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수준의 불신 홍역을 치루고 있다. 최근 들어 두드러진 불신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하다. 철도노조 파업은 대표적이라 할수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관계 장 차관이 나서 민영화는 없다고 해도 이들은 마이 동풍이다. 도대채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지금 상황을 보면 갈 때까지 가겠다는 형국이다.

정부가 민영화를 않겠다고 누차 밝혔는데도 민영화 하지 말라고 파업하니 국민들은 헷갈린다. 17 일째 계속되는 이번 파업은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 동안 봐온 수없는 파업 현장에도 나름대로의 명분과 적합성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철도 파업은 그런것을 전혀 찾을 수 없다. 무조건 파업하고 보자는 어거지 떼 같다.

그들이 내세운 수서발 KTX 운영의 민영화 철회는 대통령등이 나서 충분히 해명했다. 그런데도 믿을수 없다는 것은 구차 스럽다. 그러면 어쩌자는 것인가. 박 대통령을 다른 나라 대통령쯤으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 겠다. 그렇지 않고야 대통령의 말을 믿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따라서 애초에 그들이 내세운 파업 명분은 이미 사라 졌다.

따라서 파업을 계속 하려면 정당성을 갖춘 다른 명분을 내세워야 한다. 그들은 이에 답해야 한다. 국민의 발을 볼모로 불법 파업은 두고 두고 지탄을 받을 것이다. 철도 민영화=악이라는 단순 논리를 앞세워 임금 인상과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공기업 노조의 기득권 보호라고 솔직히 말하는게 낫다

불신은 또 다른 불신을 낳기 마련이다. 그로인해 국가적으로는 지금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대통령 말을 믿을수 없다는 것은 대통령 불신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는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대통령 불신 사태가 일어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일부는 대통령의 소통 문제를 말하나 이번 파업과는 거리가 있다. 대통령이 자기들과 직접 소통 하지 않았다고 불통이라는 것은 지나치다.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만들든, 민영화 하든 노조가 간여 할 일은 못 된다.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KTX에 경쟁 체제를 도입 하는 것은 코레일의 경영권에 속하는 일이다.

정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의 민영화를 막기 위해 어떤 민간 자본도 참여 못 하도록 정관에 못 박아 놓고 있다. 실제 불신은 정치인에서 비롯 됐다.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 후르시초프는 “강이 없는 데도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사람이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말은 지금도 정치인을 말할 때 흔히 쓰고 상용어다.

현재 한국 철도(코레일)의 부채는 지난 6월 기준 17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공공기관중 부채 규모 8위에 해당한다. 지난 5년 동안 부채는 무려 7조9000억원 가량 늘었다. 모두가 코레일의 방만한 운영 결과다. 감사원에 따르면 부채 비율도 2008년 말 73.8%에서 올해 11월 말 기준 358%로 급증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000억~7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코레일 전체 9만여명 근로자 평균 연봉은 6900만원에 달하는 고 입금을 받고 있다. 일반기업에 비하면 월등한 대우이다.

철도 정상화 문제는 김대중 정부 이후 노무현 ,이명박 정부때도 있었다. 그 당시도 여러개의 철도 회사를 만들어 코레일과 경쟁하는 체제를 추진 하려 했으나 그때마다 노조 파업에 밀려 좌절 됐다. 박근혜 정부가 이를 개선 하기 위해 KTX 자회사의 운영을 전담할 ‘수서고속 철도 주식회사’ 설립하자 노조가 반발 했다.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를 위한 전초 단계의 꼼수라는 것이다. 민영화가 현실화가 됐을때에 행동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을 미리 민영화를 반대 하며 파업의 깃발을 드는 것은 다수의 힘의 논리로 밖에 이해 되지 않는다.

KTX 자회사의 지분은 코레일 41%와 정부 및 지자체등 공공지분 59%로 구성돼 있다. 정관에는 또 공공지분 59%의 민간 매각을 금지해 놓았다. 민영화 하려면 정관 개정을 해야 하나 코레일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 하도록 했다. 민간 경영을 막기 위한 보호막 장치라 할수 있다.

계속된 파업으로 코레일이 입은 손해액은 8일 동안에 무려 77억원에 이른다. 코레일측은 이 피해액을 노조 집행부 186명에게 배상토록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 서부지법에 제기 했다. 이 손배액은 8일간의 파업에 대한 피해액이나 그후에도 파업이 계속해 손배액은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레일은 이 피해액도 청구할 예정이다. 이 피해 말고도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 피해, 시멘트 등 건설 자재와 각종 화물 운송 지연등으로 인한 피해를 모두 감안 하면 천문학적 수치에 이를 것이다.

불신은 정부 기관과 금융업체등 전 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휴대폰에 걸려 오는 전화나 문자 메시지도 불신 대상 이다. 국정원이 최근 북한 장성택의 실각설을 국회에 보고 하자 처음엔 믿으러 하지 않고 국면 전환용이란 의심을 받았다. 국정원 댓글 문제로 한창 시끄러운 시기여서 정치권을 비롯한 언론계조차 같은 시각이었다.

J일보의 모 기자는 국정원의 꼼수라고 까지 했고 같은 사 유명 칼럼은 꼼수를 넘어 북풍을 닮았다고 했다. 국정원의 국회 보고 저의가 의심 스럽다고 까지 했다. 이런 억측은 북측이 곧바로 장성택 체포 사실을 공개 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으나 북이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국정원 개혁 물타기’ ‘종북 몰이’라는 논란이 한동안 거세게 일었을 것이다.

이런 일도 모두 불신에서 왔다. 북의 천안함 폭침 사건 역시 전 세계 조사단이 조사해 북의 행위로 최종 결론 났지만 믿을수 없다며 얼마나 설왕 설래 했는가. 심지어 선거 조작용이란 음모론이 나오기까지 했지 않은가. 북의 연평도 포격 사태도 북의 당연한 포격이라는 이상한 주장이 나와 군과 유족들을 분노케 했다.

이것 역시 불신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천주교 정의평화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의 한 신부도 이명박 전 정부와 박근혜정부를 불신한 나머지 이 전 대통령의 구속과 박근혜 정부 퇴진등의 이상한 소리를 해 국민을 분노케 했다. 도처에 이 만연한 불신 사태를 어찌 해야 하나. 물론 정답이 있을리 없으나 각자가 상대에게 믿음을 주면 불신은 다소 막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서로 소통 하고 관계를 갖는 일이 중요 하다.

불신을 몰아 내기 위한 전 국민적인 믿음 쌓기 프로세스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불신 해소의 한 방법이 될수 있다. 정부와 각 지방 자치 단체 사회 단체등이 불신 추방 기구를 설치 운영하는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불신이 극에 달하면 피차 파멸을 초래 하고 갈등을 가져 온다. 내가 상대에게 불신 당했을 때 생각하면 정말 끔찍스러운 일이 아니 겠는 가. 상대에 먼저 믿음을 주면 불신은 감히 기생 할수 없다. 사욕을 앞세우거나 부화 뇌동하면 한쪽으로 치우쳐 불신의 싹이 튼다.

상대를 불신하기에 앞서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솔로몬 앞에 선 어머니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후회 하는 인생은 인생 역정에 영원히 큰 오점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