지나친 가격 인상과 수요 관리는 자칫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자난 해소를 위한 요금 현실화는 불가피 하더라도 전력난 해결은 발전소 증설로 전기 공급을 확대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6차 전력 수급기본계획에서 2024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11기를 건설할 방침이다. 민간 업체인 STX전력은 이미 지난해 부터 강원 동해시 일원에 북평 화력 발전소 건설을 본격화 하고 있다. 2016년 완공할 예정이고 발전 용량은 595MW급 2기다. 완공되면 1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원자력 발전소와 화력 발전소 건설과 함께 신성 에너지 개발 즉 서해안의 조력 발전소 건설도 전력 해결의 대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원전 비리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또 전 정권의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 경제부 2차관(53.구속)이 6000만원의 뇌물 수수혐의로 수사중에 있다. 원전 비리는 어디가 끝인가.

그러나 정부의 이번 전기 요금 개편안이 실효를 거두려면 요금 단계는 줄이되 누진율를 갑자기 낯추기 보다는 배율을 줄여 중산층이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산업체가 생산한 제품들은 모두가 원가에 전기료가 포함돼 있으므로 산업체에 공급 하는 값싼 전기 혜택은 적정 수준에서 조정 할 필요도 있다.

물론 그로 인한 부메랑이 돼 소비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나 이는 물가 수준에서 다루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당국은 이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