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논설위원.

어느덧 가을도 지나고 초겨울에 접어드니 김장준비에 아낙네들의 손길이 바쁘게 돌아간다. 우리 집에서도 여느 집과 다름없이 김장을 하느라 집안 식구와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하다.

이에 나도 한몫 끼어 거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앞마당 수돗가에 ‘고무다라’와 ‘스텐다라’를 내놓고 거기에 물을 가득 채워놓으라”는 안방마님의 지엄한 명이 떨어졌다.

어느 영이라고 거역하겠는가? 그뿐이 아니다. 배추 속 버무리를 해야 하니 지하실에 있는 큰 ‘고무다라’를 꺼내어 마루에 갖다놓으라는 것이었다.

시중을 들고난 후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다라’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말 은 우리말이 아니고 일본말의 다라이(たらい-盥)에서 나온 말인데 ‘다라이’가 ‘다라’로 생략되어 불렀던 것이다.

‘다라이’라는 말은 대야(盥:대야-관)라는 뜻인데 본래는 데아라이(手洗-てあらい-손씻기)에서 변한 말이라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는 이런 그릇이 없었고 고작해야 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넓게 벌어진 질그릇.‘자배기’나 통나무의 속을 파서 큰 바가지같이 만든 ‘함지박‘이란 그릇이 있었을 뿐이다.

과거 일본사람이 우리나라를 침략하며 함석이라 하여 얇은 철판의 표면에 아연으로 도금하여 지붕을 잇거나 양동이, 대야를 만든 데서 시작되어 소위 ‘다라이’를 만들어 내놓기 시작했던 것이다.

질그릇 자배기나 통나무 함지박을 사용하던 시절 ‘다라이’는 문화의 이기로 각광을 받아 부자 집에서나 하나씩 들여놓고 가보인양 다락에 감춰놓고 사용했었다.

이러기를 한 세기 가까이 이용해 해왔으니 ‘다라이’로 굳어 버린 것인데 이마저 제대로 발음도 못하고 ‘다라’로 생략되어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우리말로 바꾸면 대야, 큰대야, 함지, 함지박으로 순화하여 부르고 있음이 전부다.

‘다라이’라는 글자가 대야 관(盥)자를 씀을 보면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야’라는 말은 고려 초(11c) ‘손목’이 지은 ‘계림유사’에 우왈대야(盂曰大耶)라는 말이 나온다고 오픈사전은 적고 있다.

그렇다면 대야라는 말은 그 옛날부터 사용하던 말이 분명한데 어찌하여 일본에서 관(盥)자를 쓰며 ‘다라이’라 했을까?

대야의 고 어형은 닫-->달-->다라-->다아-->대아-->대야로 변이 된 것으로 추정되며 일본어의 ‘다라이’는 우리 조어 ‘다라‘가 건너간 것이 아닌 가 추정된다.

언어변이를 추정하면 bc 3~4c경 야요이(やよい-弥生)인들이 한반도에서 살다가 북방의 철기문명의 부족들이 내려올 때 쫓겨 도일할 때 같이 따라간 것 아닌가 생각된다.

연원을 더듬어보니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어찌됐건 우리말을 찾아 부를 것이며 일본발음만은 사용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