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논설위원.

 구태가 여전한 국정 감사가 요즘 한창 진행중이다. 예전과 다름 없이 올 국감장에서도 호통이 난무 하고 의원들의 갑의 행세가 만연 하고 있다. 증인으로 불려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 총수 이거나 대표들이다. 이들도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 이지만 이들을 향해 호통을 치니 의원들이야 말로 갑중의 갑이다.

올 국감에는 모두 196명의 증인이 채택 됐다. 작년의 164명보다 32명이 많고 재작년의 80명보다 2.5배나 많다. 피감기관도 630곳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다. 국감은 전 세계에서도 볼수 없는 우리나라 유일의 제도다.

1949년에 처음 실시 됐으나 당시는 건국 초기라 그다지 활성화 되지 못 했다. 1953년 처음 국정 감사법이 제정 됐지만 역시 본격적인 국감은 실시 되지 않았다.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들이 감사를 회피 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해 유야무야 하기 일쑤 였다.

 초기에는 궁금증 속시원히 풀어줘

 국회가 최소한으로 작동 되던 권위 주의 시절에는 행정부가 야당이나 입법부를 견제 해 한국이 민주적이라는 인식을 주었으나 이는 과시용에 불과 했다. 유신 이후에는 그 마저 사라 졌다. 그러던 국감은 1988년 들어 부활 하면서 본격화 했다. 초창기 국감은 꼭꼭 숨겨져 있던 국정 현안이 속속 파 헤쳐져 국민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대표적인 것이 일해 재단과 새마을운동중앙본부를 비롯한 전두환 일가의 비리, 삼청교육대 사건, 박종철고문 치사 사건, 김근태 고문사건등 수많은 제 5공화국의 비리 사건등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국감이 전과 같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국감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1년 동안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했는지를 비판하고 감시 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다. 그런데 요즘 국감은 이와 거리가 멀다. 국정을 따지기 보다는 의원 개인의 PR에 초점을 맟추는 듯 하다. 매년 국감은 계속되나 공감을 갖지 하는 이유의 하나이다.

엉뚱한 증인 채택 국감 해악론 까지 나와

 그래서 국감 해악론이 나오기도 한다. 국감 대상을 잘못 채택해 비웃음을 살 정도이니 그럴 만도 하다. 관심을 가져야 할 민생 법안에는 뒷 짐인 채 국감에만 골몰하는 이런 국감 필요하냐는 반론도 나온다. 어쩌다 국회가 이런 꼴이 되었는가. 증인을 잘못 선택해 비웃음을 사도 그들은 얼굴 하나 붉히지 않는다.

오히려 호통 치면서 즉석에서 다른 증인을 채택 하기도 한다. 지난 15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한성 인베스트먼트 임준성대표가 국감에 불려 나왔다. 영문도 모른채 나온 임 대표는 의원들의 이상한 질문을 받았다. 의원들은 그에게 수입차 업계의 담합에 대해 질문 공세를 폈다.

수입차와 전혀 관련 없는 임 대표로서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자동차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임 대표가 말하자 국감장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임 대표는 국감장에서 3시간여를 자리를 지키다가 국감장을 빠져 나왔다. 국회가 한성 자동차 관계자를 불러야 하는 것을 다른 계열사 대표를 부른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또 있다. 역시 증인으로 불려 나온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다. 그도 임준성 대표처럼 엉뚱한 질문을 받았다. 질문 내용과 관계가 없는 기업형 수퍼마켓 사업을 하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대한 질문을 받은 것이다.

질문을 받은 허 대표도 “다른 회사 일이라 제가 대답할 문제가 아니라”고 대답 했다. 그러자 국감장은 웃음 바다가 됐고 발끈한 의원들은 그 자리에서 호통치듯 정용진 신세계부회장을 국감증인으로 채택하는 촌극을 빚었다.

 위압적인 언사 호통치기 일쑤

 국감철만 되면 여야 의원들은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심각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되도록 많은 수의 증인을 채택 하려 하고 여당은 그 수를 줄이려 한다. 증인을 불러 놓고도 위압적인 언사로 대부분이고 윽박 지르기도 한다. 올해도 이런 구태는 여전하다. 증인들에게 답변 시간도 1인당 1분밖에 안줘 충분한 해명 기회도 빼앗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국정감사에 출석한 기업인 26명 가운데 한마디라도 질문을 받은 사람은 14명에 불과 했다. 나머지 12명은 국감에 불려 나왔다가 그냥 돌아 갔다. 국감의 허술함을 보인 오만의 극치라 할수 있다.

그러면서도 머쩍은 듯 증인들에게 “국감장에 나와 회사를 바르게 홍보 할수 있지 않느냐”며 말해 더욱 쓴 웃음을 짓게 했다.

기업인치고 국감장을 홍보 자리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감 시작 전에 여야 의원들은 모두 서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풀어가는 실질적인 국감을 하겠다고 다짐 하곤 한다.

 기업인 불러 내기 위한 국감

 그러나 국감이 시작 되면 태도가 달라 진다. 기업총수와 최고 경영자들을 대거 불러놓고 호통 치는게 서민이 먹고 사는 푸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업계의 갑을 관행을 문제 삼으면서 스스로는 갑의 행세로 분위기를 그릇 치고 있다.

국감 중반을 넘은 현재 까지 국감에서 새로 드러나 것은 하나도 없다. 물론 생산성 있는 대안도 없다. 지난해의 국감과 전혀 다르지 않다. 지난 15일 하루 동안에는 박기홍 포스코 사장, 김충호 현대 자동차 대표,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 최주식 LG유플러스부사장등 40여명이 불려 나왔다.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사장 백남육 부사장과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등 삼성전자 관련 기업인 4명도 국회 정무위의 국감 증인으로 채택 됐다. 한마디로 기업인을 불러내기 위한 국감이라는 핀잔을 듣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대상을 채택해 웃음을 사기도 하는 것이다.

본업 팽개친 국회, 정부 탓할 자격 없어

그들은 현안인 민생 법안에 귀도 기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와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즉 하면 존재감이 없다던 현오석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심한 듯 며칠전 국회가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며 비판 했겠는가. 국회를 향한 불만과 안타까움을 경제 수장으로서 견딜 수 없어 폭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에 대해 오히려 정부가 경기 부양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 한다. 적반 하장이 아닐수 없다. 본업 조차 팽개친채 허송 세월한 국회는 이런 말할 자격이 있는가. 민주당은 5개월 가까이 서울 시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고 국정원 댓글 문제와 관련해 많은 시간을 허송 했다.

요즘 새로 드러난 국정원 심리 전단 산하 SNS팀의 대선 관련 트위터 활동을 둘러싼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으로 민생 법안이 언제 처리될 지도 모른다. 대선 불복이니 루비콘강 앞의 전투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정국은 더욱 어수선 하다.

이런 상황에 있는 국회가 민생 관련 법안에 관심이 있을 리도 없다. 민생 법안은 한사코 외면하면서 경제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 법들을 많이 통과 시켰다.

 국회에 수북이 쌓여 있는 민생 법안

 국회에는 지금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3~4년씩 묵은 경제 법안들이 쌓여 있다. 여야간에 별다른 논의도 없이 방치 돼 있다. 정부는 이를 경제와 민생 이슈에 관해 국회가 사실상 "셧다운( shutdown)” 상태라고 주장 한다. 경제는 타이밍인데 타이밍을 놀치면 그 효과는 반감되기 마련이다.

경제 부총리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그제 국회를 향해 “경제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정면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국회에 쌓여 있는 민생 법안은 4.1부동산 대책들이다.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개발 부담금 한시 감면등의 대책들은 발표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 하고 있다.

또 유흥 시설이 없는 호텔은 학교 주변에도 설립 할수 있게 허용하는 관관 진흥법, 손자 회사의 증손 회사 설립시 지분 100% 보유 규정을 외국인 공동 투자에 한해 50%로 낯추는 외국인 투자 촉진법,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 자본 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한국 수출입 은행법, 소득세법, 주택법, 개발 이익 환수법등도 마찬가지다.

국회를 이런 꼴로 운영하고 있는 정치권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국감에는 열성이면서도 민생법안 통과에는 모르쇠로 하는 국회는 불신만 키울 뿐이다. 국감 해악론에 이어 국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할수 있다.

국감 제도 재 검토 해야

 국감은 과거 권위 시절과 민주화 초기에는 행정 정보가 숨겨 지고 언론에 의해 알 권리가 크게 막혀 있었을 때 효과적이었으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행정 정보가 여과 없이 거의공개되고 언론도 성역 없이 보도 하고 있고 특히 인터넷과 SNS는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퍼 나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국감 제도도 고려 해 봐야 할 시점이다.

국정 감사 대상을 보면 감사원 감사나 검찰 또는 특검이 이미 수사를 마친 사항을 놓고 재탕을 벌이는 것이어서 색다르다고 할수 없다. 특히 국회에는 대 정부 질문이라는 절차가 있기도 하다. 국회는 대 정부 질문을 통해 행정부를 충분히 견제 할수 있다고 본다. 이게 어렵다면 국회법 65조에 따라 상임위에서 중요한 현안이 제기 됐을 때 시의 적절 하게 청문회를 열어서 대체 하면 된다.

그렇게 할 경우 국회는 상임위별로 일을 더 많이 할수 있고 속도감 있는 국정 현안도 다루게 될 것이다. 국감 시기를 정해 일괄적으로 감사 하려다 보니 실수가 연발 되고 오류가 생기지 않는가. 국감 제도는 재고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