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실장. 

최근 전남 여수시 낙포동 2부두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는 초동 대처가 얼마나 중요 한지 새삼 일깨워 줬다. 원유 유출을 최초로 목격한 도선사 김모씨(65)가 신속하게 방제 당국에 신고만 했더라도 대형화 오염 사태는 막을수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이를 안이하게 대처해 문제를 크게 키웠다. 원유 유출로 남해안의 수백만 ha의 양식장이 페허화 되고 피해액도 계량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날 것 같다. 호미로 막을 것을 지금은 가래로도 역 부족인 듯 하다.

역사적으로도 이처럼 초동 사건 대처 잘못이 씻을 수 없는 사건으로 비화 된 경우를 흔히 볼수 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때 미 초병 신고를 무시한 미 해군기지의 엄청난 피해를 비롯해 6.25 한국 전쟁, 조선조 선조때의 통신사 판단 잘못이 빚은 임진왜란, 더 멀리는 구약시대의 12명의 정탐꾼 사례도 있다.

2년전 수원에서 발생한 범인 오원춘에 의한 A씨의 토막 여인 살해 사건도 예외일수 없다. 이번 원유 유출 사고는 도선사 김씨의 책임도 자유로울수 없으나 송유관 피해를 입은 GS칼텍스측의 헛점도 빼놓을 수 없다.

GS칼텍스는 송유관에서 흘러 나오는 원유 유출에 매달리느라 신고를 게을리 했다. 그들은 우선 유출에 신경 쓰느라 신고할 여유가 없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설득력이 없다. ‘오염 사고 발생 즉시 방제 당국에 보고 해야 한다’는 해양오염 위기 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유관 잠근 장치도 제대로 못하면서 30여분의 시간을 흘려 보냈다. 그 사이 유출된 원유는 조류를 타고 남해안 일대의 국립 해상 공원을 크게 오염 시켰다.여수해운 항만청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도선사협회로 부터 사고를 접수한 시간도 발생 22분만이었다. GS칼텍스는 30분이 지난 뒤에야 신고 했다.

송유관 밸브를 잠그는데도 무려 33분이 걸렸다. 그 사이 흘러나온 원유량은 자그만치 16만4100L나된다. 그러나 GS칼텍스는 800L가 유출됐다고 축소 신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다. 이런 사건 초기의 대응 잘못은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부지기수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사건도 그 한 예이다. 당시 미 해군 초병은 근무중에 일본의 진주만 공격 개시전에 진주만 외곽 230마일 해상에 일본 잠수함의 뜨고 거대한 물체가 포착된 사실을 미 해군 지휘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해군 지휘부는 초병의 보고를 묵살하고 일요일의 휴일을 즐겼다.

이 결과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 해군기지는 일본 전투기의 기습 공격을 받아 박살 났다.12척의 함대가 침몰되고 파괴 됐고 대형 함대 오클라호마가 침몰해 1000여명의 해군이 전사했다. 미군 전투기 188대도 격추되고 파손됐다. 불시의 공격을 받은 미 해군은 물적 피해외에 장병 2403명이 전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은 크게 확대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끔찍한 사태로 번졌다. 일본은 결국 미국에 항복하는 역사적인 수모를 당해야 했다. 일본 치하의 우리나라는 해방을 맞는 기쁨을 맞았다. 이런 사건은 또 있다.

1960년 6.25일 터진 한국 전쟁이다. 이 전쟁도 정부의 초동 대처 잘못이 큰 원인 이었다. 북한 김일성은 해방후 수년간 남침을 위해 준비중 이었으나 당시 정부는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대처가 있을 수 없다.

북한에서 월남한 일부 국민은 김일성의 전쟁 준비 사실을 남한 정치인에 알렸으나 번번히 일축 당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엉뚱한 소리만 했다. 뒤늦게 밝혀진 6,25의 비화도 당시 김일성은 남침 준비를 위해 소련 스탈린과 중국 마오쩌등을 만나고 있었다.

김일성은 드디어 6.25일 새벽 4시를 기해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남침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아침은 서울에서 먹고 점심은 평양에서 먹을수 있다며 호언장담 했으나 물밀 듯이 밀고 들어온 북한군에 서울이 함락되자 부산으로 정부를 옮겼다.

전황은 낙동강전선까지 형성되면서 그동안 수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집계에 의하면 3년여의 전쟁 기간중 숨진 사람은 민간인 37만3599명, 군인 5만8809명에 이른다. UN군 사망도 40670명이나 된다. 그 외에 전쟁 고아 10만명, 전쟁 미망인 20만명등이 발생 했다.

그 휴유증으로 한반도는 지금도 분단돼 있으며 1천만 이산가족들이 아픔을 겪고 있다.

조선조 선조때의 일본에 간 통신사들의 엇갈린 보고도 큰 재앙을 불러온 사건이다. 선조의 특명을 받고 일본 정정을 살피기 위해 간 통신사 황윤식과 김성일은 10개월만에 돌아와 선조에게 보고한 내용을 보면 정반대이다.

황윤길은 “일본의 여러 정황을 보면 전쟁이 일어 난다”고 했고 김성일은 “전쟁은 없다”며 반대 보고를 했다. 풍신수길의 용모가 어떠 했느냐는 질문에도 황윤식은 “눈빛이 반짝 반짝하며 담과 지략이 있는 듯 했다”고 했고 김성일은 ”그의 눈은 쥐와 같았는데 두려워할 위인이 못 됩니다“고 했다.

선조는 이들 보고 중에 김성일의 보고 내용만 믿고 전쟁 대비를 하지 않았다. 풍신수길이 명나라를 치겠으니 선조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해 줄 것을 요구하는 그의 답서도 기꺼이 받아 들였다.

그의 요구가 조선을 치기 의한 위장이었음을 모르고 있었다. 풍신수길은 이를 계기로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의 침략을 감행 했다. 임진왜란은 후에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화되는 전조가 됐다.

구약성경 민수기 13장에 나오는 12 정탐꾼 사례도 이에 못지 않다. 모세는 출애급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가나안땅 정복을 눈앞에 두고 12명의 정탐꾼을 가나안에 보내 그 땅의 형편을 살펴 보게 했다.

땅의 비옥도는 어떠 하며 주민의 강약과 수목의 유무 성읍이 진영인지 산성인지를 알아 보도록 했다. 돌아 올때는 그 곳의 특산물인 과일을 가져 오도록 했다. 40일간의 정탐을 마치고 돌아온 정탐꾼들은 저마다 보고를 모세와 주민들에게 했다.

이들은  모두 가나안땅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중에 10명의 정탐꾼은 가나안 거민들이 강하고 성읍이 성벽으로 둘러 싸여 있고 사람들이 거인 같아 메뚜기 같은 우리가 정복하기는 불가능 하다며 정복을 적극 반대 했다.

정탐꾼중 여호수아와 갈렙만이 이들과 달리 가나인땅을 정복하자고 주장했다. 갈렙은 그 땅은 하나님이 약속한 땅이므로 우리가 정복할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나안 정복은 이들 다수의 반대로 결국 무산 됐다.

이러자 하나님은 크게 진노해 가나안 정복을 반대한 10명의 정탐꾼들을 전염병으로 죽게 했다. 아울러 탐지기간 40일의 1일을 1년으로 쳐 40여년 동안 광야에서 방황하도록 징벌을 가 했다. 가나안땅에 들어간 사람은 유일하게 여호수아와 갈렙 두사람 뿐이다. 정탐꾼의 상황 판단 잘못이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가져 왔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2012년 수원에서 발생한 A여인의 토막 살해 사건도 경찰의 초동 수사 미흡이 원인 이었다. 112신고에서 부터 거짓말이 드러나고 사건 현장의 강력반 형사 투입도 사건 발생 4시간만이었다. 피해자 A씨가 집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시간에 경찰은 엉뚱하게 도로나 집주위의 운동장만 맴돌았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수사가 삐걱거렸다. 수사가 헛도는 사이 범인 오원춘은 여유롭게 피해자 A씨의 살점을 도려내고 토막을 내는등 잔인한 범행을 감행 했다. 이 사고로 당시 조현오 경찰 청장은 사퇴하겠다는 대국민 발표를 해야 했다.

앞서의 여러 사건 사고 들을 보면 초동 대처 잘못이 얼마나 큰 사건으로 발전했는지 새삼 알게 한다. 우리는 이를 반면 교사로 삼아 후회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초동 대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초 목격자의 보고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지휘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상황 판단에 앞서 결정권자들의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 함을 거듭 강조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