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위원.

지난주 필자는 에스더 왕비의 절묘한 처세와 처신으로 유다 민족을 구한 스토리를 소개 했다. 에스더 왕비는 죽음을 무릅쓰고 왕 앞에 나가 사실을 말 했을때 왕은 이를 수용했고 위기의 사태를 역전 시키는 드라마를 연출 했다. 이는 에스더 왕비의 절묘한 처세와 지혜 덕분이다.

이로 인해 죽음 직전의 사촌 ‘모르드개’가 살았고 그의 유다 민족도 몰살 위기를 벗었다. 이를 획책 했던 ‘하만’등은 오히려 몰 죽음을 당했다.

요즘 우리 정치판을 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왜 에스더 왕비와 같은 처세와 지혜로움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리자 급기야 채 총장은 사퇴 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는 일단 그의 사표 수리를 유보 했다. 채 총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전만 해도 채 총장은 유전자 검사등을 동원해 결백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하룻새에 사퇴 카드를 내민 왜 일까. 그것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감찰 착수 발표가 직접 원인 이다.

채 총장을 압박한 것은 홍경식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관도 예외일 수 없다. 그는 채 총장의 혼외 자식 문제가 조선일보 1면에 보도되자 채 총장을 만나 문제의 임모여인(54)의 전화 번호를 주면서 전화를 해보라는등 채 총장에게 사태를 빨리 해결 하라고 권유했다. 황장관도 비밀리에 채 총장을 만나 이런 식의 얘기를 했다.

황장관이 채총장을 만나 나눈 얘기는 자세히 알수 없으나 정황으로 보아 사퇴 종용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 않고야 채 총장을 비밀리에 만날 이유가 없다. 황장관은 채총장에게 사퇴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나 믿기는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황장관과 채 총장은 선거법 위반 혐으로 원세훈 국정원 원장이 기소된 후 감정이 좋지 않은 사이다. 황장관은 원 원장 기소후 주무 장관으로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면목이 없을 정도의 난처한 입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채 총장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고 결백을 주장하자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황장관은 채 총장의 이런 태도가 못 마땅해 곧 바로 법무부 감사실을 통한 감사 착수를 발표 했다.

채 총장은 황장관의 이 발표에 총장을 그만 두라는 뜻으로 알고 지체 없이 성명서를 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는 대검 찰청 처사를 떠났다. 국정원의 댓글 사건으로 원세훈 원장이 구속 기소된 것은 검찰의 오랜 기간의 수사 결과였다. 원 원장이 구속 기소 되자 누구보다 심기가 불편해 한것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이었다. 원세훈 원장의 기소가 지난번 대통령 선거와 직접 관련이 돼 있기 때문이다.

그후 채 총장은 현 정권의 미운오리 새끼가 됐다.  법대로 처리한것이 현 정권에 부담을 안겨 주었다. 채총장은 법대로의 처리가 미움의 대상일 줄은 몰랐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채 총장은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총장이어서 취임후 현정권과 불화설에 시달려온 터였다.

이런 상황에 대통령 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 원장을 사법 처리했으니 곱게 보일리 없다. 채 총장은 사퇴 성명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의식한 듯 “비록 잛지만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 했다고 자부 한다”고 밝혔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전격 사퇴에 대해 정치적 으로 밀려 희생된 경우가 아니겠느냐 보는 시각이 많다.

그의 말대로 그는 법대로 사건을 처리 하고 옷을 벗어야 할 운명에 처 했다. 혼외 자식 문제가 아니고 원 원장의 사법 처리가 이유가 돼 옷을 벗는다면 법치 질서에 큰 상처가 될수 있다. 왜곡된 민주국가 운운하며 독설가들의 좋은 비판 소재꺼리가 되지 않을가가 염려 된다.

채 총장을 사퇴로 이끈 황교안 장관은 국회의 장관 인사 청문회때 부산 고검 검사장 퇴직후 태평양법무에 근무 할때 전관 예우 대우를 받아 4년여동안 15억 9천여만원의 거액을 급여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 많은 질타를 받았다. 그는 의원들이 그 돈 일부를 사회 기금으로 낼 수 없느냐는 질의에 수익을 사회에 기부 하겠다고 밝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 장관이 됐다. 그가 약속한 돈이 사회에 기부 됐는지는 확인 할 길 없다.

채 총장의 혼외 자식 문제는 황장관인 법의 수장 답게 않게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것이 주 원인 이다. 채 총장도 혼외 자식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으나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미덥지 않은 측면이 많아 알쏭 달쏭하다.

부산에 근무할때 알게된 임모 여인과 관계도 석연치 않을뿐더러 자신을 아버지로 해 임모씨의 아들을 호적에 올린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 의심 받을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지경을 보고 어느 누구라서 깊은 관계라 아니 할 수 있겠는가. 이런점이 그에 대해 색안경 쓰게 한다.

황장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점에서 두 사람은 모두 도긴 개긴의 리더십 부재라 할 수 있다. 장관인 그가 비밀리에 휘하의 채 총장을 만난 것도 그렇지만 높은 데를 지나치게 의식한 듯한 행동도 구차스럽다. 특히 검찰에도 감사 기능이 있는데도 법무부 감사를 하겠다고 한 것은 검찰 감사관을 무시한 처사다.

황장관은 이에 대해 대검측에 두차례나 ‘채총장에 감사를 요청하라고 지시했으나 이를 대검이 거절해 할수없이 법무부 감사를 하도록 했다고 하지만 궁색해 보인다.

이러자 검찰의 감찰 실무 책임자인 김윤상 감찰 1과장(44)은 황교안 장관의 감찰 지시를 비난하며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고 박은재 대검 미래 기획단장(46)도 황장관이 검찰 독립을 훼손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모두 황장관의 안하무인식 독단에서 빚어진 결과다. 조직의 절차를 무시한 그의 미숙이 빚은 처사 이기도 하다. 이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네델란드 속담에 어리석은 짓을 하는 사람은 운이 좋다고 했는데 그의 이번 처사는 정반대이다. 누가 봐도 그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틈새에서 조연 역을 잘못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그의 채 총장에 대한 변을 보면 정말 황당하다. “언론 보도후 채총장에 대한 국민 감정이 나쁘고 부적절한 행위로 검찰 조직을 정상적으로 이끌어 가기에 문제가 있어 감찰 착수를 하게 됐다”고 밝혔으나 법치가 중시되는 민주 국가에서 이럴 수는 없다. 법을 아는 사람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채 총장의 혼외 자식 문제는 그의 개인 사안이다. 그에 대한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는 데도 미리 재단하고 조직 운운 하면서 감찰 착수를 꺼낸 것은 마타도어 수법의 한 단면이 아닐수 없다. 그렇다고 채 총장을 두둔 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황장관이 적법 절차를 밟지 않고 채 총장을 부적절한 행위로 몰아 붙인 데에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장관의 횡포라고 해 지나 치다고 할수 없을 것이다. 이에 이정현 대통령 홍보 수석 비서관이 진상 규명이 우선 이라고 한 것은 옳은 판단이다.

진작 그렇게 했다면 지금의 사태 처럼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진상 규명에는 많은 시간 걸릴지 모른다. 더구나 문제의 여성 임모씨가 유전자 검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뤄질수도 없다. 그리고 그의 아들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에 있다.

어느것 하나 쉽지 않아 보인다.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 발표 후 일선 검사들이 집단적인 의사 표시에 나선것도 황장관의 어설픈 미숙이 원인이다. 서울 서부 지검의 평검사들은 “법무부 장관의 공개 감찰 지시로 검찰의 정치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밝혔고 16일에는 대검찰청 간부들이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황장관에 대해 항의성 글을 올린데 이어 평 검 5,6명도 글을 올렸다.

다른 지검의 평검사들의 의견 표시도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칫 검찰 파동이 일어날지 알수 없다. 72년에 일어났던 사법부 파동을 우리는 기억 한다. 당시의 사법부 파동으로 우리 사법부는 큰 홍역을 치뤘다. 이번에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지금의 사태를 빚은 황장관등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간단하게 해결할 문제를 정치 문제와 관련지어 해결 하려는 구태적인 졸열 함은 이번 기회를 통해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때 이 문제가 야권을 크게 자극시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 될지가우려스러 웠으나 다행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회담 참석을 약속함으로써 회담 결렬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회담 결과는 예상한대로 서로의 입장만 밝힌채 끝나버려 얻은 소득은 아무 것도 없다. 앞으로 정국은 큰 변수가 없는 한 더욱 냉냉해 질 것게 틀림 없다.

여기서 우리는 새삼 채총장의 혼외 자식 문제와 관련한 관계자들이 에스더 왕비의 지혜와 처세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을 강조 하고 싶다.논설의원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