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실장.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절반 수준으로 낙제점이다. 청년 고용률도 22년래 최저이고 이들의 행복지수 역시 OECD 조사 국가중 꼴찌다. 경제 성장은 이뤘으나 삶의 질은 나아 지지 않았다는 확실한 반증이다. 직장인들은 지금도 번아웃(burn out)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사춘기 신드롬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장래가 불안한 나머지 다른 직종에 기웃거리는 파랑새 신드롬도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직장인들은 마음 편한 날이 없다. 그들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직장인들 행복 지수 50점 언저리

삼성 경제 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행복을 100점 만점으로 했을 때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는 겨우 55점이었다. 직장인의 행복지수가 이 정도면 거의 위기나 다름 없다. 직장인의 행복지수는 직장의 만족도와 가치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나빠진 것은 7~80년대의 산업화의 바람과 1997년의 IMF 사태후 부터다. 직장인의 행복지수도 이후 크게 추락했다. 사오정이니 이태백이니 하며 직장인들은 밖으로 내 몰렸다.

산업화 과정에서 직장 근로자들은 혹사 당해야 했고 뻔질나게 야근과 주말 반납으로 쉴수도 없었다. 직장인의 행복를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 그러면서도 일 하지 않으면 이상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근로 직장인들은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근로 직장인은 일개미

이들에겐 어느날 부터 인가 일개미를 뜻하는 워커앤 (worker ant)으로 불렸다. LG 경제 연구원이 2006년 조사 발표한 직장인의 행복지수는 여성 47.8점 남성 51.1점이었다. 남녀 직장인들의 행복지수가 이처럼 낮은 것은 IMF 이후 직장에 불어 닥친 구조조정과 연관성이 크다.

워커앤이란 말은 요즘엔 듣기 어려우나 대신 e-메일이나 카카오톡등으로 직장인들을 옭죄고 있다. 패턴과 방법 달라졌을뿐 직장인들이 겪는 노동 강도는 전과 다르지 않다.

e-메일이나 카카오톡등으로 업무 지시가 수시로 떨어지고 호출해 잠시도 마음 놓을 수가 없다. 밤샘은 밥 먹듯 해야 하고 주말이 없을 때도 많다. 심지어 퇴근했다가 다시 회사에 복귀하는 일도 흔하다. 황금 같은 휴가 기간 에도 예외는 아니다.

생존하기위해 동료와 경쟁도 불사

그렇지만 직장인들은 살아 남기 위해 감정을 꾹꾹 눌러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성과를 위해 동료와 경쟁하고 대결도 마다 않아야 한다. 무능자로 낙인 찍히면 구조조정의 칼날에 견뎌 날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이런 강박감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한다. 그러니 이들에 오붓한 사생활은 그림의 떡이다.

한 데이터는 직장인의 3분의 2가 이런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이래서 점점 쌓여 간다.

행복의 90%는 인간 관계에 달렸다

회사란 곳은 일만 잘한다고 적응할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인간 관계 유지다. 직장인들 대다수는 업무보다도 인간 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키에르 케르고는 일찍이 “행복의 90%는 인간 관계에 있다”고 말한바 있다. 실감나는 말이다.

교회에서도 코이노니아(친교)를 강조 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의 80%는 인간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인간 관계가 그만큼 중요함을 의미할 것이다.

인간 관계가 어려우면 갈등과 알력으로 번져 왕따가 생겨 나고 심한 경우 조직이 와해 되기도 한다. 자영업자의 행복지수는 직장인 보다도 훨씬 낮다. 백수는 이보다 더 낮다. 자영업자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사업상 받는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다.

청소년 행복 지수 OECD 조사 23개국중 꼴찌

한국인은 전반적으로 행복 지수가 낮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지난해 조사에 의하면 러시아 브라질을 포함한 36개국중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27위였다. 10점 만점으로 치면 겨우 5.35점이다. 등수와 점수 모두 F학점대다.

UN이 2012년 조사한 행복도도 우리나라는 156개국중 56위로 10점만점에 5점 내외 였다. 청소년 행복지수는 이보다 더 형편 없다. 2012년 OECD조사의 23개국중 23위로 맨 꼴찌였다.

청년 고용률도 크게 낮다. 통계청이 집계한 청년 고용률 조사를 보면 1982년 이후 최저 인 39.7%에 불과 했다. 이는 정부가 제정한 청소년 육성법이 2004년 2월 청소년 기본법으로 개정 됐으나 수련에만 초점이 맟춰지고 청소년 복지에는 일절 외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소년 기본법에 청소년 행복 대책이 있었다면 청년 실업률은 이처럼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행복 지수가 낮은 것은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득면에서 보면 60년전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 사이 GDP가 무려 360배나 늘었다.

하지만 행복지수가 그 만큼 높아졌다고는 볼수 없다. 그때와 비슷하거나 더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때보다 행복지수가 높아 졌다면 지금 와 굳이 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소득이 높아진다고 행복과 연결 안돼

행복경제학의 창시자인 미국의 경제 학자 이스털린은 “소득이 높아 져도 행복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논리를 펴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역설대로 소득과 행복은 정비례 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주고 있다.

직장인의 행복지수는 스트레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는 쌓이면 무력해 지고 의욕 을 상실하게 된다.

즐겁게 일하면 스트레스는 덜 받으나 대부분의 직장은 그렇지 않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적어도 직장인들이 즐겁게 일할수 있는 환경만 조성돼도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다. 갑의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그래서 요즘 직장인들 중에는 돈은 적게 받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 직장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행복직장 찾기 위한 각종 신드롬 나돌아

직장인들 사이에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각종 신드롬이 이를 잘 반영한다. 산업화 시절에는 번아웃 (burn out) 신드롬이 유행 했으나 요즘은 사춘기 신드롬, 파랑새 신드롬이 유행하고 있다.

번아웃 신드롬은 직장일에 온 힘을 쏟아 부어 더 소진할 에너지가 없다는 뜻이고 사춘기 신드롬은 회사에 출근 할까 말까 망설이는 증후이다. 파랑새 신드롬은 파랑새 처럼 행복을 찾아 이곳 저곳 날아 다니며 기웃 거린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이처럼 현대의 직장인들은 기회만 주어 지면 언제든 탈출 하려 한다. 올해도 직장인들의 행복지수는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

작년에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 하고는 경기불황으로 크게 힘 들었다. 동부, 동양등 재벌그룹은 큰 곤욕을 치뤘다. 그 외의 기업들은 구조 조정으로 직장인들을 불안케 했다.

행복지수 늘리기 위해 솔로몬 지혜 필요

그렇다면 직장인들의 행복지수를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이는 갑의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 질수 있다. 우선은 성과 및 성장 위주의의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갑을 공동선을 추구 하며 가족 분위기의 회사를 만들어 가면 어렵지 않을 듯 하다. 그러자면 솔로몬의 지혜가 절대 필요 하다.

세계 부자 85명이 35억 인구와 맞먹는 재산 소유

지난달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 최고 부자 85명이 세계 인구(70억9천만명)의 절반 가량인 35억명의 재산과 맞먹는 1조7000억달러(약 1800조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주었다.

상위 1%인 6000만명이 갖고 있는 재산도 세계부(富)의 50%를 차지했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과연 얼마 일까. 이스털린 역설을 따르면 이들도 많은 부를 가진 만큼 행복지수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는 베스트셀러 ‘불평등의 대가’에서 “하위 99%의 이익을 돌봐야 상위 1%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지적을 돈 많은 갑의 사람들이 수용한다면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는 올라갈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네델란드의 창의 교육은 행복 복지국가의 원천

여기서 우리는 네델란드의 교육 정책을 드려다 볼 필요가 있다. 네델란드는 OECD 34개 국중 청소년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이 나라의 교육정책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 처럼 초등학교때 알파벳을 알 필요가 없다. 복습 예습 숙제도 모른다.

책가방도 없다. 초등학교때 가장 중요 한 것은 친구와 놀기이며 취미 활동이다. 중고교로 진학할 때도 담임 교사의 충고를 90% 받아 들인다. 네델란드의 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행복을 위한 자신의 존재 발견과 창의력의 중시다.

주입식 교육은 아예 먹혀들지 않는다. 네델란드의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도 이런 창의적인 교육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6천달러로 우리나라의 2배인 경제 강국이며 행복 복지 부문도 세계 4위다. 창의 교육이 오늘의 네델란드가 됐다고 할수 있다.

- 창조 혁신은 행복지수 높이는 바로미터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은 창조 경제이다. 초중고때 부터 창의성 위주의 교육을 강조하는 네델란드 교육정책과 상통한다고 할수 있다. 박 대통령의 올해 구상의 하나도 ‘창조 경제를 통한 혁신 경제’의 추구다.

네델란드를 반면 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창의성 혁신을 통해 회사 발전을 꾀하면 직장인들의 행복지수도 자연히 오를 것이다.

논설 실장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