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위원.

서울대가 지난 10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닷컴의 총수 마윈회장(49)을 초청해 학생들 앞에 세웠다. 그의 세계적인 명성으로 보면 의미있는 일이다. 입지전적인 인물인그는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7년 다녔고 대학 졸업 후 취직을 위해 30여곳에 원서를 냈으나 모두 낙방했다.

영어교사를 하다 전자 상거래업체를 창업해 14년만에 지금 연 매출 170조원을 올릴 정도의 거대 재벌이 됐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2000년 포브스가 선정한 첫 중국 기업가가 됐고 2009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의 엉향력 있는 100인에, 2012년에는 포천지가 선정한 중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8위에 올랐다.

그의 재력은 2012년 기준 중국 GDP의 2%에 달할 정도다. 그래서 중국의 빌 게이츠로 불린다. 50대 미만인 이것만으로도 그는 젊은이들에 충분히 우상이 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큰 부를 이룩한 그의 경영 철학을 단연 배울만도 하다. 하지만 그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그가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에 진출해 벌인 사업을 보면 유추 할 수 있다. 그가 경영하는 알리바바 닷컴은 2000년 우리나라에 처음 진출했다. 그러나 실패하고 사업을 철수했다. 한국 수출입 업체를 회원으로 확보해야 했으나 이를 하지 못한게 큰 원인이었다. 8년후 알리바바는 우리나라에 재 진출했다. 이때 한국 업체 E사와 협력 계약을 맺고 E사에 고객 확보를 맡겼다.

이익 배분은 고객을 확보 했을 때 업체로부터 받는 연회비를 반반씩 나누는 조건이었다. E사는 이에 따라 초기 4년 동안 매년 6억가량의 적자를 보면서 고객 확보에 심혈을 기우렸다. 그 결과 5만 4500여곳의 고객 업체를 확보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부터는 흑자 전환으로 돌아 섰다.

그러자 알리바바닷컴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지난해 9월 E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때 E사의 직원 5명도 뚜렷한 이유없이 회사를 그만 뒀다. E사는 퇴직한 직원들이 노트북에 저장된 업무 데이터의 인수 인계도 않고 모두 파기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수상히 여겼다.

이 무렵 회사를 퇴직한 직원들이 알리바바닷컴 한국대표 배모씨와 새 회사를 설립 한다는 말을 듣고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에 나선 서울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는 퇴직한 직원들이 알리바바닷컴과 공모해 E사의 고객 명단을 빼돌린 사실을 밝혀내고 E사 전 영업팀장 유모씨(39)등 5명과 알리바바닷컴 한국측 대표 배모씨(47.여)를 업무상 배임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의하면 이들은 뻬돌린 고객 명단을 이용해 새로이 S를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설립자금은 모두 알리바바닷컴이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알리바바닷컴 본사는 이에 대해 “배씨 개인의 범행이라며 개입을 부인 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모두 거짓이었다.

E사 관계자는 한국 중소기업을 토사 구팽한 중국 기업 총수를 어떻게 우리나라 최고 명문인 서울대가 그를 초청해 학생들 앞에 세울수 있느냐며 사려 깊지 못한 서울대의 단견에 깊은 우려를 표출 했다.

이제 겨우 흑자로 돌아서려는 순간 알리바바닷컴의 배신으로 E사는 수십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치를 떨었다. 알리바바닷컴의 정글법칙에 E사가 철저히 희생양이 된 것이다.

서울대는 또 관악 캠퍼스내 문화관 73동과 사회 과학 16동의 기계실의 내부 벽과 마감재에서 인체에 유해한 투섬석(tremolite)과 유리섬유가 검출돼 물의를 빚고 있다. 석면의 일종인 유해물질 투섬석은 기준치의 20배나 되는 20%나 검출된 것이다. 이 기계실등은 서울대 배관 냉방 시설등의 관리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 원방 기업 소속 근로자 162명이 근무하는 곳이다.

투섬석은 국제 암연구소 (IARC)가 1987년 지정한 1급 발암 물질이고 노동환경 연구소의 발암물질 목록에도 1급으로 분류돼 있다. 투섬석은 인체에 들어가면 배출되지 않고 악성중피종이나 폐암 신장암 결장암 골수종을 일으킨다. 석면 안전관리법 제8조 제 1항도 ‘누구든 석면이나 석면 함유 제품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대는 이 재료를 사용해 건물을 지었다. 유리 섬유 역시 노동 환경 연구소가 3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유독물이다. 보온재로 쓰이는 유리 섬유는 피부 질환과 뇌종양을 일으키는 원인일 뿐 아니라 발암 물질로 밝혀져 지금은 거의 사용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용규제 법규는 없는 실정이다.

용역직 근로자 162명은 지금껏 인체에 유해한 이 환경에서 하루 9시간 이상 근무 해 왔다. 석면이 검출된 문화관 73동은 1984년에 준공됐고 유리 섬유가 검출된 사회과학 대학 16동은 1995년에 각각 준공됐다. 이처럼 오랜 기간 발암 물질 환경에 노출돼온 일부 용역직원들에서는 약을 먹어도 1년이 넘게 기침이 멈추지 않아 큰 고통을 겪어 오기도 했다.

석면이 유해 물질로 지정된 것은 1990년이고 사용 및 제조가 금지 된 것은 1997년부터 이지만 서울대 당국은 그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지은지 오래돼 일부 강의실과 본부 건물에도 조금씩은 다 있는 것”이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불과 며칠 전 까지도 이들 기계실에서는 석면 입자가 공기중에 떠다니거나 작업 과정에서 묻어나고 심지어 손가락으로 벽을 누르자 회색 가루가 진흙처럼 묻어 나오기도 했다.

근로자들은 그동안 서울대측에 수차 근로 환경 개선 요구를 했지만 서울대측은 모른척 외면해 왔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계실 건물이 발암 물질에 노출돼 있는 사실도 일부 언론 보도가 없었으면 묻칠뻔 했다. 언론 보도로 사회 문제가 되자 서울대측은 그제서야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방진 마스크와 방진복을 제공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그러면서 내년 2월까지 전 건물에 대한 석면 실태 조사를 한뒤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측이 하청업체와 맺은 계약서에서도 갑의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조항들이 다수 발견됐다. 말썽이 돼 사회적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과 아모레 퍼시픽 등의 갑의 횡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앗다.

서울대가 학교 배관 및 전기시설을 관리 하는 중소기업 W사와 맺은 수의 계약서를 보면 갑의 사실이 들어난다. 대한 법률 구조공단 및 로펌 변호사들도 이들의 수의 계약서를 보고 인정 할 정도였다. 사례를 보면 ‘업무중 일어나는 사고의 모든 책임은 W사가 진다. ‘계약 해석에 이견이 있으면 서울대의 해석대로 한다로 돼 있다.

근로자들이 노후한 건물을 수리하다 균열등으로 다쳐도 서울대는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다는 대목도 있다. 수의 계약서를 본 한 변호사는 이는 무조건 하청업자에 책임을 떠 넘기는 불공정 행위라고 말했다.

업체나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원인으로 사고가 나면 서울대도 일정 부분 책임 져야 하나 이를 전적으로 근로자의 책임으로 미룬 것은 분명 갑의 횡포라고 말했다. 또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해서 근무량이 늘어도 추가 보수는 지급 하지 않고 관리 인력도 늘릴수 없다는 조항 역시 불공정 거래 계약이다.

이밖에도 ’근무 시간내 일체의 노조 활동을 금지하고 플래카드를 걸지 못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는 헌법상 보장돼 있는 근로자의 기본권을 막는 비민주적인 처사다. 또 서울대는 W사에 ‘업무에 부적격한 자의 교체를 요구 할 때 W사는 반드시 받아 들여야 한다고 대목 역시 불공정 행위로 근로자를 서울대가 마음대로 자르거나 채용 할 수 있다는 횡포 조항이다.

학내를 필요없이 배회 하거나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행위를 금한다는 조항도 있다. 마치 근로자들을 잠재적으로 범죄자 취급을 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는 이런 게약서를 다른 20여개 하청 업체에도 똑같이 적용 해왔다. 그들 나름의 표준 계약서인 것이다.

서울대측은 이런 일들이 다른 대학의 일로 알아 왔는데 우리 대학이 그럴줄은 미처 몰랐다며 하청업체와의 불공정 거래를 시인하고 내년부터 불공정 조항과 인권 침해 요소가 없는 개선된 표준 계약서를 사용 하겠다고 밝혔다. 20여년동안 써온 계약서라 미처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나 개선하겠다는 말로는 그동안 근로자들이 겪은 피해는 보상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성의가 있다면 근로자들에게 종합검진을 실시해 그들의 건강을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최고 지성의 본산이라는 서울대의 이런 일련의 처사에 시민들의 반응은 쌀쌀하다.

특히 서울대가 알리바바닷컴의 마윈 회장을 “소비 혁명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기업총수”이고 “창조적 혁신을 통해 알리바바닷컴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시킨 인물”이라고 추켜세워 초청해 학생들 앞에 세운 것은 성급했다.

초청하기전에 그의 기업 경영에 대한 도덕적 검증을 먼저 했어야 했다. 그리고 난후 초청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