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논설위원.  

전 일요일 밤 ‘챠넬A' 심야방송의 ’분노 왕-속고 속이는 타짜들의 세계‘란 프로에 출연한 사기도박판에 끼어들어 가사를 탕진한 여인들의 과거사를 들었다.

그들은 어느 누구나 도박판에 끼어들면 탕진할 뿐 이라고 경고를 하며 한판에 500원 이상의 판은 절대 위험하니 끼어들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그들은 과거, 사기를 당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그만 두려하면 상대가 ‘방까이’를 시켜줄 테니 안심하고 하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 가산을 탕진했다고 했다.

패를 쥔 ‘오야’는 한패거리들 끼리 서로 ‘암호’를 주고받으며 특정 상대를 공격 하여 가진 것을 모두 털어낸다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살얼음판이었다.

여기서 주고받은 ‘방까이’와 ‘오야‘는 어느 나라 말인가? 모두 일본말이다. ’방까이(ばんかい:挽回)‘는 “뒤떨어진 것이나 잃어버린 것 따위를 돌이켜 원래의 상태로 회복 시켜준다.”는 뜻이고 ‘오야(おや:親)‘는 ’오야붕(おやぶん:親分)의 줄인 말로 ‘두목(頭目)이란 뜻이다.

우리나라 본래의 놀음도구는 투전(鬪牋)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고 요즈음에는 화투(花鬪)라는 일본풍의 도구가 나와 놀음판을 장악했다.

화투의 어원은 일본의 ‘하나후다(はなふだ:花札)’에서 따 온 말이고 여러 해 전만해도 화투장에는 일본글자가 그대로 씌어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놀음판의 용어는 거의가 일본말이다. 그 예를 들면 ‘록뱌꾸(六百:ろっぴゃく= 육백), 고도리(ことり:五鳥 = 2매조, 4흑싸리, 8공산의 새 다섯 마리), 기리 (キリ: 패를 잡은 사람이 끝 사람에게 최후로 절반을 떼라는 것).

나가레(ながれ:流れ= 판을 다음 판으로 넘기는 것.), 소당(相談:そうだん.=고스톱에서 서로 의논하는 것.) 등등 이루 헤아릴 수없는 다양한 일본어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도박판에서 사용되는 일본어 용어가 아니고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치고 깡통 안찬 사람이 없으니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다음날 같은 프로에 출연한 과거의 타짜꾼이었던 J씨가 과거를 회개하는 뜻에서 속임수의 시범을 보이며 누구나 속임수에 걸려들면 벗어나지를 못하니 조심하라며 돈을 따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며 ‘놀음을 안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서울에만 300여명의 타짜꾼이 검은 손을 뻗고 있다고 했다.

여러해 전 필자가 미국의 ‘라스베가스’에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심야 버스정유소의 의자에 기대어 술병을 들고 마시는 남루한 옷차림의 동양인을 보았는데 처지가 안 돼 보여 혼잣말로 걱정을 했더니 안내자가 그 사람 한국인인데 고생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꼬리를 잘랐다.

사연인즉 놀음판에서 가진 것 다 털리고 거지가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은 우리나라의 강원도에서도 속출하고 있다고 하니 흘려버릴 이야기가 아니다.