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원안전공제회 사무국장,

법학박사 정환웅 시인


‘눈물’ - 문인수 (1945∼ )

곤충 채집할 때였다.

물잠자리, 길 앞잡이가 길을 내는 것이었다.

그 길에 취해가면 오릿길 안쪽에

내 하나 고개 하나 있다.

고개 아래 뻐꾹뻐꾹 마을이 나온다.

그렇게 어느 날 장갓마을까지 간 적 있다.

장갓마을엔 큰누님이,

날 업어 키운 큰누님 시집살이하고 있었는데

삶은 강냉이랑 실컷 얻어먹고

집에 와서 으스대며 마구 자랑했다.

전화도 없던 시절,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느그 누부야 눈에 눈물 빼러 갔더냐며

어머니한테 몽당빗자루로 맞았다.

다시는 그런 길,

그리움이 내는 길 가보지 못했다.

[시가 주는 여운]

'그리움' - 정환웅 (1960~) 


이별은 썰물과 같아 그리움의 모래성을 쌓고,
만남은 밀물과 같아 그리움의 모래성을 허문다.

미루나무 늘어선 강둑만 보여도,
고향으로 가는 완행버스의 노선표지만 보아도,
그리움은 산너머 재너머
정겨운 이에게 가 있다.

가슴은 작았어도
그리움은 컸던 시절
유년의 시절

누이가 시집가던 날
거친 손등으로
눈자위가 쓰리도록
훔쳐내야 했던 눈물 한 움큼

오십의 나이에
잔잔한 웃음으로
여울져 온다.

개여울 속에서
연지 곤지로 꽃 단장한 누이가 웃고 있다.

누이야!

길남아!

그리움이 가쁘게 오고 간다.
아련함이 잔잔하게 밀려온다.
은빛 재잘거림에 이내 미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