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논설위원.

얼마 전 k방송의 ‘아침마당’ 프로에 무형문화재인 사기장(沙器匠)의 3대가 출연하여 선대로부터 이어온 가업의 경로를 소개하여 감명 깊게 청취했다.

진행 중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가 들렸다. 마치 우리네 국그릇 모양의 깊이 팬 사발을 소개하며 ‘정호(井戶) 차(茶) 사발’이라 했다.

사회자가 납득이 안 가는지 재차 물으니 우물 모양 깊고 움푹하게 생긴 ‘차 사발’이라고 설명을 했다. 그렇다면 ‘우물’이라고 해야지 ‘정호’란 무엇인가?

‘정호‘란 우물을 뜻하는 일본말의 ’이도(いど:井戸)‘에서 나온 말인데 여기의 한자를 우리말 발음으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말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우물을 왜 ‘정호’라 했나? 이들의 거주지는 경북 상주이며 그곳에 가마가 있고 그곳에서 작품을 구어 낸다.

일본인들이 그곳에서 구어 낸 ‘차 사발‘(ちゃわん:茶碗)을 좋아해 잦은 접촉이 있어 일본식 우리말이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인들은 ‘차 사발(茶碗:ちゃわん)’을 밥공기나 찻종으로 사용하며 때에 따라서는 술사발로도 사용한다.

간혹 무슨 차를 사발로 마시냐? 하겠지만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분말차인 ‘말차(抹茶:まっちゃ)’는 ‘차 사발’로 마신다.

‘말차’이야기를 하다 보니 수년전 일본여행 시의 생각이 난다. 당시 어느 식당엘 들렀는데 벽면에 ‘말차’를 소개하며 가격을 표시한 수기(手記) 표지가 붙어있었는데 글자가 잘못 씌어있었다.

잘못된 글자를 보면 ‘말(抹)자는 수(扌)변에 말(末)을 써야하는데, 이곳에는 수(扌)변에 미(未)를 써놓았었다. 이런 글자는 사전에도 없는 글자이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젊은 주인을 불러 틀린 곳을 지적하니 그는 그게 맞는다고 우겨댄다. 내가 재차 틀렸다고 다그치자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묻는다.

그 부모들 역시 맞는다고 우겨대며 말차 제조 회사의 ‘카탈로그‘를 들고 나오며 내 앞에 펼쳐 보인다.

나는 거기서 말(末)과 미(未)의 잘못을 지적하자 그들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잘못을 시인하며 ’오늘 좋은 공부를 했다‘며 사의를 표했다. 참으로 인사성이 바른 민족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