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원안전공제회 사무국장,

법학박사 정환웅 시인



나그네


정환웅 시

바람따라 왔다
세월밟고 가는 나그네

그가 걸어 온 길은
넓고 반듯한 길은 아니라네

고단한 비탈길
험난한 가시밭길
길 조차 찾을 수 없는 산중을 헤메며
바람꽃으로 떠돌다.

나그네가 간다.
갈 길 멀어 아득한데
발끝부터 벌써 저려온다.

구름따라 왔다
추억밟고 가는 나그네

삶의 족적을 뒤로 한채
영원을 찾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
아프도록 서럽다.

미끄러운 인생살이
그의 발바닥을 간질이는
목새1) 가 되고 잡다.2)

주 1) 보드라운 모래를 지칭하는 전라도 사투리
주 2) 되고 잡다 : '되고 싶다'의 전라도 사투리

=============

완화삼 玩花衫 - 木月에게 
 
조지훈 시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

나그네

박목월 시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 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정환웅 시인의 나그네

<나그네의 정의>
축 처진 어깨
해어진 신발을 끌고
주저앉고 싶지만
그래도 가야만 하는 인생

<詩想이 펼쳐진 정경> - 고단한 숙명과 위로
고단한 몸을 이끌고
가시밭길 인생을
바람꽃으로 떠돈 나그네

갈 길은 멀어 아득한데
영원을 찾아 떠나는 나그네

그의 뒷모습이 아프도록 서럽다.
그의 발끝은 벌써 저려온다.

실패로 얼룩진 인생살이
시인은 그의 굽은 등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것이다.
시인은 그의 발바닥을
간질이는 목새가 되고 싶은 것이다.

--------------------
 
조지훈 시인의 나그네

<나그네의 정의>
괴나리봇짐 메고
산을 넘고 강을 따라
길을 떠도는 나그네

<詩想이 펼쳐진 정경> -고독과 무상
산새의 구슬픈 울음이 깔린
꽃잎 흐르는 강변을 따라
저녁노을에 반쯤 취해
달빛을 벗 삼아 흔들리며 가는 나그네
유랑의 길을 떠난 시인은 오늘
산새와 더불어 울고 싶은 것이다.

---------------------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

<나그네의 정의>
곡주 향기 날리는
달관의 걸음걸이
저녁놀이 탄다.
날아갈 듯 가벼운 나그네의 걸음걸이

<詩想이 펼쳐진 정경> - 낭만과 유유자적
강나루 건너 외줄기로 뻗은 밀밭 길
남도의 황톳빛 삼백리 길을
막걸리 한 사발 쭈욱 들이키고
저녁 놀 밟으며
아슴아슴 사라지는
나그네의 뒷모습
시인에게는 술 익는 마을이 정겹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