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원안전공제회 사무국장,
 시인, 법학박사)정환웅

1-반 시인은 해일이 달의 인력과 조석간만에 의해 발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해일은 달의 인력과 조석간만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물고기들이 울어서, 바다가 울어서 넘치는 것이라고 한다.

반 시인은 일종의 반어법을 사용한 것이지요.

[반어법 해설]
반어(irony) : 속뜻(의도)과는 반대로 표현하는 말하기의 방식 (언어와 상황간의 모순)

1) 언어적 반어 (verbal irony)
겉으로 드러난 말과 실질적 의미 사이에 상반된 관계가 있는 말.

잘했다(속뜻; 잘못했다), 똑똑해라(어리석다) 식의 표현은 상대방에게 우회(迂廻 ; indirection)적 기능에 의존하여 진술하는 언어적 반어로 빈정거림, 욕설, 비난 등의 경우에 쓰인다.

본디 밀물과 썰물의 차이 즉 조석간만의 차는 달의 인력에 의해 발생한다.
즉 해일은 달의 인력이나 조석간만의 차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해일은 지진·화산 폭발·태풍 등으로 평상시보다 큰 파도가 갑자기 육지를 덮치는 것을 말한다.시가 과학의 원리와 일치해야 하는 법은 없다.

그러나 일상의 과학 원리를 전혀 무시한 詩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구가 하루에 한번 자전하는 동안 한번은 달의 인력에 의해서,한번은 지구의 자전에 의한 원심력에 의해서,두 번의 밀물이 발생한다.이것이 조석간만의 원리이다.

2-.반 시인의 이 시에 대한 김민정 시인의 해설은 더욱 가관이다.

해일은 바닷물이 넘치는 것이라면, 김 시인은 이 시 “해일”을 읽고 바다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눈에 바다는 조각배와 갈매기가 보이는 것이 아니고,횟집이나 모텔들만 보이는 것인가?

김 시인의 눈에는 바다의 여유와 한가로움 그리고 낭만이 보이는 것이 아니고,김 시인의 눈에는 게걸스런 폭식과 하룻밤의 불륜만이 보이는 것인가?

친구가 바다 보러 간다면,꼭 음흉스럽게 눈 흘겨보아야 할 일인가 말이다.

더구나 해일은 물고기들이 울어서 넘치는 것이고, 바다가 울어서 넘치는 것이 곧 해일이다는 반 시인의 시를 읽고 꼭 바닷가에 있는 횟집과 모텔을 생각해야 했는지... 또 그것을 감상평이라고 써야 했는지 의문이다.

반 시인의 바람처럼,

바닷가에 가면 “제 눈물에 저를 담그고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볼 일이다.
바닷가에 가면 “세상의 눈물 콧물 다 훔쳐 주던 억척어멈”도 생각해 볼 일이다.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다에 간 사람을 두고, “선글라스 끼고 코트 깃 세우고 찌릿찌릿 미행해 볼 일”은 더욱 아니다.
----

해일

반칠환 (1964~ )

달의 인력이 아니라물고기들이 울어서 넘치는 것이다.

발목이 젖는 게 두려운 사람들아제 눈물에 저를 담그고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라.

조석간만이 아니라바다가 울어서 넘치는 것이다.

세상의 눈물 콧물 다 훔쳐 주던 억척어멈도한번쯤 제 슬픔에 겨워 넘치는 것이다.

뭇 생명들이 처음 태어난 곳도 저 눈물 속이었다.

[김민정 시인의 해설]

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바다에게는 참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 바다 보러 갈 때 진짜 바다만 보러간 건지 서로 음흉스럽게 눈 흘겨볼 일입니다.

그렇잖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바다를 마주한 곳에 횟집들.뭐 그거야 다 먹어야 사는 일이니 즐비하게 줄 섰다 해도 온갖 모텔들, 뭐 그거야 다 잠자야 사는 일이니 떵떵거리게 줄 섰다 해도가끔 이 조화 앞에 쓸쓸해지는 마음이니 말이에요.

하나하나 풀어야 할 온갖 사연들 뒤엉켜 그럴진대 우리들 참 속 편하게 바다나 핑계 삼나 몰라요.

답답한데 바다나 보고 와야겠다. 그런 사람 나는 안 믿어요.선글라스 끼고 코트 깃 세우고 찌릿찌릿 미행해 볼 참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2013년 12월 5일자 28면 시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